귀농 작물 선택 요령 / ‘어떤 옷을 입느냐’보다 ‘제대로’ 입는 것이 중요

    

도시에서 농어촌으로 실제 이주한 집단을 조사한 결과, 귀농형(실제 영농에 종사)이 77%, 귀촌형(전원 거주형)이 23%로 나타났다(2011년, 농업인재개발원). 농어촌에서 경제적인 재기를 이루려는 의지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이주에 앞서 수익성을 검토해봐야 하는 이유다. 일반적으로 농사에서 소득을 결정하는 요인으로 꼽히는 것은 ‘농사 규모’와 ‘재배 작물’이다. 그렇다면 귀농지 선정에 앞서 재배 작물을 먼저 결정해야 하는 것일까?

‘작물이 먼저인가, 땅이 먼저인가.’ 귀농 준비 단계에서 가장 먼저 겪게 되는 딜레마다. 농촌으로 오는 이유가 단순 휴양이나 치료 목적이 아니라면 귀농 계획의 시작은 수입에 대한 목표를 세우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구체적인 목표가 있어야 농사의 규모와 재배할 작물이 결정되고, 농지 선택에도 효율성을 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작물마다 보편 타당한 기대수익이 있기 마련이고, 이를 통해 투자와 회수의 산출이 가능해진다.

수입목표가 중요한 이유는 또 있다. 농사는 월급의 개념이 없다. 작물마다 수확기와 수익이 발생하는 시기가 다르긴 하지만, 통상 파종하고, 수확하고, 판매해서 현금을 손에 쥐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그 시간이 1년여가 걸리는 작물이 대부분이다. 매달 받던 월급봉투에 익숙해져 있던 도시인에게 이는 큰 위험요소가 될 수 있다. 수입목표를 구체적으로 세우게 되면 그 공백기를 감자나 배추 같은 이모작 작물로 메우는 것도 가능해진다.

하지만 친인척 등 연고가 있는 지역으로의 귀농을 고려한다면 지역과 땅을 먼저 선정하는 편이 낫다. 좋은 선배 귀농인의 지도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은 무시할 수 없는 기회요소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2011년에 농업인재개발원이 전국 귀농·귀촌인 471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자료를 보면, 지금의 거주지를 선택한 이유에 대해 응답자의 30%가 ‘고향이거나 연고가 있어서’라고 답했다. 이는 응답에서 가장 높은 수치를 차지한 결과다. 충북 충주시의 귀농인 연화순 씨는 “가장 성공확률이 높은 귀농은 자신이 살던 곳으로 돌아가는 것”이라며 “나 또한 외부에서 배운 걸 풀어놓는다는 생각으로 고향으로 돌아왔고, 덕분에 텃세 같은 것도 없이 잘 적응해가고 있다”고 답했다. 연 씨는 부모님이 원래 가지고 있는 터를 주거지로 이용하고 있으며, 농지는 임대로 해결했다.

농업인재개발원 관계자는 “과거 비수도권에 거주했던 도시민들의 경우, 현재 귀농·귀촌해서 살고 있는 곳이 전 거주지와 동일한 시도이거나 동일 광역권에 속하는 경향이 높다”며 “이는 익숙하지 않은 지역보다는 원래 살던 도시 인접지역에서 이주 목적지를 우선적으로 탐색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농업인재개발원의 조사 결과, 전 거주지와 동일한 시·도로 귀농했다는 응답자가 전체의 58%나 됐으며, 다른 시·도로 이주한 비율은 18%에 불과했다.

 

작물 선택은 자신에게 잘 맞는 것이 일순위

재배 작물을 선택하는 과정에서 가장 주안점을 둬야 할 것은 ‘자신이 재배하고 싶은가’ 여부다. 얼핏 단순해 보이는 게 농사지만, 작물에 따라 신경을 써야 하는 부분이 천차만별이다. 하루 종일 허리를 숙이고 해야 하는 일이 있는가 하면, 무거운 것을 많이 들어야 하는 일도 있고, 힘보다는 세밀함이 필요한 작업도 있다. 어느 작물이 자신에게 맞고, 하고자 하는 의욕이 생기는지를 면밀히 검토해봐야 한다. 초보 귀농인들이 자주 범하는 과오 중에 하나가 덮어놓고 고소득 특수작물을 선택하려는 것이다. 인삼이나 허브 등 특수작물은 전문적인 기반이나 기술 등을 요하며, 종잣값을 비롯한 투자비도 많이 든다. 유통·판매 부분도 일반 작물에 비해 까다롭다. 사전지식과 경험 없이 특수작물에 도전했다가 빚더미에 앉는 사례가 비일비재한 이유다.

다품종 소량, 소품종 대량 등 생산방식의 선택도 고려해봐야 할 부분이다. 작물 수가 많으면 당연히 과정이 복잡해지고 준비해야 할 농기계 및 자재도 많다.일반적으로 초보자에게는 적합하지 않다는 게 중론이다. 하지만 초기에 다양한 작물을 시험해볼 수 있고, 그만큼 다양한 판매처를 개발할 수 있다는 점은 장점으로 꼽힌다. 반면 1~2종에 집중하는 농사를 짓는다면 좀 더 쉽게 전문성을 얻을 수 있고 작업 자체도 수월하다. 초기비용도 아낄 수 있다. 하지만 주력작물의 작황이나 생산이 좋지 않으면 소득에 직격탄을 맞는다는 위험성도 있다.

이 밖에도 작물 선택 과정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이 보관과 저장 문제다. 수확과 동시에 판매가 이뤄지는 품목이라면 유통 라인을 사전에 확보해야 한다. 저장성이 있는 품목이라면 시세 민감성도 덜하고, 판매처를 확보할 시간적 여유가 있다는 장점이 있다.

작물에 대한 계획을 세웠다면, 생산 후 사후관리까지 고려해야 한다. 이은주 전국귀농운동본부 간사는 “작물이 정해졌다면 토양과 기후 특성이 맞으면서 특산물 지원정책도 있는 지역을 선정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작물이나 땅보다 중요한 것은 결국 농촌에 대한 이해

이은주 간사는 “전국귀농운동본부에서 1년 동안 농업 관련 교육을 실시해보니, 교육을 마친 사람들 중에는 지역을 먼저 정해 놓고 귀농을 실행하는 사람도 있고, 어떤 작물에 꽂혀 그 작물이 잘 맞는 지역으로 가는 사람들도 있더라”고 했다. 결국 땅과 작물의 순서는 크게 상관이 없다는 얘기다. 그보다 먼저 농촌의 생활방식을 이해해야 한다. 귀농인 대부분은 도시에서의 일과 직업에 염증을 느끼고 새로운 돌파구로 시골행을 택한다.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그 환경을 이해해야 한다. 도시와 다른 농촌의 정서나 삶의 방식, 직업으로서의 농업에 대해 보다 현실감 있는 접근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전남 구례의 한 귀농인은 “귀농에서 절대적으로 필요한 과정이 농촌생활을 직시하는 것”이라며 “각종 자료들을 참고해 재배 작물에 대한 정보와 재배기술 등을 터득하고, 농업기술원이나 시·군 농업기술센터, 영농협동조합, 지인 등을 총동원해 귀농 전 미리 농촌을 체험해보는 시간을 갖는 것도 농촌의 라이프스타일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