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기업들은 ‘동행’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상생협력을 강조하고 있다. 글로벌 경쟁 패러다임이 단일기업 간의 경쟁에서 기업생태계 간 경쟁으로 전환되면서 최근 기업들의 상생행보가 급속히 빨라지고 있다.

재계가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일감나누기, 상생펀드 조성 등 상생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글로벌 경쟁 패러다임이 개별기업 간 경쟁에서 기업생태계 간 경쟁으로 전환되면서 공급사슬의 역량을 높이는 일이 기업의 생존에 중요한 요소로 부각됨에 따라 협력사의 품질 경쟁력 제고에 대기업이 적극 나서고 있다.

과거 현대자동차와 도요타자동차의 경쟁력을 비교할 때 두 기업이 가진 자체 경쟁력을 비교했다면 이제는 제품의 개발과 제조에 관여한 모든 협력업체의 경쟁력을 종합적으로 비교해야 하는 시대가 됐다. 이에 대기업들은 혁신역량을 보유하고 있는 협력업체와 중소기업을 발굴, 지원함으로써 장기적으로 기업생태계를 가꾸어 지속 가능한 성장기반을 구축해 나가기 위해 상생을 강화하고 있는 추세다.

30대 그룹, 협력사에 1조6156억 지원…전년比 3.8% 증가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발표한 ‘30대 그룹의 2012년 협력사 지원실적 및 2013년 지원계획’에 따르면 30대 그룹은 올해 협력사들에게 지난해보다 585억원 늘어난 1조6156억원을 지원하겠다고 한다.

이는 지난해 지원자금의 전년대비 증가액보다 2배 이상 늘어난 수치로 인재양성, 연구개발(R&D), 생산성 향상 등 협력사의 경쟁력 강화에 필수적인 분야에 초점이 맞춰졌다. 인재양성 분야에 대한 지원은 전년대비 19.3% 늘었고 R&D와 생산성 향상 분야도 각각 8.9%, 7.6% 지원금이 증가했다.

이 외에도 금융•기술 지원, 이익배분과 성장 지원을 골자로 하는 다양한 상생협력 방안을 내놓고 있다. 시중은행과 함께 상생펀드를 조성해 낮은 금리로 협력업체들에게 대출해 주고 오픈이노베이션(Open Innovation)을 추진함으로써 거래와 관계없이 핵심기술과 아이디어를 보유한 중소기업을 발굴, 육성하고 있다. 특히 올해 들어 대기업들은 그간의 1차 협력업체 지원 중심에서 나아가 2, 3차 협력업체에까지 지원을 확대하고 있다. 대금지급 조건을 개선해 협력사들의 원활한 자금 흐름이 2∙3차 협력업체까지 이어질 수 있도록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기술력, 품질 등에서 일정 자격을 갖춘 2, 3차 협력사를 1차 협력사로 전환하는 제도 역시 활발하게 운영하고 있다.

더욱이 지난해 10월 매출액 상위 200대 기업을 대상으로 한 동반성장지수 평가에서 동반성장 전담조직을 운영하고 있거나 동반성장 추진실적을 CEO와 임직원 등의 인사평가에 반영하는 기업이 87.8%, 79.1%로 전년에 비해 각각 14.8%p, 25.2%p 증가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대기업이 동반성장을 기업경영의 필수요소로 인식하며 CEO 주도로 동반성장을 전사적으로 추진하겠다는 강한 의지로 분석했다.

1차 협력사 80% "동반성장 체감도 좋아졌다"

대기업 1차 협력사 10개 중 8개가 대기업의 동반성장 노력이 좋아졌다고 평가했다. 지난 1월 전국경제인연합회 중소기업협력센터가 동반성장지수를 조사한 결과 상당수의 1차 협력사들은 대기업들의 동반성장 추진노력에 대해 만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대기업 최고경영자(CEO)의 동반성장 의지가 강해졌다'는 의견이 85.9%에 달했다. '대기업의 소통 강화노력이 높아졌다'는 84.9%, '대기업의 1차 협력사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지원이 늘었다'는 78.3%로 조사됐다. 이에 중소기업협력센터는 지난해 30대 그룹이 협력사의 경쟁력 강화에 많은 자금을 지원했으며, 대기업 총수 및 CEO가 협력사 현장을 방문하거나 의사소통을 강화하는 등 동반성장을 기업문화로 정착시키려는 전사적인 노력에 힘입어 1차 협력사들의 동반성장 체감도가 크게 높아졌다고 분석했다.

