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교포 안치용 씨가 운영하는 블로그 ‘시크릿 오브 코리아’. 이 블로그에는 하루 평균 1만명의 방문객이 다녀가고 있다.


“한국의 비밀을 공개하겠다!”
한 재미교포가 인터넷에 올린 글이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진원지는 국내의 거물급 정·재계 인사 10여명의 미국 부동산 쇼핑 리스트를 공개한 ‘시크릿 오브 코리아(Secret of Korea·http://andocu.tistory.com)’라는 개인 블로그. 주인공은 이 블로그를 운영하는 재미교포 안치용(42) 씨다.

그는 지난달부터 블로그에 국내 정·재계 인사들의 부동산 매입을 증명하는 문건과 자료를 실명과 함께 공개하면서 부동산 불법·편법 거래와 탈세 의혹을 제기하고 나섰다.

전직 대통령 일가에서부터 전 청와대 수석비서관, 대기업 회장, 연예인 등 거론된 인사들의 신분도 다양하다.

문건이 공개되자 안 씨의 블로그에는 하루에만 1만명이 넘는 방문객들이 들끓고 있다. 17일 현재 총 방문객 수만도 10만명을 훌쩍 넘었다.

이같은 반응 때문인지 “너무 과분한 관심이 부담스럽다”고 연락을 해온 안치용 씨를 지난 17일 밤 전화 인터뷰했다.

한국에서의 반응이 뜨겁습니다. 알고 계신지요.
알고 있습니다. 최근 하루 이틀 사이 방명록에 글을 남기시는 분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것만 봐도 느끼고 있죠.

정확히 블로그 개설시기는 언제입니까.
8월23일입니다. 하지만 이전부터 다른 사이트에 글을 올려놓고 관리하다가 ‘시크릿 오브 코리아’ 블로그에 옮겨놓은 것뿐이에요.

사실 제가 블로그를 잘 다룰 줄 모르거든요. (웃음) 때문에 한 다운로드 사이트에 수시로 관련 정보를 저장해 놓았다가 현재의 블로그에 카테고리별로 분류하고 있습니다.(안 씨는 ‘시크릿 오브 코리아’를 운영하기 전부터 다른 사이트(www.docstoc.com/profile/cyan67)에 자신의 글을 올려왔다.)

현재의 블로그를 운영하기로 마음먹게 된 계기는.
특별히 어떤 계기를 가졌다기보다는 미국에서 바라보는 한국사회에 대한 관심이 많았다고 해야 할까요?

이곳에서 어느 곳을 가면 (한국, 그리고 한국인과 관련된) 어떤 자료를 찾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조금만 더 관심을 갖다보면 (한국에서 궁금해하거나 한국인들이 잘 모를) 실제 자료를 건져올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생겼거든요.

단순히 한국과 관련된 자료를 찾아서 공개하겠다는 목적만은 아닐었을 텐데요.
물론입니다. 간단히 말하면 ‘상식이 통하는 세상을 만들어보자’는 게 목적이었다고 할 수 있겠네요.

한국사회에서는 어떤 사안과 관련해 누군가가 실정법을 위반했더라도 공감하는 부분이 있는가 하면, 어떤 경우는 법망을 피했지만 일반 정서상 용납할 수 없는 부분들도 있지 않나요?

무엇보다 당신이 누구인지에 대해 궁금해하는 이들이 많습니다. 그 전에는 주로 무슨 일을 하셨는지.
기자였습니다. 1991년 한국의 지방신문 기자로 1년 정도 일했고 이후 모 방송국 기자로도 활동했습니다.

그러다 지난 2003년 이곳 미국으로 건너와 뉴욕에서도 방송국 기자 일을 했지요. 한인 대상의 방송국인 TKC(The Korean Channel)라는 곳인데 미국에서는 전통 있고 오래된 상업방송 중의 하나예요.

그리고는 올해 5월 중순께 회사를 관뒀습니다. 원래는 작년에 방송국을 나오려고 했는데 올 초 한인회장 선거가 있어서 미룬 것이죠.

가족관계도 궁금합니다.
집사람과 아이 둘이 있습니다. 아이들은 한국으로 치면 중학교 1학년과 초등학교 3학년의 나이 때지요.

방송국 기자 재직 시 어떤 분야를 취재했었나요. 정치나 경제부였을 것 같은데.
이곳 방송국에서는 한국에서처럼 취재 파트가 세부적으로 나눠져 있지 않습니다. 정치나 경제, 사회, 문화 등 이슈가 될 만한 모든 것들을 분야를 가리지 않고 취재하죠.

다른 사이트에서 자신을 소개한 프로필 내용을 보니 ‘I'm an independent investigative reporter in NY’이라고 되어 있기도 합니다. 독립 탐사보도기자라고 봐야 하나요.
맞습니다. 미국에서는 혼자 탐사보도를 하는 이들(프리랜서 기자들)이 많습니다. 저 역시 제가 취재하고 싶어하는 분야를 찾아 자료를 찾고 이를 블로그에 올리는 일을 하고 있고요.

