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과 인도에 이어 호주 중앙은행(RBA)도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치인 연 2.75%로 낮추면서 글로벌 금리인하 대열에 합류했다.

RBA는 7일 열린 정례 통화정책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종전 3.00%에서 0.25%포인트 내린 2.75%로 결정했다. 이는 1960년 1월(연 2.98%) 이후 53년만에 사상 최저치다.

최근 잇달아 발표된 호주의 1분기 경제지표들이 시장 예상치를 밑돌며 양적 완화의 가능성이 높아지긴 했으나, 애초 시장에서는 3.00%로 금리를 동결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글로벌 경기 침체가 장기화 되고 있는 가운데 호주 경제 상황이 다른 주요 20개국에 비해 최악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치로 내려 이목을 끌고 있다.

글렌 스티븐스 RBA 총재는 “앞서 이사회가 인플레이션 전망이 완화될 여지가 있다고 말했듯이 지속적인 경제 성장과 물가상승률 목표치(2~3%)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지금이 금리인하를 할 적절한 시기다”라고설명했다. 이어 그는 금리 인하가 호주산업 전반에 부양효과를 가져와 장기적으로 성장세를 유지할 수 있게 도울 것 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RBA의 적극적인 금리인하 배경의 주요 원인으로 광산업을 꼽았다. 글로벌 경기 침체로 최근 중국 내 원자재 수요가 둔화돼 핵심산업인 호주의 광산업마저 큰 타격을 입어 금리인하가 불가피했기 때문이다. 글렌 스티븐스도 이날 정책회의를 마치고 “이번 기준금리 인하로 올해 광산업 투자가 최고조에 달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광산업에 이어 엔저까지 가세하면서 호주달러가 몇 년째 고환율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국제시장에서 수출경쟁력이 약화돼 제조업 부진을 초래한 것도 이유가 됐다. 이 여파로 올해 호주 실업률은 3년만에 최고치인 5.6%로 치솟았다.

호주 제너럴모터스의 경우, 지난달 엔저로 호주달러가 지속적으로 강세를 유지하면서 생산비용이 글로벌 최고 수준으로 치솟고 있다며 500명의 인력감축을 발표하기도 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이날 RBA의 금리인하 결정에 대해 “경기 둔화로 인한 저성장과 고환율을 더 이상 두고 볼 수만은 없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이날 RBA의 기준금리 인하 소식이 전해지면서 호주달러는 즉각 미국 달러당 1.0178까지 밀렸고, 3년만기 국채 수익률도 2.47% 하락했다.

글렌 스티븐스는 정책회의를 마친 후 “물가 상승 전망에 따라 필요할 경우 추가 양적완화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언급, 이르면 6~7월 추가 금리인하의 가능성을 시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