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주요 국가들은 금리를 잇달아 인하하며 양적 완화 대열에 동참하는 추세다. 유럽중앙은행(ECB)이 기준금리를 역대 최저 수준인 0.5%로 인하한 데 이어 호주중앙은행도 예상을 깨고 금리를 전격 인하했다. 또한 각국은 경제 살리기를 위해 경쟁적으로 ‘경기부양 카드’를 꺼내들고 있다. 하지만 한국은 거시경제팀 내부에서부터 갈등이 증폭되면서 내놓은 정책들마저 이렇다 할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안으로는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 간의 경기대책을 둘러싼 엇박자, 밖으로는 엔화 약세 등 선진국의 양적완화 공세로 미미했던 국내 경제 성장마저도 찬바람이 불고 있다.

더욱이 한국은행이 지난 9일 기준금리를 연 2.50%로 내리며 환율 방어에 나섰지만 엔저 공세에 따른 수출 가격경쟁력 추락을 만회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내수가 부진한 상황에서 수출마저 꺾인다면 저성장이 고착화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에 경제 컨트롤타워의 권한을 받은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리더십에 비판의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 간의 금리인하 신경전, 최근 대기업집단 일감 몰아주기 규제에 대한 청와대와 공정거래위원회 간의 입장 차 등 잦은 불협화음을 제대로 해결하지 못한 현 부총리의 존재감이 별로 느껴지지 않는다는 평가다.

지난 3월 22일 취임 이후 새 정부 경제정책 추진방향(3월 28일), 주택시장 정상화 대책(4월 1일), 추가경정예산(추경·16일), 투자활성화 방안(5월 1일) 등이 발표됐다. 또한 박근혜 대통령은 부총리의 정례 보고를 부활시키는 등 부총리에게 힘을 실어 줬다.

하지만 한은과 경기회복을 둘러싼 시각차로 정부 정책 추진에 엇박자만 냈다. 이 같은 경기 인식의 시각차를 좁히지 못하면 매월 한은의 금리 결정을 앞두고 경기 논쟁이 반복될 가능성이 높을 수밖에 없었다.

경제부총리의 존재감이 약하다 보니 정책의 강도나 추진력도 약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야심차게 내놨던 17조3000억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안도 국회 통과에 난항을 겪은 바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일본의 양적 완화에 따른 엔저 현상의 심화는 한국산 제품의 경쟁력을 서서히 잠식하고 있다. 대일본 수출이 11%넘게 감소했고 일본과 경합도가 높은 품목을 중심으로 수출 부진이 나타났다. 미국은 3차 양적완화(QE3) 정책을 유지하면서 고용과 주택시장 등의 경제지표가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그동안 기준금리 인하에 부정적이었던 유럽중앙은행(ECB)이 10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인하하고 나섰다.

하지만 지난 9일 한은이 금리 인하를 전격 발표했다. 정부의 추가경정예산 집행과 발을 맞춰 한은도 금리 인하로 엄호사격에 나선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향후 경제정책 추진은 현오석 부총리의 양 어깨에 놓여지게 됐다.

하지만 금리 인하 효과에 대해서는 금통위 내부에서조차 의견이 갈릴 만큼 우려의 목소리가 높은상황에서 현오석 부총리가 책임감을 갖고 제 역할을 할지는 아직 미지수다. 김상조 한성대 무역학과 교수는 “추경이나 금리 인하, 경제민주화, 일본 견제 등 하고 싶은 일은 많지만 리더십을 발휘해 성사한 것은 거의 없다”면서 “어떤 목표를 우선순위에 두겠다는 일관된 메시지를 시장에 전달해야 국민들이 피곤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이제 더 이상 남 탓할 명분이 사라졌다. 추경과 기준금리 인하라는 두 가지 주요 거시정책 수단을 모두 확보한 만큼 이제야말로 현오석 경제팀의 실력을 보여줘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