블로그 운영원칙을 ‘No evidence, No story'라고 소개한 것도 눈에 띄는데요.
증거가 없는 것은 이야기하지 않겠다는 뜻입니다.

미국이나 한국 정부의 공문서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가겠다는 의미이지요.(인터뷰 후미에서 그는 이 부분이 자신과 미네르바가 다른 점이라고 강조했다.)

블로그는 혼자 관리하십니까.
그렇습니다. 그 때문에 많이 힘들어요.

조남호 회장 부부가 구입한 것으로 알려진 뉴욕 맨해튼의 한 고급 콘도.

언급된 글들을 보면 주로 부동산 관련 이슈의 것들이 많습니다. 특별히 부동산에 초점을 맞추시는 이유라도 있으신지.
아닙니다. 제가 확보한 자료들 중 우선적으로 부동산 관련 부분을 집중해서 다루는 것뿐이에요.

이슈거리가 되는 게 부동산 부분이 많거든요. 하지만 앞으로는 부동산 외에 다른 자료들을 병행해서 올릴 예정입니다. 부동산 하나, 다른 분야 하나, 이런 식으로 말이죠.

그만큼 많은 자료를 확보해 놓았다는 얘기네요. 현재까지 모아놓은 한국 관련 자료는 얼마나 됩니까.
글쎄요. 정확히 세어본 것은 없지만 백악관과 CIA에서 얻은 자료가 대략 2000건, 여기에 미 국무부 자료도 그 정도가 있으니까 합해서 4000건 정도가 되겠네요.

평균적으로 하루에 몇 건의 글을 쓰시나요.
2~3개 정도 올립니다. 더 많은 글을 쓰고 싶지만 다른 사이트에서 갖고 와야 하고 이를 정리한 후 재가공도 해야 돼서 시간이 좀 걸리는 편입니다. 참고자료를 첨부하는 데에 스킬이 부족한 것도 있고요.

블로그에 올려진 자료들을 보면 부동산 매매계약서에서부터 한국의 등기소 서류까지 주장을 뒷받침하는 문서들이 많이 나옵니다. 주로 어떤 과정을 통해 모았나요.
지난 4개월 동안 매일 3~4시간씩 뉴욕과 보스턴 등 미국의 몇몇 도시를 오가며 모은 공문서들입니다.

온·오프라인 등기소를 다 뒤진 셈이죠. 특히 동명이인일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한국의 등기서류와 대조하는 작업도 했습니다.

온라인 자료와 오프라인 자료로 나눠볼때 직접 방문해서 자료를 찾는 오프라인 방식이 70% 정도, 온라인은 30%쯤 됩니다.

미국에서는 정부의 관공서 자료들에 접근하기가 한국에 비해 쉬운 편이라고 들었습니다만.
한국도 많이 편리해 진 거 아닌가요? 미국도 비슷한 수준입니다. 다만 이곳에서는 한국보다 더 상세한 자료를 얻을 수 있긴 해요.

예를 들어 야후나 구글 등과 같은 포털사이트에서 뉴욕의 한 주소를 창에 넣어 검색하면 부동산 전·현 소유주까지 다 나옵니다.

미국에선 부동산의 경우 매매계약서와 은행 융자서류, 위임장까지 다 공개하도록 하고 있거든요.

한국 정·재계 인사의 ‘부동산 쇼핑’을 폭로하신 것과 관련해 여쭙겠습니다. 한국인의 해외 부동산 거래에 대한 규제가 그동안 많이 풀린 게 사실인데, 굳이 그것을 문제 삼을 필요가 있냐는 지적이 있는데요.
부동산 거래의 발생 시점에서 판단해야 한다고 봅니다. 만약 1985년이라면 그 당시가 2000년 이전이었기에 (부동산 해외거래 시) 규제를 받아야 되는 상황이 맞습니다. 그때의 시각으로 보면 ‘아, 당시 은행에 신고 안 했겠구나’라고 추측할 수밖에 없지 않을까요.

정치권 인사 외에 재벌 총수들의 부동산 거래와 관련해 문제점을 지적한 것도 있습니다.
설마 부동산 거래 시 계약서 문건이 100% 공개될 거라고는 전혀 예상 못했을 겁니다.

이곳에서는 부동산 거래내역이 일반인들에게 공개되는데 한국의 ‘공시지가 공개’처럼 현 부동산 소유주는 누구이며 세금을 얼마나 부과했는지까지 다 알 수 있습니다.
이렇다 보니 ‘내 이름이 드러나겠구나’ 해서 재벌 총수들이 별도의 법인을 만들어 기명을 피하려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하지만 조금만 더 추적하면 실제 소유주를 찾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아요.

"‘상식이 통하는 세상을 만들어보자’는 게 목적이다. 한국사회에서는 어떤 사안과 관련해 누군가가 실정법을 위반했더라도 공감하는 부분이 있는가 하면, 어떤 경우는 법망을 피했지만 일반 정서상 용납할 수 없는 부분들도 있지 않나."

