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행(BOJ)이 장기국채 매입 확대를 통한 공격적인 경기부양책을 발표한 지 두 달여 만에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지난 23일에는 연초 이후 40% 이상의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던 니케이 지수가 하루 만에 7.3%나 하락했다. 미국의 출구전략 우려와 중국 제조업 PMI 둔화 등이 원인으로 작용했다.

특히 중국 제조업 PMI가 50을 밑돌자 엔화 약세에도 불구하고 수출 경기 악화로 인해 일본 기업들의 실적이 악화될 것이란 우려가 반영됐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갑작스런 니케이 지수 하락 요인으로 이상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일본 국채 금리를 든다.

일본의 10년물 국채 금리는 지난 1월 중순 0.80% 초반을 기록한 이후 하락하기 시작해 4월 4일 BOJ의 양적완화 확대 정책이 발표된 이후에는 0.50%까지 도달했다. 엔달러 환율이 90엔에서 100엔에 이르는 기간 동안 일본 국채 금리는 약 30bp 떨어졌고, 니케이225지수는 1만엔에서 1만5000엔 선에 근접했다.

과거 사례를 살펴보면 엔달러 환율은 니케이 지수와 같은 방향으로 움직였다. 일본 장기국채 금리도 예외는 아니다. 하지만 1월 중순 이후 4월 중순까지 엔달러 환율은 상승하고, 니케이 지수는 급등한 반면 일본 국채 금리는 하락했다. 이처럼 일본 국채 금리가 하락하게 된 이유는 일본은행이 매월 국채를 꾸준히 매입한 데다, 글로벌 벤치마크 금리인 미국 국채 금리도 하락세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4월 중순 이후 국채 금리의 행보가 달라졌다. 상승세를 타기 시작한 것이다.

문정희 KB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4월 중순 이후 일본 국채 금리가 상승하기 시작한 것은 엔달러 환율의 상승과 엔저 심화에 대한 불안심리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시장에서는 이번 증시 하락이 아베노믹스의 거품 붕괴 전초 현상이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당초 아베 신조 총리가 7월로 예정된 참의원선거까지는 엔저 기조를 정책적으로 이끌 것이란 게 시장의 분석이었다. 하지만 예상보다 빨리 아베노믹스의 부작용이 현실로 나타나자 엔저 기조를 정책적으로 이끌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는 것이다.

이승우 KDB대우증권 글로벌 애널리스트는 “미국이 양적완화 축소 등 본격적으로 출구전략을 실시할 경우 일본도 양적완화를 지속할 명분이 사라지게 된다”고 진단했다. 지금처럼 공격적 엔저를 추진할 수 없게 된다는 것이다. 미국에서 시작된 출구전략이 다른 나라에도 영향을 미쳐 공격적 양적완화를 지양하는 분위기가 형성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100엔을 넘어선 엔달러 환율이 다시 100엔 밑으로 떨어질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됐다. 다만 이 같은 현상이 장기로 이어지기보다는 단기적인 현상이 될 가능성이 높으며, 이후 100엔을 회복할 것으로 허재환 KDB대우증권 거시경제 이코노미스트는 내다봤다.

또한 아메노믹스가 만들어낸 엔저가 엔고로 돌아설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시중금리가 인상된다면 제로금리로 대출됐던 엔 캐리 자금의 이자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럴 경우 엔 캐리 자금이 일본 엔화에 대한 수요를 증폭시켜 엔저가 엔고로 반전할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그러면 결과적으로 아베노믹스는 아베 총리의 의도와는 달리 엔고현상과 함께 높아진 일본의 GDP 대비 정부 부채 비율로 귀착될 개연성이 높다.

이는 비단 일본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이 같은 현상이 지속될 경우 글로벌 금융시장도 타격을 피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이에 시장은 다시 엔달러 환율에 주목한다. 문정희 이코노미스트도 아베노믹스의 성패가 향후 엔달러 환율의 향방에 달린 것으로 진단했다.

앞으로 주가 상승폭이 축소되거나 엔달러 환율이 하락폭을 확대한다면 일본 정부의 디플레이션 탈출 정책이 실패할 가능성이 크다. 다만 일본 정부가 더욱 강력한 정책을 시행해 엔달러 환율 하락을 방어한다면 금융시장의 조정압력은 제한적 수준에 그칠 수도 있다. 문 이코노미스트는 엔달러 환율은 1차적으로 99엔 수준, 2차적으로 96엔에서 멈출 것으로 예상했다. 만약 하락폭이 커진다면 일본 금융시장의 혼란에 이어 글로벌 금융시장에 대해서도 적지 않은 혼란을 야기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