'상생경영+α'로 기업생태계 구축해 나가는 기업

‘상생 울타리는 넓히고 협력사 스스로 자생력을 키울 수 있는 토양을 제공한다. ’ 최근 기업들은 ‘동행’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상생협력을 강조하고 있다. 이들이 제시한 상생협력 대책은 상생협력의 울타리는 1차 협력사에서 2, 3차 협력사까지 넓히되, '돈 풀기' 식 일회성 처방에서 벗어나 협력사 스스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시스템 지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벤처기업이 다 함께 동반성장하는 환경이 중요합니다."

중소기업과 상생협력에 가장 적극적인 기업은 삼성전자로 꼽힌다. 삼성전자는 지난 3월 협력사 대표들과 함께 ‘2013 동반성장데이’ 행사를 갖고 기술력을 갖춘 중소기업들이 해당 분야 ‘글로벌 톱5’에 들 수 있도록 자금, 인력, 제조기술 등을 종합적으로 지원키로 하는 등 상생협력을 가장 활발히 진행 중이다. 삼성전자는 이건희 회장이 '신경영'을 선언한 1990년대부터 '하청업체' 대신 '협력사'라는 용어를 쓰도록 한 이후 우수협력사 발굴과 구매 전문인력을 양성하는 등 대•중소기업 동반성장에 일찌감치 주목했다. 특히 이 회장은 새 정부의 창조경제가 구체적인 성과를 내기 위해 대•중소•벤처 기업의 동반성장 환경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삼성은 ’강소기업 육성’ 프로그램을 더욱 강화하고 '삼성미래기술육성재단'을 설립해 중소기업을 도울 수 있는 미래기술 육성 프로그램을 중점 추진하기로 했다.

 

 "중소기업, 참여업체와의 동반성장을 적극 추진하겠습니다."

현대자동차그룹 역시 광고와 물류 분야의 계열사 간 거래를 절반 정도로 축소하고 중소기업에 발주하거나 경쟁 입찰로 전환하기로 하면서 상생협력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특히 현대차의 협력업체를 위한 채용박람회와 수출지원 프로그램은 다른 기업의 동반성장 프로그램과 차별화된 것 중 하나로 지목된다. 현대차는 지난해부터 협력업체를 위해 최초로 채용박람회를 개최하고 협력사들이 인재 확보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비용 부담은 물론 행사 기획에서부터 운영, 홍보까지 채용박람회의 전 부문을 총괄 지원했다. 또한 상대적으로 브랜드 인지도가 낮은 부품 협력업체들을 위해 미국, 유럽, 일본 등지에서 해외 로드쇼를 개최해 왔다. 부품 협력사들의 해외 신규 수요처 확보 지원을 진두지휘하며 및 해외 완성차 업체에 한국 부품업체를 적극 홍보하기도 했다.

 

 “LG에는 협력회사와 갑을(甲乙) 관계가 없다. 협력회사는 성장의 동반자다."

LG그룹은 구본무 회장이 직접 나서면서 상생협력 토대 마련에 본격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구 회장은 동반성장 성과를 직접 점검하고 협력업체 두 곳을 방문하는 등 앞장서서 동반성장을 챙기고 있다. 또한 LG는 연초 1차 협력회사 중심의 2500억원 규모 동반성장펀드를 3400억원 규모로 확대한 데 이어 지난 20일 시스템통합(SI)•광고•건설 등 3개 분야에서 연간 4000억원 규모의 계열사 간 거래 물량을 중소기업에 개방하기로 했다. 사이언스 파크를 동반성장 실현을 위한 장소로도 활용할 계획이다. 이곳에서 중소•벤처 기업의 신기술 개발을 지원하는 공동연구를 진행하고 R&D 컨설팅을 위한 동반성장 아카데미도 운영하기로 했다. 특히 연 목표액을 못박는 등 구체적인 형태의 계획은 스스로 강제할 강도 높은 수단이며 외부 평가를 받을 수 있는 잣대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기업생태계 조성이 진일보했다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