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유위한 '보건단식'.. 마음을 비우는 '힐링단식'과 몸을 비우는 '다이어트단식'으로 진화

 

요즘 단식 열풍이 거세다. 지난 3월초 한 공중파방송에서 공복(空腹)의 효과가 집중 소개된 이후 불과 한 달여만에 단식은 각종 매스컴과 서점가를 휩쓸며 뜨거운 관심사로 떠올랐다.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에 따르면 단식은 “음식이나 음료 또는 2가지를 모두 섭취하는 것을 금하는 일”이다. 사전적 정의처럼 단식은 장기간 곡기를 끊는 고통스런 행위여서 종전에는 질병치유를 위한 ‘보건단식’이 주를 이뤘다. 보건단식은 치료가 목적인 만큼 도시에서 떨어진 조용한 자연 속에서 이뤄져 건강한 사람에게는 관심 밖이었다.그런데 단식 효과에 대한 다양한 분석들이 나오면서 단식은 다양한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 보건단식은 명상을 접목한 힐링단식으로 확장되었고,단식의 다이어트효과가 과학적으로 증명되면서  체중감량을 위한 ‘다이어트단식’도 주목받기 시작했다. 이와 함께 다소 지루할 수 있었던 단식프로그램이 대폭 개선되고 있고 단식원도 산을 벗어나 도심 속으로 들어오고 있다. 효소단식 생수단식 등 식이요법이 동반되는 단식법은 물론 먹고싶은 것을 다 먹으면서 하는 신종단식법도 속속 소개되고 있다. 직장생활을 하면서도 수행할 수 있는 간헐적 단식,1일1식법,소식을 습관화하는 니시건강법 등도 언론에 보도될 때마다 비상한 관심을 모을 정도다. 노출의 계절을 앞두고 새롭게 조명되고 있는 단식의 모든 것을 살펴본다.

 

자연으로 돌아가 ‘마음’을 비우는 힐링단식

새벽 6시 자리에서 일어나자 마자 유명산에 오른다. 1시간 정도 걸어 올라가면 정상에 도착한다. 이른 아침이라 인적이 없어 온 몸을 산바람에 드러낼 수 있다. 담요나 외투 등으로 몸을 감싼 후 입었다 벗었다 하는 동작을 몇 차례 반복한다. 이렇게 풍욕법을 수행한 후에는 20분가량 정상에서 소리를 지르는 ‘울음명상’을 한다. 이렇게 하면 온 몸에서 열이 발산되고 가슴이 뻥 뚫리는 기분이 된다. 힐링단식의 하루는 이렇게 시작된다.

대기업 부장으로 재직중인 강석순(57) 씨는 매년 한 차례 경기도 가평의 단식원을 찾는다. 직장생활에 강박적으로 매달리느라 상하고 지친 몸과 마음을 치유하고 잠시나마 스스로를 배려하는 시간을 갖기 위해서다. 강씨는 단식원에서 수행하는 프로그램 중 생수단식법을 통해 그간 세 차례나 신장결석수술을 받을 정도로 불편을 겪었던 배뇨기능을 개선할 수 있었고,명상을 통해 자신을 돌아보는 과정에서 평소 욱하던 성질도 다스릴 수 있었다. 강석순씨가 매력을 느끼는 단식프로그램 중에는 우리나라 역사를 조명하는 ‘국학강의’가 있다. 수련자 스스로의 철학을 재정립하고 뿌리를 찾는 데 도움을 주려고 마련된 강좌다. 이 밖에도 강씨는 “ 각종 강의와 기체조 등이 단체활동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그 자리에서 내면의 비움을 함께 추구할 수 있는 귀중한 동료들도 얻을 수 있었다”고 말하고 있다.

