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해운대>가 한국영화 사상 5번째로 관객 1000만명을 돌파했다. 누적관객 수만 1113만명으로 현재에도 전국 350개 스크린에서 ‘맹상영’ 중이다.

최근 동영상 유출에 따른 불법 다운로드로 인해 ‘움찔’하고 있다고 해도 <해운대>의 대박행진은 여전하다.

그런데 이 영화의 투자와 배급을 맡은 CJ그룹 측이 <해운대>를 바라보는 심정은 조금 남다를 것 같다.

단순히 ‘1000만 관객 돌파’라는 흥행숫자에 기뻐하기도 하겠지만 15년 동안 영화산업에 애정을 갖고 지속적으로 투자해 온 것에 대한 ‘결실’로 받아들이며 감회에 젖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CJ는 지난 1995년 4월 미국 드림웍스에 대주주로 3억달러를 투자하면서 문화산업에 화려한 첫발을 내디뎠다. 이후 지금까지 15년간 막대한 적자를 보여오면서도 영화산업에 대한 투자만큼은 멈추지 않았다.

외부적으로 대기업의 영화 진출에 대한 막연한 거부감에 부딪혀야 했고, 내부적으로도 누적되는 적자에 위기감이 있었지만 영화산업에 대한 투자는 계속되었던 것.

이런 열정 덕에 CJ그룹은 현재 영화 투자배급사인 CJ엔터테인먼트를 비롯해 멀티플렉스 극장인 CGV, tvN·올리브와 같이 케이블 방송프로그램을 제작·공급하는 CJ미디어, 음반 기획 및 음원 유통사업을 하는 엠넷미디어 등 다양한 E&M(Entertainment & Media)사업 포트폴리오를 갖추고 있다.

물론 다양한 문화사업 포트폴리오 구축이 마냥 돈의 힘만으로 이뤄질 수는 없었을 터. CJ그룹 측은 그 성공비결에 이재현 회장과 이미경 부회장의 ‘뚝심경영’이 자리한다고 밝힌다.

이재현 회장

이재현 회장 | <해운대> 1000만 관객 예언 적중

“적어도 1000만명 정도는 될 겁니다!”
<해운대> 개봉 후 일주일이 지났을 때, 그룹 임원회의에 참석한 이재현 회장은 주먹을 불끈 쥐었다.

당시 임원들이 <해운대> 흥행과 관련해 600만~700만명의 관객을 예상할 때 이 회장은 1000만 관객 돌파는 틀림없다고 자신했다. 그리고 9월 현재 이 회장의 예상은 거짓말이 아닌 현실이 됐다.

CJ그룹 이재현 회장의 문화산업에 대한 애정과 확신은 꾸준하면서도 남다르다.
스티븐 스필버그, 제프리 카젠버그, 데이비드 게펜이 설립한 드림웍스에 3억달러를 투자할 당시 CJ(제일제당)는 막 삼성그룹과 경영권 분리를 이뤄낸 후였고 자산 총계도 1조원대에 불과하던 그룹이었다.

그런 CJ가 당시 환율로 약 2300억원에 달하는 거액을 드림웍스에 투자했으니 실로 ‘간 큰 결정’이 아닐 수 없었다.

하지만 이재현 회장은 드림웍스 투자를 통해 대주주로서의 권한뿐 아니라 드림웍스가 제작하는 영화, 비디오, 음반 등 각종 영상소프트와 TV프로그램의 아시아지역(일본 제외)의 판권을 갖게 되었고 이로 인해 식품 중심 회사였던 CJ를 엔터테인먼트 회사로 변화 성장시킬 수 있었다.

드림웍스 지분 참여 이후 CJ엔터테인먼트, CGV, CJ미디어, 엠넷미디어 등 영화, 극장, 방송 분야는 물론 음악, 영상 콘텐츠 생산과 유통으로 이어지는 현재의 포트폴리오를 완성할 수 있었던 것.

이미경 부회장도 “드림웍스에 투자하기로 하고 미국 관계자를 만나러 가는 비행기 안에서 동생(이재현 회장)은 이미 멀티플렉스, 영화 제작사, 배급사, 케이블TV도 만들겠다는 구상을 말했다”고 말한다.

이미경 부회장

이미경 부회장 | 투자할 영화 시나리오는 ‘정독’
CJ그룹의 E&M 사업 발전에는 이재현 회장 외에 누나인 이미경 부회장의 역할도 빼놓을 수 없다.

이재현 회장이 엔터테인먼트사업의 비전을 제시하고 큰 그림을 그렸다면, 이미경 부회장은 자신이 가진 폭넓은 네트워크와 실무적 감각으로 실행에 옮겼다고 할 수 있다.

동생인 이재현 회장을 ‘이재현님’이라고 부르며 자신이 전문경영인으로 보여지길 원하는 이 부회장은 1995년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CJ의 드림웍스 투자 문제로 한국을 찾았을 때 며칠 밤을 세워가며 직접 행사를 준비했고, 투자 협상을 하러 미국으로 가는 비행기에서도 이재현 회장과 동승했다.

CJ의 E&M사업을 지휘하고 있는 이 부 회장은 지금도 영화 투자에 앞서 시나리오의 초고까지 꼼꼼히 읽고, CJ엔터테인먼트와 CJ미디어가 만든 영화, 방송 프로그램은 모두 빼놓지 않고 볼 정도로 열정을 갖고 있다.

CJ그룹 관계자는 “제조업을 능가하는 문화 콘텐츠 산업의 가능성을 포기하지 않고, 내수시장에만 의존하는 우리나라 문화산업의 영세성을 할리우드 메이저 스튜디오와 같은 대형화를 꾀해 극복하며, 이를 통해 우리 문화 컨텐츠를 세계 시장에서 경쟁시키겠다는 부분에서 이재현 회장의 생각과 이미경 부회장의 생각은 완벽히 일치한다고 볼 수 있고 이것이 현재 문화콘텐츠 시장에서의 CJ그룹 위상을 높였다”고 말한다.

이재현-이미경 남매의 끔찍한 ‘문화 콘텐츠 사랑’이 향후 CJ그룹에게 어떤 ‘날개’를 달아줄지 이래저래 관심이 모아진다.

김진욱 기자 acti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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