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엔달러 환율은 100엔을 넘어서 상승세를 달리고 있다. 과거 100엔을 넘어서지 않을 것이란 전망은 사라지고 이제 110엔까지 오를 것이란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 상태다. 엔저가 지속되자 일본 투자자들이 해외로 눈을 돌리면서 엔화를 빌려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국가에 투자해 차익을 얻는 엔 캐리 트레이드 확산을 우려하는 목소리까지 들려온다. 전문가들은 현재 국내에 유입되고 있는 일본 자금이 엔 캐리 트레이드를 논할 정도는 아니라며 우려를 일축했다.

엔달러 환율이 100엔을 넘어서며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17일에는 장중 103엔까지 치솟았다. 시장에서는 최소한 참의원선거가 있는 7월까지는 일본 정부의 엔화 약세 유도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급기야 110엔대 진입이 어렵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지속되는 엔화 약세 현상으로 국내 수출기업의 타격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엔화의 공격이 재차 이어지고 있다. 특히 최근 달러당 엔화 환율이 100엔을 돌파하면서 일본 투자자들이 국내 주식과 채권 사들이기에 나섰다. 실제로 일본 재무성은 일본 투자자들이 지난 2~3월 한국 시장에서 주식과 채권을 약 282억엔가량 사들였다고 발표했다. 이에 엔화를 빌려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국가에 투자해 차익을 얻는 엔 캐리 트레이드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전문가의 의견은 대체로 현재의 일본 자금 유입이 엔 캐리 트레이드를 우려할 수준은 아니라는 데 모아진다. 하지만 일본 정부의 유동성정책으로 인한 엔저 현상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추후 엔 캐리 트레이드가 확산될 가능성을 배제해서는 안 된다는 진단이다.

엔 캐리 트레이드는 시기상조

엔 캐리 트레이드를 우려할 수준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전문가들은 국채 금리를 근거로 내세운다. 최근 일본 국채 금리는 빠르게 오르고 있다. 특히 일본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지난 13일 0.8%를 나타내며 3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러한 국채 금리 강세는 일본의 경상수지 및 무역수지 개선으로 인한 경제 펀더멘털(경제 기초 여건) 회복과 주식 상승으로 인한 위험자산 선호도 강화 등 때문으로 풀이된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일본 국채 금리의 강세가 아닌 미국과 일본의 금리 차이다. 현재 2년물을 기준으로 미국과 일본의 금리 차이는 0.12%p 수준인데 이는 엔 캐리 트레이드를 논하기에 매우 미흡한 수준이라는 게 곽병열 유진투자증권 애널리스트의 설명이다. 엔 캐리 트레이드가 문제됐던 과거 사례를 살펴볼 경우 2005년 2월~2007년 10월 미국과 일본의 금리 차이가 3.0%p 이상을 유지했기 때문이다.

당시 이러한 금리 차이는 일본 내 자금을 고금리 통화로 이동하게 하는 원동력이 됐으며, 더불어 엔화 약세를 중장기적으로 이끌었다. 따라서 현재 유입되는 있는 일본 자금을 엔저 흐름에 빗대어 살펴볼 경우 금리 차이보다는 환차익을 노린 투기적인 성격이 강하다는 게 박 애널리스트의 설명이다. 또한 이는 추가적인 엔화 가치 하락을 이끌 만한 엔 캐리 트레이드 가능성이 제한적이라는 것을 암시한다고 덧붙였다.

또한 최근 해외 투자자의 엔화 단기차입이 증가하기는 했지만 의미를 부여할 만한 수준은 아니라는 분석도 있다. 김용준 국제금융센터 연구원은 “엔화 약세가 본격화된 지난해 10월 이후 엔화 단기대출 증가액은 2조6000억엔에 불과하고, 엔화 단기대출 잔액 역시 엔달러 환율이 76엔대 수준에 머물렀던 2011년 8월 말 수준과 거의 유사하다”고 말했다. 엔화 약세에 대한 기대로 인해 엔화 차입 수요가 증가했다고 보기 어려운 셈이다.

엔 캐리 트레이드가 확대되지 않을 것으로 보는 또 다른 이유로는 엔화 환율의 변동성이 있다. 일반적으로 엔 캐리 트레이드가 본격화되기 위해서는 엔화 환율이 안정적으로 움직일 것이라는 예상이 전제가 돼야 하지만 현재 시장 참가자들은 엔화가 주요 통화들 중 가장 변동성이 클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아직 본격화되지 않았지만 활성화 여지 충분

아직까지 엔 캐리 트레이드가 본격화되지 않았지만 향후 활성화될 여지는 충분한 것으로 전문가들은 판단한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에는 대체로 일본의 초저금리 정책에 따른 미국과의 금리 격차가 주요인이었으나 최근에는 아베 정권 출범 이후의 엔화 약세 지속 가능성이 엔 캐리 트레이드의 재연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향후 일본은행(BOJ)의 양적완화 시행이 본격화될 경우 기관투자자의 해외투자 확대와 개인투자자들의 해외 투자 유도 정책 등 일본 거주자들의 해외투자 수요가 증가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는 엔 캐리 트레이드의 확대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으며, 그렇게 될 경우 부작용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양적완화 정책을 실시 중인 국가 중 일본이 가장 늦게 출구전략을 쓸 것이라는 예상도 향후 엔 캐리 트레이드 활성화 가능성에 무게를 실어준다. 김용준 국제금융센터 연구원은 현재 일본의 물가는 주요 선진국 중 상대적으로 가장 낮은 상태인 만큼 일본은 늦게까지 양적완화 기조를 유지하는 국가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아베노믹스의 목적이 1990년대 이후 보이고 있는 디플레이션 상태를 해소하는 데 있는 것도 이 전망에 무게를 실어준다.

그러나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과 같은 활발한 캐리 트레이드가 재개될지는 미지수다. 세계 경제의 견조한 성장이 전제돼야 하는 엔 캐리 트레이드의 구조 탓이다.

만약 글로벌 경제 회복세가 당초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경우 엔 캐리 트레이드 수요 감소는 물론 종전 포지션의 급격한 청산도 나타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또한 향후 본격적인 엔 캐리 트레이드는 세계경제의 회복 가시화와 주요국들의 잇따른 출구전략 시행 등이 뒷받침돼야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캐리 트레이드(Carry Trade)란>

캐리 트레이드는 저금리 통화를 차입 또는 매도해 고금리 통화 자산에 투자해 수익을 얻는 거래를 말한다. 최근 국제금융시장에서 엔화가 약세를 보이면서 엔 캐리 트레이드의 재연 가능성이 관심사로 대두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