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블릿, "내가 제일 잘 나가!"

일상에서 태블릿이 차지하는 비중이 점점 커지고 있다. 스마트폰과 PC의 중간지점에서 애매한 현대기술의 산물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의 생활풍경을 바꾸는 독특한 IT 기기로서 위상을 자리매김 한 모습이다. 따라서 태블릿 시장이 팽창할 수록 업계간 경쟁도 점차 치열해질 전망이다.

불과 1~2년 사이에 현대인의 일상에서 태블릿이 차지하는 역할과 비중이 달라졌다. 지하철에서 책 대신 태블릿으로 독서나 영화감상을 하거나 게임을 하는 사람들은 물론 취재 현장에서도 기자들이 노트북 대신 태블릿으로 기사를 작성하는 모습을 만나는 것이 더는 새로운 일이 아니다. 부하직원이 직장상사에게 결제를 받을 때도 태블릿을 사용하고 서울 시내 한 백화점에서는 쇼핑을 하다가 잠시 의자에 앉아 휴식을 취하는 고객들을 위해 스마트폰과 아이패드 등을 비치해 사용할 수 있도록 서비스 하고 있다. 유치원에 다니는 아이들이 태블릿으로 동화책을 보고 색칠공부를 하며 취업을 위해 모의 면접을 봐야 하는 대학생들은 카페 테이블에 태블릿을 놓고 일면식도 없는 사람과 영상통화 기능을 통해 모의 면접을 보기도 한다.

형태로만 보면 컴퓨터의 디스플레이에 불과하지만 태블릿은 스마트폰과 PC의 중간지점에서 애매한 현대기술의 산물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의 생활풍경을 바꾸는 독특한 IT 기기로서 위상을 자리매김 하는 모습이다. 때론 책이 되기도 하고 때론 TV나 PC가 되기도 하고 어떨 땐 거울이 되는가 하면 또 다른 날은 커다란 전화기가 된다. 정체가 모호한 것 같으면서도 다양한 기능과 활용도 때문에 만능을 자연스럽게 떠올리는 ‘스마트’의 대명사로도 여겨진다.

사전적 의미로 태블릿은 손가락이나 터치펜으로 쉽게 조작할 수 있는 휴대용 소형 컴퓨터이다. 납작하고 편편한 ‘판(tablet)’의 형상을 하고 있어 태블릿이라는 이름이 붙었으며, 태블릿 PC라고도 부른다. 노트북과 개인정보단말기(PDA)의 특성을 함께 지니고 있는 기기로 일반 컴퓨터처럼 문서 작업 등 콘텐츠를 생산하는 작업보다 동영상, 음악, 게임 등 이미 만들어진 콘텐츠를 검색하고, 즐기는 소비 기능이 강하다.

태블릿의 대명사는 뭐니 해도 애플의 아이패드다. 개인용 컴퓨터를 만들고 매킨토시를 개발하면서 마우스그래픽 환경을 만들었던 애플은 기존 컴퓨터의 키보드와 마우스를 없애 손가락만으로도 작업이 가능한 컴퓨터를 만들어냈다.

초창기 콘텐츠 소비 위주였지만 활용 점차 다양화

태블릿은 초창기 주로 영상이나 음악, 게임 등 콘텐츠를 즐기는 데 사용됐지만 최근엔 기업업무, 의료, 교육, 외식 등 다양한 영역에서 활용되면서 쓰임새가 점차 늘고 있다.

이미 태블릿은 학교 등에서 교육 기자재로 널리 활용되고 있다. 2~3년 전부터  일본과 미국 등의 나라에선 초·중·고 학교에서 아이패드를 활용해 교육 보조도구나 학생과 교직원간의 커뮤니케이션 툴로 활용했다.

우리나라에서도 부산시교육청이 전국 최초로 부산지역 초·중학생에게 태블릿을 지급해 자기주도학습 학급을 시범운영했으며 교육부도 2014년부터 순차적으로 디지털 교과서를 수업에 반영할 계획을 밝힌 바 있다.

교육 시장이 태블릿 PC의 격전지로 부각하면서 이 분야에 대한 기업들의 관심도 높아 삼성전자를 비롯해 SK텔레콤, KT 등도 태블릿 기반의 교육 사업에 적극 뛰어드는 모습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9월 미국, 중국, 프랑스 등 세계 27개국에서 ‘삼성 스마트스쿨 솔루션’을 구축하는 ‘글로벌 플래그십 클래스룸(Global Flagship Classroom)’ 프로젝트를 추진해 미국 테네시주 지터중학교엔 이미 스마트스쿨 솔루션을 구축한 상태다.

이 프로젝트는 필기 기능을 갖춘 태블릿 PC인 ‘갤럭시노트 10.1’과 65인치 전자칠판을 다른 기기 간 화면 공유가 가능한 ‘올셰어 캐스트’ 기능으로 연결해 교사와 학생들이 더욱 편리하게 수업을 진행할 수 있도록 교실을 바꾸는 사업이다.

