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으로 승부 거는 중국판 ‘야쿠르트 아줌마’들

지난 8월6일, 한중 합자법인인 더치·인러뚜어(Dayrich·yogurt)사는 중국 칭다오시의 한 호텔에서 신제품 출시 기자발표회를 열었다. 신제품은 최근 국내에서도 인기를 끌고 있는 유산균 음료로 중국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길일인 8월8일을 출시일로 잡았다.

TV 등을 통해 대대적인 광고를 하고 있는 한국과는 달리 초기 별다른 광고 효과 없이 신제품 출시 직후 산동지역에서 1차 수입물량 4000개가량을 모두 팔았으니 결과는 일단 성공적인 편이라 할 수 있다.

더치·인러뚜어는 제품 초기 출시 지역을 칭다오시를 중심으로 한 산동지역으로 정하고,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최대 무기를 사용하여 소비자를 공략하기 시작한다. 바로 우리가 ‘야쿠르트 아줌마’로 알고 있는 ‘여사(女士)님’ 부대다.

“산동성에 약 3000명, 칭다오에 약 600명 정도의 여사님들이 활동하고 있습니다. 한 명이 1병씩만 팔아도 3600병입니다. 수입 물량에서 재고가 발생할 리스크가 상당히 적죠.” 더치·인러뚜어의 김선진 부장은 자료를 확인하며 답변해 주었다.

‘여사님’의 중국 정식 이름은 ‘캉스(康使)’다. 중국어로 풀이하면 ‘건강을 전하는 천사’라는 뜻이다. 한국의 아줌마가 중국의 천사가 되면서 손수레가 자전거로 바뀌었고, 연두색 유니폼과 모자를 쓰고 길거리에서 직접 고객들을 찾아다니며 제품을 팔고 있다.

한국과 가장 큰 차이가 있다면 한국은 주로 배달을 위주로 하지만, 중국은 ‘여사님’ 개개인이 거리 곳곳에 포진하여 작은 판매대의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순전히 산술적으로만 계산해 보면 산동지역에 있는 이 ‘여사님’들이 한 명당 하루에 1개씩만 팔아도 하루에 3600개, 한 달이면 10만여개(20피트 컨테이너로 28개)가 판매된다는 계산이다.

판매액 기준 우리 돈으로 한 달 약 1억원에 해당하는 물량이다. 독특한 조직 관리와 소비자 심리의 효과적인 파악을 통해 가파른 성장을 보이고 있는 주목할 만한 중국 기업이 있다.

칭다오 토박이인 쟈오 사장은 중국에서는 매우 생소한 방문판매 방식을 도입한 유통업체 한킹을 지난 2006년도에 설립했다. 매출액은 설립연도 80만위안에서 불과 2년 후 1억위안으로 늘었고, 금년도에는 2억6000만억위안 정도를 예상하고 있다. 한킹의 주요 취급 제품은 건강보조식품과 가정용 의료기로 한국제품 수출에도 큰 기여를 하고 있다.

분석해 보면 한킹의 인해전술은 시장 쪼개기와 소비자 심리 파악을 결합한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한킹의 주 소비자층은 50∼60대 연령의 은퇴한 노부부로서 월5000~6000위안의 연금을 받는 중산층 이상으로 명쾌하게 정의된다.

쟈오 사장이 분석한 이들 소비자의 특성은 ‘건강에 관심이 많으면서 맘에만 들면 3000~4000위안 정도는 가뿐히 구매하고 항상 외로움을 느끼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 판매원들은 판매하고 상관없이 강연회나 설명회 같은 곳에 오셨던 분들이나 문의가 있으신 분들을 자식처럼 계속 찾아뵙고 문안도 여쭙고 건강도 체크해 드리고 그럽니다. 자식보다 낫다고들 하시고, 정말 좋은 제품이라는 확신이 서시면 구매를 하세요.” 쟈오 사장의 고객 충성도는 매우 높아 고객들 대부분이 재구매를 하고 있다.

또한 쟈오 사장은 정기적으로 대리상을 모아 제품의 특징과 판매기법에 대해 교육하고, 본인은 TV 강연 등을 통해 건강 전도사로서 활발히 활동을 하면서 인지도를 높이고 있다.

또한 정기적으로 소비자를 초청하여 건강강연회를 열고, 소비자 중 추첨을 통해 한국 관광을 시키는 등 고객지향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제공하고 있다.

김준기 칭다오 KBC차장

“중요한 것은 대리상과 판매원이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어야 해요. 저는 그저 좋은 제품을 찾아내고 3천여명의 판매원들이 잘 뛸 수 있도록 도와줄 뿐입니다.”

중국을 이제 우리는 ‘세계의 시장’이라 부른다. 전 세계 모든 제품이 무한경쟁을 벌이고 있는 곳이다.

반면에 극한의 전쟁터를 벗어나 독특한 방식으로 자신의 시장을 직접 찾아내고 만들어가는 이들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