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공황 이후 최악의 경기침체 속에도 빛난 브랜드가 있다. 124년 역사의 코카콜라가 그중 하나.

미 시사주간지 <타임>은 글로벌 컨설팅회사 인터브랜드가 발표한 ‘2009 글로벌 100대 브랜드’에서 코카콜라가 다른 유수의 브랜드들을 제치고 가장 가치 있는 브랜드로 선정됐다고 보도했다.

인터브랜드에 따르면 코카콜라는 총 687억달러의 브랜드가치를 보유해 기업들이 줄줄이 파산한 지난해에도 가치가 3%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코카콜라가 대망의 1위의 차지할 수 있었던 것은 경기침체에 굴하지 않고 공격적인 마케팅에 나섰기 때문. 코카콜라가 지난해에만 700개의 신상품을 출시해 소비자들의 입맛을 공략한 것이 그 예다.

인터브랜드의 제즈 프램턴 최고경영자(CEO)는 “코카콜라는 매우 적극적인 마케팅과 패키지 전략을 펼쳐왔다”며 “그들은 어떻게 브랜드를 관리할지 알고 있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인터브랜드는 기업들의 실적을 바탕으로 향후 브랜드가 창출해낼 가치를 산출해 브랜드 순위를 선정했다. 아울러 기업이 재정 정보를 공개할 수 있는지와 수익의 3분의 1 이상을 해외에서 올리는지 여부도 고려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 결과 코카콜라는 9년 연속 인터브랜드 선정 10대 브랜드에 이름을 올렸고 결국 올해는 1위에 올랐다.

10대 브랜드에는 IBM, 마이크로소프트, 제너럴일렉트릭(GE), 노키아, 맥도날드, 구글, 토요타, 인텔, 디즈니 등이 포함됐다. 세계 최대 유통업체인 월마트는 해외로부터 충분한 수익을 올리고 있지 못해 리스트에서 빠졌다.

물론 순위는 매년 바뀔 수 있지만 이번 경기침체를 틈타 부상한 스타 기업들이 눈에 띈다. 인터넷 검색업체인 구글이 대표적인 예. 구글의 브랜드가치는 지난해보다 25% 뛴 320억달러를 나타내 100대 브랜드 중 7위를 차지했다.

인터브랜드는 새로운 광고서부터 소프트웨어 안드로이드 출시까지 구글의 사업다각화 전략을 높게 평가했다. 아마존의 가치도 급상승중이다. 서킷 시티와 같은 유통업체들의 파산과 서점들의 고전에도 불구하고 아마존의 전자책 ‘킨들’은 선전하고 있어 43위에 올랐다.

추락하는 브랜드들도 있다. 지난해 170억달러의 손실을 본 스위스 은행 UBS는 미국인들의 탈세를 도왔다는 이유로 브랜드가치가 50%나 급락한 43억7000만달러를 기록, 72위에 올랐다. 지난해보다 31위나 떨어진 순위다.

국유화된 금융기업 시티도 고전 중이다. 한때 시가총액 기준 미국 최대 은행이었던 씨티는 브랜드가치도 49%나 곤두박질치는 굴욕을 당했다. 즉 소비자, 투자자, 고용주 모두에게 신뢰를 잃은 브랜드가 되고 만 것이다.

‘남성들의 로망’ 할리데이비슨도 마찬가지다. 오토바이업체의 브랜드가치는 43% 곤두박질쳐 43억달러를 나타냈다. 프램튼 인터브랜드 CEO는 “사람들의 할리 데이비슨에 대한 애정은 식지 않았다”면서도 “경기침체로 사람들이 사치재에 대한 소비를 줄이면서 할리데이비슨이 이름값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할리데이비슨의 올해 상반기 순익은 66%나 감소했다. 하지만 가장 아쉬운 것은 10년 전 30위 안에 들었던 기업이 하나도 남아 있지 않다는 사실이다.

30위까지의 기업 중 AT&T, 보잉 하이네켄 등은 이젠 찾아볼 수 없다. 특히 바비의 퇴출이 가장 아프다. 이제 바비는 리스트에서 완전히 모습을 감춰 사람들의 향수만을 돋우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 한국 기업 중에서는 100대 기업 안에 삼성과 현대가 이름을 올렸다. 삼성의 브랜드가치는 지난해 176억9000달러에 비해 1% 감소했으나 순위는 21위에서 두 단계 상승했다.

지난 1999년 조사 시작 후 최고 순위다. 현대자동차도 46억달러의 가치를 기록, 전년보다 3단계 상승한 69위를 차지했다.

아시아경제신문 김보경 기자 (pobokim@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