SK텔레콤도 유명 학원 및 교재 업체와 연계해 태블릿PC용 교육 콘텐츠 서비스인 ‘스마트러닝’을 선보이고 KT도 태블릿PC ‘스마트홈 패드’를 활용하는 교육 사업을 추진하기도 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국내에선 지난해부터 초등학교 저학년 이하의 어린이층을 대상으로 한 ‘어린이용’ 태블릿이 출시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1년 사이 국내외에서 많은 업체들이 유아와 어린이층을 타깃으로 한 태블릿을 선보이고 있다”며 “콘텐츠나 디자인 등에서 성인이 사용하는 태블릿과 차별화를 두면서 고유의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고 전했다.

아동용 태블릿은 교육에 특화된 콘텐츠로 구성돼 있는 게 특징이며 제품을 떨어뜨려도 잘 고장 나지 않게 내구성을 강화하거나 어린이를 위한 다양한 형태의 디자인을 채택하는 등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태블릿이 적극적으로 활용되는 또 다른 분야 중 하나는 의료분야다. 강북삼성병원은 지난달부터 원내 모든 병상에 갤럭시노트(10.1)를 설치해 스마트 병실을 구축했다. 환자가 자신의 질환과 입원생활에 대한 모든 정보를 원터치로 얻을 수 있고, 자기가 먹는 약에 대한 정보도 직접 검색할 수 있다. 또 환자들이 궁금해하는 질병정보를 동영상으로 자체 제작해 공급해 환자나 보호자가 원할 때는 언제든 볼 수 있도록 했다.

이 밖에도 병상 태블릿은 외부인과의 화상면회 기능을 갖춰 소통을 원활하게 하며 병상에서 편의점 물품 주문과 식당 메뉴의 선정도 가능하도록 했다. 태블릿을 활용한 의료서비스는 대형 병원에서만 가능한 건 아니다. IT서비스 전문기업 코오롱베니트는 대한개원내과의사회와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전국 개인병원 2000여 곳에 ‘해빛 태블릿 PC’를 무상공급했다. 개원의들은 진료데스크에 설치된 해빛 태블릿 PC를 통해 대한개원내과의사회 주요일정, 병원 및 제약업계 소식, 전문 의약품정보, 신약소개자료 등 의사들을 대상으로 한 전문 의료정보 등을 제공받는다.

특히 해빛 태블릿PC는 의사들이 온라인을 통해 전문적인 토론을 펼칠 수 있는 ‘Dr. 토론방’, 각 병원에서 실시간으로 영상을 통해 회의를 진행할 수 있는 ‘화상회의’, 의사들의 인맥관리를 위한 ‘Dr. SNS’ 등 의사들을 위한 커뮤니티 서비스 등이 마련돼 다소 정보가 부족할 수 있는 개인병원의 단점을 보완한다.

식당 메뉴판, 보험 계약서, 악기연주까지 이색 쓰임새

그밖에 태블릿은 최근 외식과 보험업, 개인사업 분야에도 두루 활용되고 있다. 외식업체 베니건스는 지난 2011년부터 일부 매장에서 아이패드를 메뉴판으로 활용했다. 현재는 일산점에서 시범 운영되고 있다. 주문 시 태블릿을 통해 메뉴북 형태로 음식 정보는 물론 쿠폰과 결제방식 등에 대한 정보도 함께 제공한다. 또한 별도의 키즈콘텐츠를 태블릿에 담아 어린아이를 동반한 가족단위 손님들에게 제공함으로써 보다 편하고 조용한 분위기 속에 식사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에도 활용하고 있다.

보험업계에서는 태블릿을 활용해 보다 스마트한 계약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 신한생명은 지난해부터 태블릿 PC를 통해 차별화된 고객서비스 제공할 수 있는 ‘스마트 전자청약시스템’을 운영해오고 있다. 이 시스템은 전자서명기능을 추가해 고객상담·가입설계·보험청약·심사 및 고객관리까지 계약에 필요한 모든 업무를 태블릿 PC를 활용해 한 번에 처리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이 시스템의 구축으로 고객은 보험가입 절차가 간편해지는 등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고, 설계사들은 판매절차가 간소화돼 고객관리에 더욱 집중할 수 있다. 또한 종이소비도 줄여 환경에도 도움을 준다.

신한생명은 태블릿 PC로 인한 고객의 개인정보 유출을 막기 위해 태블릿 PC 분실시 위치확인 및 원격으로 데이터를 초기화하는 기능과 업무용 앱 위·변조 방지기능 및 악성코드 차단 기능 등을 도입했다.

