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의 70%를 수출에 의존하고 있는 기계 제조업체 A사는 계속되는 원화강세와 엔저로 인해 최근 수출물량은 30~50%, 영업이익은 30~40% 급감했다.

품질을 인정받아 최근 주문량이 증가하고 있는 B사의 경우, 자사제품을 일본 기업에 납품해야 하지만 엔화 약세로 매달 100~200만원의 환차손이 발생하고 있어 마냥 웃을 수도 없어졌다.

국내 중소기업들의 수출 경쟁력 확보에 필요한 엔·달러 환율이 한계 수준을 이미 넘어선 것으로 조사됐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수출 중소기업 500개사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집계한 결과, 중소기업이 판단하는 수출경쟁력 확보를 위한 엔·달러 환율 마지노선은 101.1엔으로 집계됐다고 23일 밝혔다. 

23일 오후 1시 40분 기준 엔·달러 환율이 102.67엔까지 오른 만큼 상당수 수출기업의 피해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또 이 같은 엔저 현상이 지속돼 달러당 엔화 값이 110엔에 이를 경우, 우리나라 중소기업총수출은 14.4% 감소할 것으로 추산했다.

업종별 마지노선을 살펴보면 ▲반도체·디스플레이(97.7엔), ▲석유화학’(99.6엔), ▲자동차·부품(99.7엔), ▲정보통신기기(100.3엔), ▲음식료·생활용품(100.7엔), ▲섬유·의류(100.9엔), ▲고무·플라스틱(101.1엔), ▲가전(101.3엔) 등 대다수 업종의 환율 마지노선이 붕괴됐고, ‘철강’(103.0엔), ‘기계·정밀기기’(103.2엔), ‘조선·플랜트’(103.5엔)도 마지노선에 근접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엔화 값이 110엔에 이를 경우 중소기업 총수출은 14.4% 감소할 것으로 예상됐다. 업종별로는 ‘음식료·생활용품’(-26.5%), ‘고무·플라스틱’(-20.5%), ‘반도체·디스플레이’(-20.0%)의 수출이 20%이상 급감하고, ‘철강·금속’(-18.6%), ‘조선·플랜트’(-13.6%), ‘자동차·부품’(-12.5%) 등도 10% 이상 수출이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다.

대한상의는 “원화상승과 엔화하락이 겹치면서 세계시장에서 국내 중소기업들의 가격경쟁력이 저하되어 수출시장을 일본기업에 빼앗기고 있다”며 “내수가 침체된 상황에서 수출마저 부진하여 중소기업의 체감경기가 급속히 위축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지난해 하반기 수출은 전년동기 대비 3.1% 감소하며 부진을 면치 못했다. 올해 하반기 수출도 엔저 탓에 부진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500개 조사 기업 중 응답기업의 43.7%는 ‘전년동기 대비 비슷한 수준’이 될 것이라고 답했고, ‘줄어들 것’이라는 답변도 26.3%로 나타났다.

전수봉 대한상의 조사1본부장은 “아베노믹스로 촉발된 글로벌 환율전쟁이 심화되면서 기업들은 마땅한 대응책을 찾지 못한 채, 정부의 환율대책이 마련될 것을 고대하고 있다”며 “정부는 환율변동으로 인한 기업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강도 높은 지원책을 마련하고, 기업경영에 부담이 되는 요인을 제거해 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