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하반기 ‘대작 드라마 바람’을 일으킬 것으로 기대됐던 SBS <태양을 삼켜라(이하 태삼)>가 동시간대 KBS2서 방영되고 있는 <아가씨를 부탁해(이하 아부해)>와 치열한 시청률 경쟁을 펼치고 있다.

당초 계획했던 동시간대 ‘완벽한 1위’계획에 차질을 빚은 것은 물론 제작비 면에서 훨씬 못 미치는 <아부해>에 한때 밀리기까지 했다.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초반 스피디한 전개로 각광 받던 <태삼>이 최근 ‘더딘 스토리 전개’로 인한 시청층의 이탈과 주인공들의 연기력 문제, 그리고 ‘무겁기만 한 스토리 라인’등이 주이유로 꼽고 있다.

3일 TNS미디어코리아의 조사를 바탕으로 한 시청률을 보면 <태삼>의 전국시청률은 ‘정체상태’인 15%대에 머물고 있다. 이는 빠른 이야기 전개에 익숙한 시청자들이 <태삼>을 지루하게 느끼고 있다는 것을 반증한다.

현재 정우(지성 분)는 극 초반 제주도와 아프리카 사막을 배경으로 생과 사를 넘나드는 과격한 액션 연기를 펼치며 빠른 전개를 유도했지만 아버지의 정체를 알게 된 요즘은 답답하기 그지없다.

‘긍정적인 요소’를 즐기는 요즘 시청자들에게는 ‘답답한 진행’일 뿐이다. 아직은 여지가 많지만 지금 이 시점에서 꼭 필요한 것은 ‘빠른 전개’다.

드라마 초반, 장민호(전광렬 분), 기상(이재용 분), 인숙(최란 분) 등 중견연기자들의 빛나는 연기력이 이완(태혁 연기)-성유리(수현 연기) 등으로 이어지는 주인공들의 패기에 한발 앞선 것도 <태삼>의 발목을 잡는 요소다.

역설적인 이유이긴 하지만 시청자들은 주인공들의 승리에 열광하고, 그들의 선전을 기원한다.

아직 <태삼>은 물이 오른 연기를 펼치고 있는 전광렬과 이재용의 대결에 더욱 많은 부분을 할애하고 있다.

또 최란 등 다른 중견연기자들도 이완이나 성유리 등 젊은 주인공들의 연기를 완전히 덮어버렸다.

성유리는 엄청난 노력에도 불구, 드라마의 흐름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지 못한 채 중견연기자들에게 휘둘리고 있는 형국이다.

이와 함께 정우와 수현, 태혁 사이의 지지부진한 삼각구도 멜로 라인도 문제다.
정우와 수현의 러브 스토리는 잡힐 듯 잡히지 않고, 수현과 태혁 간의 관계는 애매하기만 하다.

안타까운 러브스토리가 드라마의 영원한 흥행코드라는 것은 인정하지만 지금의 <태삼>에는 뭔가 시원한 돌파구가 필요할듯 싶다. 물론 복수라는 코드가 전면에 배치되고 있지만 요즘 트렌드인 ‘가볍고 유쾌한 흥행코드’와는 거리가 멀다.

물론 흥행만을 쫓다 보면 진중한 정통드라마가 소외받을 수 있다는 딜레마가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이 시점 <태삼>에겐 나름대로 큰 고민거리가 아닐 수 없다.

물론 이제 갓 종반에 들어선 <태삼>의 입장에선 충분한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한번 지나간 기차를 되돌릴 수 없다’는 요즘 드라마계의 정설을 <태삼>측은 명심해야 할 것 같다.

아시아경제신문 황용희 대중문화부장 (hee2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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