유명산 명상단식원의 신근식 트레이너는 힐링단식과 관련, “몸을 비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정신을 정화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며 “무엇보다 육체와 정신의 비움이 함께 가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 같은 인식이 확산되면서 기존의 단식원들은 신체활동,식이요법과 함께 명상법들을 도입하고 있다. 수련자들이 선호하는 명상법에는 정서를 자극하는 소리를 듣는 소리명상, 가슴 깊은 곳으로부터 소리를 내는 울음명상, 고요함 속에서 진행되는 침묵명상 등이 있다.신 트레이너는 “단식의 목적이 노폐물을 배출해 몸을 깨끗이 하는 것”이라면서 “단식과 자연요법을 병행할 경우 노폐물을 더 원활하게 배출할 수 있다”고 말한다. 산에 올라 바람을 쐬는 풍욕은 혈액순환을 원활하게 해주고 냉온수에 번갈아 몸을 담그는 냉온수욕은 노폐물을 배출시켜 피부를 맑게 하는 효과가 있다. 호흡수련을 통해 오장육부의 기혈순환을 돕는 기체조, 진흙팩을 온몸에 발라 몸 속 노폐물을 뽑는 일라이트힐링, 숙변과 나쁜 열을 배출시켜주는 된장찜질도 제독효과가 높은 자연요법이다.노폐물의 원활한 배출을 위해 자연요법과 함께 생수와 효소 섭취를 병행하기도 한다. 곡기를 끊는 단식에서 생수단식이 기본이지만 효소단식, 표고단식, 생소금단식, 벌꿀단식 등 변형단식의 종류가 많다. 이 중 가장 널리 이용되는 건 효소단식이다. 김중호한의원의 김중호 원장은 “한끼분으로 포장된 효소는 열량이 150kcal이면서도 공복감과 무력감을 없애주기 때문에 단식에 도움이 된다”면서 “효소는 각종 야채를 6년간 숙성시켜 만들어 비타민, 미네랄 등이 풍부하고 변비해소, 숙변제거 등 효과가 뛰어나다”고 설명했다.단식 프로그램은 기본적으로 2주에 걸쳐 진행된다. 단식원측에 따르면 몸 안의 독소를 모두 없애는데 보통 14일이 걸리기 때문이다. 단식개시 72시간이 되면 체내 독소가 제거되고 해로운 성분이 배출되기 시작한다. 이 때 몸 안의 취약부위에 통증이 나타나거나 어지러운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이는 자연치유력이 살아나면서 인체가 건강해지기 위해 나타나는 명현반응이다. 김 원장은 “인체의 기혈순환이 되고 막혔던 부분들이 뚫어지면서 반응이 나타나는 것이라 병이 악화된 것으로 오해할 수 있다”면서 “명현반응이 나타나는 시기를 넘기면 단식의 가장 큰 고비를 극복한 것이므로 이후로는 포도당이나 이온음료로 충분히 버틸 수 있다”고 설명한다.

 

도심 속에서 ‘몸’을 비우는 다이어트단식

대학 휴학생 임보민씨(23)는 요즘 오전 7시 50분 기상하면 줄넘기와 배드민턴을 챙겨들고 삼청공원으로 간다. 산책로를 따라 다섯 바퀴를 돌면 1만보를 걷게 된다. 단식원으로 돌아온 후에는 헬스시설에서 간단한 근력운동을 하고 오전 11시부터는 다이어트댄스와 스트레칭 프로그램을 수행한다. 식사는 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지만 완전단식 7일 후 숙변을 제거한 수련자의 경우 아침 회복식을 먹게 된다. 운동 중 지친 사람들은 이온음료를 마셔도 된다. 오후 운동을 재개한다. 요가운동, 삼청공원 산책 등 오후에도 일정이 빡빡하다. 서울 삼청동 소재 A 단식원 수련자의 일상이다.

