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하이오주의 한 여성이 슈퍼마켓에서 독자적으로 생산한 시리얼 제품을 구입하고 있다.


경기불황으로 주머니가 얇아진 미국 소비자들이 브랜드 이미지에 현혹되기 보다는 실속을 챙기겠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널리 알려진 브랜드 제품 대신에 ‘PB(Private Brand, 자가 상표)’상품 구입이 증가하는 추세다.

미국 경기불황으로 새로운 소비규칙이 생겼다면 바로 ‘욕구(Wants)’보다는 ‘필요(Needs)’에 따라 소비한다는 것이다.

오랫동안 미국 소비자들은 5달러짜리 커피부터 200달러에 이르는 청바지까지 자기 과시용으로 물건을 구입하는 경향을 보여왔으며, 기업들은 이에 맞춰 더 많은 상점을 열고 더 많은 제품을 시장에 선보여왔다.

그러나 경기불황과 함께 찾아온 높은 실업률과 낮은 신용카드 한도액은 소비자들이 반드시 필요한 물품만을, 더 좋은 가격대에 구매하도록 만들어버렸다.

이러한 소비형태의 변화에 대해 업체들은 소비자를 유혹하기 위한 할인행사와 쿠폰 발행으로 맞서왔으나, 결국에는 ‘소형화’ 전략으로 귀결되고 있는 상황이다.

소매점들은 비즈니스를 계속하기 위해 어떠한 상품을 진열할지에 대해서도 예전보다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

예전보다 상점에 비축하는 제품 양을 줄이는 대신, 운송비가 들더라도 잦은 배달을 선호하는 추세다.

잦은 배달은 상점 자체를 신선하게 보일 뿐 아니라 저장 주기를 단축시킬 수 있다. 예전 100일을 넘겼던 재고량이 최근 들어 45일 정도로 줄었다.

과거 쉽게 가격할인의 전략을 실행하지 않았던 P&G, 애버크롬비 (Aberc-rombie & Fitch)와 같은 고가 전략의 대기업들도 수익 악화를 못 견뎌 가격을 낮추고 있다.

2년 전 26% 수준이었던 자체 브랜드 비즈니스가 2009년 37.5%로 증가했으며, 수년 내 자체 브랜드를 선보이는 업체가 50%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2009년 7월 기준 PB상품 매출액은 859억달러로 지난해 대비 7.4%, 판매 개수 기준으로도 5% 증가했다.

P&G는 최근 수익이 지난해 같은 분기보다 18% 감소된 25억달러에 그쳤다고 발표했다. 바운티 페이퍼 타월, 타이드 세제 등 대표 브랜드를 포함한 대부분 판매가 11% 감소하였는데, 전문가들은 판매 감소를 되돌리기 위해서는 앞으로 수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P&G 뿐만이 아니다.

소비재시장 세계 3위 유니레버, 크리넥스 티슈 제조회사인 킴벌리 클락, 냉동식품 제조기업 사라 리, 치약 및 비누 제조기업 콜게이트-팔몰리브 등이 모두 지난 분기 수익이 감소했다.

‘소비재시장에는 불경기가 없다’라는 명제가 한때 정설처럼 여겨졌지만, 이번 경기불황에서만큼은 예외로 남지 못하고 있다.

유통업체들의 PB상품과의 경쟁이 심화된 것이 대표적인 원인으로, PB상품은 브랜드 제품에 비해 25% 정도 가격이 낮아 1센트라도 아끼고픈 소비자의 심리를 정확히 자극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통업체들도 높은 수익을 기록할 수 있는 자사의 PB상품에 더 많은 자리를 내어주면서 대기업 브랜드 제품의 입지는 점점 좁아지고 있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학 마케팅 전문가 장-베네딕트 스틴캠프는 PB상품 점유율이 월마트 20%, 크로거는 35%에 이르고 있다고 말했다.

2008년 PB상품 판매는 미국이 9%, 유럽이 5% 증가하였으며, 중간급 브랜드도 이미 PB상품에게 밀려 경쟁력을 많이 잃은 상태이다.

대다수의 전문가들이 불황기에 PB상품의 경쟁력이 높아진다고 주장한다. 또한 조사기관 번스테인은 경기불황 중 PB 상품을 사용한 소비자 중 절반이 다시 브랜드 상품으로 돌아오지 않는다는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PB상품의 품질이 좋아지고 PB상품과 값비싼 브랜드 제품 사이의 차이점을 알아내

구본경 실리콘밸리KBC 차장

는 일도 어려워지고 있다.

경기불황이 끝나고 난 뒤에도 PB상품의 열기가 지속될 것이냐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PB상품은 주로 불황에서 판매가 증가하였고, 경기가 회복되면 다시 판매가 감소되어 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PB상품시장 확대가 가격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품질 향상까지 동반되어 일어났다는 점에서 소비자들의 PB상품 사랑이 지속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