장영신, 송혜교와 함께 박용만 회장도 같은 콘도를 구입했다는 의견을 올렸습니다. 박 회장의 어떤 부분을 지적하고 싶으셨는지.
아, 박 회장의 경우 부동산 거래를 잘한 케이스라고 말하고자 했어요. 장영신 회장이나 송혜교 씨가 모두 캐시(현금)로 콘도를 산 것인데 미국 내 부동산 거래에서 ‘올 캐시(All Cash)’는 전체의 0.1%도 안 될 겁니다.

거기에 비해 박 회장은 은행융자를 받아서 콘도를 구입했지요. 지극히 정상적인 거래를 했다는 점을 부각시키고자 한 겁니다.

지금까지 10여명의 정·재계 인사들과 관련한 자료를 올렸습니다. 앞으로 추가 공개할 문건들의 주인공들은 누구입니까.

현재 어떤 것부터 올려야 되나 고민 중입니다. 자료가 일목요연하게 정리되는 대로 게재할 생각인데 재벌 회장의 경우 총수 당사자는 없고 재벌 패밀리의 자료가 있어요. 계열사 회장을 포함해 한 2~3명 정도 직위를 갖고 계신 분들로 함축하고 있습니다.

개인적인 질문을 드려보겠습니다. 자료 수집과정에서 힘든 점이 많았을 텐데요.
많이 지칩니다. 특히 한국사람과 관련된 자료를 찾는 일을 반복해야 되니 어떤 날은 하루에 한 건을 찾기도 어려울 때가 많아요.

이런 일에는 세 가지가 필요합니다. 첫째는 시간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고 둘째는 카피(복사)해야 하니 돈이 필요하고, 마지막으로는 끈기가 있어야 합니다.

가족들이 반대하지는 않았나요.
반대고 뭐고를 떠나 집사람은 이미 이골이 나 있어요. 이제는 그러려니 하며 내조해 주는 편입니다.(웃음)

일부 방문객들이 보수언론으로 평가받는 한 일간지 사이트를 블로그에 링크시켜 놓은 것을 두고 반발이 많던데요.
그것 때문에 생각이 다른 사람 간에 ‘불신의 장벽’이 높고 ‘감정의 골’이 깊다는 느낌을 받아 안타깝습니다.

단지 뉴스창을 달 수 있는 기능이 그 매체에 있어서 링크시켜 놓은 것인데 그것이 논란이 될 줄은 몰랐거든요.

그러면서도 다른 한편에서는 ‘빨갱이, 빨갱이’ 운운하기도 하고요.(이 질문이 작용한 것인지는 모르나 18일 아침에 보니 논란이 된 언론사이트에 대한 링크는 해제돼 있었다.)

일부 국민들의 비판적인 시각과는 별도로 실명이 공개된 당사자들로부터 법적인 대응을 받을 수도 있지 않나요.
그럴 수 있다고 봅니다. 만약 그런 일이 생길 경우 상황에 맞게 대처할 생각입니다.

뉴욕 현지에서의 반응은 어떻습니까. 한인들 사이에서는 제법 유명해졌을 텐데요.
그런 점 때문에 처음에는 ‘재미동포’라고 소개한 거였는데 이제는 많은 사람들이 알아버렸습니다. 어느 회사에 다녔다고 얘기 안 하려고 했거든요.

여론은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 괜히 알고 있는 회사동료나 지인들에게 안 좋은 영향을 끼칠 수도 있잖아요.

사실 돈벌이도 안 되는 일 아닌가요. 경제적인 부분은 어떻게 해결하시는지.
잘 아는 선배 한 분이 경제적으로 도움을 주고 계십니다. 그분께 피해가 갈까 봐 이런 일을 하는 것을 말도 안 꺼냈는데, 고맙게도 언론을 통해 아시고 나서는 ‘나 신경 쓰지 말고 열심히 해보라’며 이제는 격려까지 해주시네요.

일부에서는 ‘제2의 미네르바’로 평가하는 시각도 있습니다.
글쎄요. ‘미네르바’하고는 연관성이 없는 것 같아요. 미네르바의 경우 그분은 자기가 예측해 주장하는 것이고 저는 정부기관 공문서, 즉 증거서류를 갖고 분석해 의견을 덧붙인다는 점에서 다르다고 봐요.

제가 올린 글을 보고 다시 다른 사람들이 추가해서 밝혀낼 것은 더 밝혀졌으면 하는 바람에서 이 일을 하는 거거든요.

앞으로 비판적인 시각이 더 많아지더라도 계속 글을 올리실 생각이십니까.
물론입니다. 자료공개를 계속하고 글도 계속 쓸 겁니다.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혹시 나중에라도 한국에 돌아오고 싶은 생각은 없으신지요.
글쎄요.(웃음) 여기서의 할 일이 많아서인지 한국으로 돌아가겠다는 생각은 아직 안 해봤습니다.

김진욱 기자 action@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