임보민 씨는 다이어트와 요요현상을 반복해왔다. 혼자 집에서 무작정 굶을 땐 중도에 자제력을 잃어 다이어트에 실패했고,‘다이어트합숙소’에서 합숙할 때는 무리한 운동으로 무릎 연골이 파열되기도 했다. 임씨는 갖가지 다이어트방법에 실패한 끝에 결국 단식원 문을 두드렸다. 원래 정통단식법을 수행하는 단식원에 대해 심리적 부담이 컸지만, 임씨가 찾아간 도심 속 단식원에는 헬스, 요가 등 다양한 운동프로그램들이 마련돼 있어 다이어트를 하기에 적격이었다. 물론 도심한복판에 있어 집과 가깝더라도 단식기간중 외출은 제한된다. 임씨는 4일째 생수만 섭취 중이고, 운동할 때는 이온음료로 기운을 되찾는다. 감량목표는 한 달내 12kg 감량인데,이미 4kg을 감량한 상태다.다이어트단식도 힐링단식처럼 프로그램이 치밀하게 구성되어 있다. 하지만 단식원 건물안에 노래방, 헬스장 등 다양한 시설이 마련돼 있어 지루함을 덜게 해준다. 임씨는 “단순히 굶는 것보다는 힘들더라도 다양한 운동과 활동들을 병행해야 확실한 감량효과를 볼 수 있을 것같다”며 “단식원 동료들과 함께 진행하니 자제력을 잃지 않고 오랫동안 절제생활을 유지할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최근들어 비만환자들이 건강을 회복하고 생활의 리듬을 되찾기 위해 단식원을 찾고 있다. 이에 따라 유산소 운동을 강화한 도심 속 단식원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이 들 중에는 헬스시설을 비롯해 노래방, 골프장 등 레크리에이션 시설들이 마련된 단식원들이 적지 않다. 장미수 코리아단식원 원장은 “아직도 단식을 하려면 자연과 가까운 곳으로 가서 정적인 생활을 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남아 있다”면서 “요즘은 단식원이 업그레이드되어 체중감량 단식과 함께 체력강화프로그램과 오락시설들을 겸비하고 있어 단식기간이 지루하지 않다”고 말했다. 단식기간은 감량목표에 따라 유동적으로 조정한다.

생수단식, 효소단식을 비롯한 식이요법은 다이어트단식에서도 매우 중요한 요소다. 이러한 식이요법들을 강도 높은 운동과 병행하면 더 큰 효과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단식보다 중요한 것이 사후관리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효소단식을 하고 난 후에는 위장에 소화액이 없는 상태라 액체류만 먹어야 하는데 갑자기 많은 음식을 섭취하면 위궤양 등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장미수 코리아단식원 원장은 “잘못된 단식은 만병의 근원이 될 수 있다”며 “단식 후 두 배의 기간 단계적으로 보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통 2주간 진행되는데 완전회복식 3일, 반 유동식 4일, 원푸드다이어트 7일의 3단계로 구성된다. 1단계는 위액 분비를 원활하게 할 수 있는 이유식단계, 2단계는 알칼리성 웰빙 자연식을 먹는 회복식단계, 3단계는 한 가지 식품을 선택해 1일 3식으로 돌아오는 식이다. 탄수화물과 동물성 지방을 피하고 단백질, 무기질, 비타민, 야채 위주로 꾸준히 섭취하는 게 좋다.

 

<먹으면서 단식하기>

 

일상생활 속에서 ‘간헐적’으로 하는 단식

단식원에 머물면서 수행하는 힐링단식, 다이어트단식 이외에 일상생활 중 시도할 수 있는 간편한 단식법들이 각광받고 있다. 일상생활에 영향없도록 식사를 하면서 체중을 줄이고 건강을 관리할 수 있는 간헐적 단식이 대표적이다. 말 그대로 ‘시간의 간격을 두고서 가끔씩 하는’ 단식인데 이처럼 짧은 단식을 반복하는 것이 칼로리 제한법으로 매일 소식하는 것보다 효율적이라고 한다. 지난 3월 한 공중파방송의 특집프로그램에서 소개됐던 조경국(42) 씨는 “간헐적 단식은 항상 배고픔에 시달려야 하는 칼로리 제한법이나 며칠씩 배고픔을 참으며 길게 하는 단식과는 달리 일시적 허기감만 견디면 된다”고 설명한다. 간헐적 단식법으로는 일주일에 1~2회 시행하는 24시간 단식법과 아침 한 끼만 굶는 16시간 단식법 등 다채로운 방식이 실험되고 있다.

24시간 단식법은 주 1, 2회 24시간 동안 단식하고, 일주일에 두세 번 정도 간단히 근력운동을 실천하면 된다. 칼로리를 계산할 필요도 없고, 식단표도 없는 매우 간단한 방식이다. 최근 영국 BBC방송이 보도한 ‘5:2 다이어트'도 간헐적 단식법의 일종이다. 일주일중 5일은 평소처럼 식사하고, 나머지 2일간 남자는 하루 600kcal, 여자는 500kcal를 섭취하는 방법이다. 저녁식사 후 단식을 시작했다면 그 다음날 저녁식사를 하고, 점심식사 후 단식을 시작했다면 그 다음날 점심식사를 하면서 단식을 끝내는 식이다.

