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복기 소장 은국내 PB시장을 좌우할 열쇠를 ‘고객만족’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상호심리관계(Rapport)와 특별대우(Differentiation)는 중요한 포인트라고 지적했다.

지난 9월16일 은행연합회에서 여성금융인네트워크 모임이 열렸다. 국내 금융사들의 부사장, 본부장급 임원에서부터 일선 지점장까지 여성 금융인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금융 현안에 대한 이야기뿐만 아니라 도무지 어디로 튈지 방향을 알 수 없는 증시에 대한 고민, 고객을 어떻게 사로잡아야 할지 영업에 대한 고민까지 이야기가 끊이질 않았다.

최근 금융권 핫이슈인 황영기 회장 징계에 대해 한 시중은행 지점장은 “우리은행에 있을 때 사장님의 말씀이 맞는 방향이라고 생각하고 다같이 움직였는데 그게 잘못된 방향이었다는 결정이 나고 보니 무엇이 맞는 것인지 혼란스럽다”고 말하기도 했다.

또 다른 시중은행 지점장은 “지점에서 말단직원이 잘못해도 지점장이 책임을 지는데 공적자금이 투입된 은행의 책임자로서 잘못된 투자결정에 대한 책임을 지는 것은 당연하다”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자기네 은행은 안 그래?”

최근 화두인 ‘출구전략’에 대해서도 의견이 분분했다.
한 임원은 “유동성을 흡수하기 시작하면 쓰러지는 기업들이 나올 것”이라면서 “정부 정책은 이미 유동성을 흡수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시중은행 본부장도 “큰 틀에서 보면 출구전략은 시작됐다고 봐야 한다”면서 “보증기관에서도 가능성 있는 곳만 대출을 하라는 시그널을 보내고 있고 가계대출도 줄이고 있다”고 말했다.

한 시중은행 지점장은 “정부가 현재 가장 효과적으로 유동성을 흡수하고 있는 것은 주택청약종합저축으로 벌써 2조원 넘게 빨아들였다”면서 “매달 정기적으로 보금자리기금도 만들고 시중유동성을 흡수하는 효자상품”이라고 귀띔했다.

인플레이션 우려에 대해서는 걱정하지 않는다고 일축했다.

한 임원은 “인플레이션은 통화량의 속도가 빨라야 하는데 시중에 풀린 돈이 많다지만 속도는 빠르지 않은 것 같다”고 말하며 “환율이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고 기업들의 흑자규모가 줄어가고 있어 곧 수출주도형 경기의 한계에 봉착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른 테이블에서는 또 다른 이야기가 진행됐다.

한 시중은행 지점장이 “자기네 은행은 고객 집 앞까지 선물 배달 간다면서? 그 얘기 듣고 너무 놀라서 물어보러 왔잖아”라고 묻자 또 다른 은행 지점장은 “당신네 은행만 안 하는 거야. 다른 은행들도 다 해. 나는 사과박스까지 들어봤어. 엘리베이터 고장나서 6층까지 사과박스 들고 올라갔었잖아. 그날 몸살 났다니깐”하고 대답한다.
이런 고민도 있었다.

“고객이 주식 사달라고 50억원을 맡겼는데 조금 있으면 빠질 것 같아 조정되면 들어가려고 기다렸는데 그날 30포인트가 오른 거 있죠. 고객에게 뭐라고 해야 할지 눈앞이 캄캄했다니까요.”

그녀들도 주식 매수타이밍을 잡지 못해 실수했던 경험담, 월급쟁이가 겪는 고민들을 갖고 있는 평범한 직장인인 것이다.

“집사형 PB시대는 갔다”

이날 모임에서는 ‘변화의 물결 PB시장’이라는 주제로 정복기 삼성증권 PB연구소장의 강의가 열렸다.

국내 PB센터들은 부자들에게 각종 우대서비스를 무료 혹은 저금리로 제공하기 때문에 적자를 낼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것이다.

“최근에는 회사채를 원하는 부자들이 늘었어요. 외환위기 때도 안 찾던 트리플B까지 찾고 있습니다. 또 하나는 ELS를 찾는 부자들이 늘었다는 거예요. 은행이자로는 만족 못하고 주식과 펀드는 위험하다고 생각하는 고객들이 대안으로 다시ELS를 찾고 있는 것이죠.”

정복기 소장은 최근 달라지고 있는 부자들의 투자 트렌드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국내 부자들은 해마다 늘어 세계 10 위권안에서 지속적으로 그 순위가 올라가고 있는 추세다. 그만큼 PB시장의 가능성이 무한하다는 것이다. 이에 고객들이 변하고 있는데 PB들이 변하지 않으면 도태될 수밖에 없다고 일갈했다.

그는 국내 PB시장을 좌우할 열쇠를 ‘고객만족’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상호심리관계(Rapport)와 특별대우(Differentiation)는 중요한 포인트라고 지적했다.

국내 부자들은 친밀한 커뮤니케이션과 나만을 위한 특별대우를 원하기 때문이다.
그는 또 “부자들이 금융사를 선정하는 이유 중 50% 이상이 ‘정보’를 결정요인으로 꼽았다”면서 “앞으로는 정보 때문에 은행에서 증권사로 넘어가는 고객들이 많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 소장은 또 “이제 집사형 PB의 시대는 갔다”면서 “은행 PB들도 체계적으로 변하지 않으면 살아남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희나 기자 hnoh@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