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경영 전략은 ‘내유외강’

‘농구 대통령’ 허재 전주 KCC 감독은 슬로 리더십(Slow Leadership)을 구사하기로 유명하다.

슬로 리더십은 조직원들이 업무를 효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마음의 여유를 갖게 해주는 리더십을 말한다. 리더가 조직이 속도를 내야 할 때와 쉬어갈 때가 언제인지를 잘 구분하고, 이 완급 조절을 통해 조직의 성과를 최대치로 끌어올린다는 의미다. 허 감독은 당장의 성적이나 분위기에 흔들리지 않고 선수들의 컨디션을 조절하며 장기적 관점에서 팀을 운영한다.

성적이 하위권으로 추락해도 기량이 좋은 특정 선수를 무리하게 기용하지 않는다. 선수들의 출전 시간도 적절히 조절한다. 선수들은 감독의 인내와 배려에 보답했고, 순위는 빠르게 상승했다. 팀은 초반의 부진을 씻고 세 시즌 연속 모두 챔피언결정전에 진출했으며, 이 중 두 시즌은 우승까지 차지했다.

속도가 조직의 주요 경쟁 요소로 평가받는 21세기 초경쟁 시대에 슬로 리더십을 보여주는 리더는 그리 많지 않다. 최근 김용수 롯데제과 대표는 허 감독과 같이 완급 조절의 미학을 잘 아는 리더로 주목받고 있다. 김 대표는 이달부터 회사에 리프레시 휴가제를 도입했다. 상·하반기 1회씩 직원들이 5일간의 연차를 연속 사용하도록 함으로써 근무 만족도와 업무 효율성을 높일 수 있게 하는 제도다.

오전 9시~오후 2시와 오후 2시~오후 6시, 각각 4시간의 휴가를 나눠 사용할 수 있는 반차 휴가제도도 만들었다. 휴식을 통해 직원들이 충분히 에너지를 충전하면 자기 일에 더욱 매진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다른 사람들을 움직여서 필요한 것을 빨리 얻으려는 패스트 리더십(Fast Leadership)이 아니라 지치거나 갈등하는 이를 일으켜 함께 가려는 리더십이다.

김 대표의 2013년 경영 전략은 ‘내유외강’인 듯하다. 안으로 일하기 좋은 유연한 조직문화를 조성하고 밖으로는 해외시장을 공격적으로 공략하는 것이다. 지난해에는 국내 제과시장 경쟁 심화와 강화된 각종 규제 등으로 어려움이 많았으나 기린식품 흡수합병 등을 통해 경영 효율성을 높이고 제빵 사업에 진출, 사업영역도 확대하고 있다.

올해 해외 매출 목표는 지난해보다 10% 늘어난 5500억원. 국내 시장 1위에 만족하지 않고 해외시장 공략으로 2018년에는 4조5000억원을 해외에서 벌어들인다는 계획이다. ‘2018년까지 아시아 제과시장 1위’가 김 대표의 목표다.

그는 며칠 전, 롯데그룹 컨소시엄 측으로 서울 강서구 마곡지구에 대규모 연구개발(R&D) 센터를 설립하는 마곡산단 입주 계약 체결식에 자리하기도 했다. 롯데그룹은 이 부지에 2016년까지 연면적 3만1058㎡ 규모의 R&D센터를 설립, 글로벌 식품·바이오 분야 연구 전진 기지로 활용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