이틀을 연이어 단식하는 것보다는 단식 날 사이에는 적당한 간격을 두는 것이 좋다는 전문가들도 있다. 박용우 리셋의원 비만클리닉 대표원장는 월요일과 목요일 주 2회만 1일 1식 하는 방법을 택해 효과를 봤다. 조경국 씨도 “최소한 단식을 한 다음날 하루는 평소처럼 식사를 하면서 충분히 쉰 뒤 그 다음날 다시 단식하는 것이 좋다”고 설명했다.

아침 한 끼만 거르는 16시간 단식법도 있다. 매일 해도 무방하며 보통 일주일에 5회 정도 시행한다. 단식 시간은 짧지만 자주 시행하면 24시간 단식법과 비슷한 효과를 얻는 것이다. 하루 중 8시간의 ‘식사허용시간’을 유지한다고 보면 된다. 식사허용시간에는 건강에 무리가 없도록 충분한 양의 칼로리를 섭취하는 것이 좋다.

보디빌딩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이 선호하는 방법인 ‘린 게인즈’도 16시간 단식법의 일종이다. 하루 8시간의 식사 허용 시간 동안 세 끼 식사를 하도록 한다. 운동은 주로 오후에 하는 첫 번째 식사와 두 번째 식사 사이에 하도록 권장한다.

 

하루에 한 끼만 먹는 ‘1일1식’

‘1일 1식’은 일본의 나구모 요시노리(58) 박사가 창안한 방식으로 16~24시간 정도 배고픈 상태를 유지하는 식사법이다. 배가 고플 때 장수 유전자로 불리는 ‘시르투인’이 활성화 되고 IGF-1 호르몬이 줄어들면서 손상된 세포를 치유하는 시스템이 가동된다. 이로써 당뇨병 및 치매 등의 성인병을 예방하며 수명을 늘릴 수 있다는 게 1일 1식을 옹호하는 사람들의 주장이다.나구모 박사는 아침에 껌 하나만 씹고 찬물로 몸을 씻으며, 오로지 저녁에만 필요한 식사를 한다. 30대에 비만과 고혈압 등으로 고생하던 그는 ‘1일 1식’ 식사법을 책으로 펴냈고 약 60만 부가 팔렸다. 그러나 나구모 박사는 “1일 1식은 하나의 제안이다. 1일 1식을 꼭 해야 한다고 말하지 않는다. 자신의 몸과 대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했다. 전문가들도 “1일 1식 식사법을 꼭 지키는 것보다 적당한 공복 상태를 유지하는 게 중요하며 정도는 사람마다 다를 수 있다”고 조언했다.

 

소식을 습관화하는 ‘니시건강법’

끼니를 거르지는 않되 식사량을 제한하는 소식법도 있다.

니시의학은 일본의 니시 가쓰조에 의해 창안된 통합의학이다. 인체가 가진 자연치유력을 강화해 질환에 적용하는 것이다. 잘못된 습관들만 개선해도 몸이 자가치유력을 발휘해 웬만한 질환은 스스로 치료해낸다는 개념이다. 건강유지와 생활습관 교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니시의학’이 주목받고 있다.

니시요법은 하루 2끼 소식, 필요에 따른 단식, 1일1회 냉·온 교대욕법, 풍욕으로 산소 공급, 딱딱한 침대와 경침 이용, 금붕어 운동·모관운동 등 해독운동, 생야채 섭취를 실천하는 것이다. 칼로리 위주의 식단을 금지하며, 균형 잡힌 식단을 추천한다.

육식은 가능한 억제하는 것이 좋으며 생선을 섭취하는 것은 어느 정도 허용한다. 물론 생선도 굽거나 튀기는 것은 좋지 않고, 가능한 한 쪄서 먹는 것을 권한다. 제철의 신선한 채소도 좋다. 특히 니시식 식단은 이상즙을 권한다. 이상즙이란 뿌리채소 2~3가지와 잎채소 2~3가지, 즉 5가지의 채소를 갈아서 건더기와 같이 하루 2번 식사 전에 먹는 것이다.

또한 니시식 식단에서는 조식폐지를 권한다. 아침을 먹지 않고 점심과 저녁, 두 끼를 먹는데 점심은 오전 11시 30분경, 저녁은 오후 5시 30분경에 하는 것이 좋다. 이 두 번의 식사에 이상즙을 갈아서 같이 복용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