태블릿은 기업 활동은 물론 개인사업자들에게도 독특한 아이템으로 각광 받는다. 서울 왕십리에 있는 성인드럼교실 ‘드럼치는감빵’에선 연습실에 태블릿을 설치해 회원들의 기량 향상에 도움을 주고 있다. 이용자들은 악기 연습을 하면서 연습실에 설치된 태블릿에서 메트로놈이나 자세 동영상 등의 앱을 내려 받아 활용함으로써 정확한 연주기법과 노하우를 습득할 수 있다.

드럼치는감빵 운영자는 “연습을 하다보면 배운 것을 곧잘 잊어버리기 쉬운데 태블릿으로 필요한 연주법이나 템포, 자세와 관련된 영상과 정보를 확인함으로써 잘못된 것을 효과적으로 교정할 수 있다”며 “이용자들로부터 호응이 좋다”고 말했다.

올해 태블릿 판매량 71% 급증 2억 대 돌파 예상

이처럼 태블릿이 다양한 영역으로 확대되면서 태블릿 시장은 지속적인 팽창 추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태블릿이 급성장하면서 PC시장을 빠르게 잠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3월 미국 시장조사회사 IDC 등에 따르면 최근 태블릿이 기존 디지털 정보 시장의 강자였던 데스크톱과 노트북을 밀어내고 새로운 강자로 떠오르고 있으며 특히 올해엔 판매량 기준으로 데스크톱을, 그리고 2015년에는 노트북마저 넘어설 것을 전망됐다.

지난 2011년 태블릿 판매량은 7200만 대로, 같은 기간 데스크톱(1억5480만 대)과 노트북C(2억910만 대)에 비해 한참 못 미쳤으나 지난해에는 1억2230만 대로 1억 대를 돌파해 데스트톱(1억4920만 대), 노트북(2억510만 대)과의 격차를 크게 줄인 것으로 추정된다. 올해엔 1억7240만 대가 판매돼 1억4750만 대에 그친 데스크톱을 처음으로 제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국내에서도 올 하반기 IT시장의 성장세의 한 축을 태블릿이 견인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어규진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 15일 보고서를 통해 올해 태블릿PC 판매량이 연간 71% 급증하며 2억 대를 돌파할 것으로 예상했다.

태블릿 시장의 팽창으로 태블릿 제조업체들의 경쟁도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소니코리아는 지난 14일 방수·방진 기능을 갖춘 태블릿 엑스페리아 태블릿 Z를 국내 시장에 출시했다. 지난 2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행사에서 처음 공개된 제품으로 국제보호규격(International Protection, IP)의 IP57 방수·방진 기능을 적용했으며 화면 크기가 10.1인치인데도 두께가 6.9㎜, 무게 495g으로 동급 기준 ‘세계에서 가장 얇고 가벼운 태블릿’이란 별칭을 얻었다.

삼성전자는 8인치(203.1mm) 대화면의 갤럭시노트8.0을 지난달 국내 시장에 내놨다. 구글 안드로이드 젤리빈(4.1.2) 운영체제(OS), 1.6GHz 쿼드코어 프로세서, 2기가바이트(GB)램을 탑재했고 4600미리암페어(mAh)의 대용량 배터리를 지원한다.

갤럭시노트8.0은 특히 독서 기능이 강화됐다. 독서에 적합한 디스플레이의 색상 온도(6500K~7000K)를 구현해 장시간의 사용에도 눈의 피로를 줄여 주는 ‘독서 모드’를 지원한다. S펜을 탑재했고 멀티태스킹 환경을 제공하는 ‘멀티윈도(Multi window)’, 이미지·문서 등을 캡처해 ‘S노트’에 오려 붙일 수 있는 ‘이지클립(Easy Clip)’, 사진에 메시지를 남길 수 있는 ‘포토노트(Photo Note)’ 기능 등 기존 노트 시리즈의 편리한 기능을 갖췄다.

애플은 올 하반기 중 레티나를 장착한 아이패드 미니를 출시할 것으로 전망된다. 디스플레이 서치의 폴 세멘자 애널리스트는 부품체인데이터를 토대로 애플이 하반기 중 아이패드 미니에도 레티나를 장착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이번 전망에 따르면 레티나를 장착한 아이패드 미니 차기 모델의 디스플레이는 2048×1536 픽셀로 아이패드4와 같은 수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레노버는 올해부터 태블릿 사업에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씽크패드 태블릿2는 레노버의 야심이 잘 반영된 제품이다. 최신 인텔 모바일 프로세서와 윈도8프로를 탑재해 PC환경을 태블릿에서도 그대로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트러스티드 플랫폼 모듈과 컴퓨트레이스 모바일 탑재로 강력한 보안을 원하는 기업사용자에게 최적화된 태블릿이다. 25.7cm(10.1형) LED백라이트 안티글래어 IPS 디스플레이를 탑재했다. 무게 565g, 두께 9.8mm, 10시간 지속 배터리로 이동이 잦은 기업 사용자들에게 유용한 모델이다. 자연스러운 필기와 문서편집 등을 위한 디지타이저 펜을 탑재해 사용 편의성을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