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Review

“책을 쓴다는 건 인생에 대한 특별한 사랑”

《내 인생의 첫 책 쓰기》
쪾오병곤·홍승완 지음
쪾위즈덤하우스 펴냄 쪾1만3000원

발문
책을 쓴다는 것은 세상에 대한 도전이다. 세상에 ‘내가 내 이름으로 살아 있다’는 선언이다.

1인 1책의 시대, 나는 누구나 자신의 책을 한 권 갖는 시대가 오기를 희망한다. 누구나 자신의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스스로의 전설과 신화를 창조해낼 수 있다는 믿음에 나는 선선히 동의한다.
독서가 글을 소비하는 일이라면 쓰기는 글을 창조하는 행위다. 그러므로 글쓰기는 문명의 시작이다. 자신의 세계를 만들어낼 수 있지만 쓰지 못한다면 자신의 삶은 사라지는 문명 속에 속하게 될 것이다.
쓰면 남을 것이고 쓰지 않으면 잊힐 것이다. 결국 쓰기는 살아남느냐 소멸하느냐의 문제다. 남의 이야기로만 살 수는 없다. 나의 인생, 나의 이야기가 필요한 것이다. 누구나 자신의 이야기를 전하는 작가가 될 수 있다.
사람들은 글쓰기에 대하여 잘못된 오해를 잔뜩 하고 있다. 가장 흔한 오해 중의 하나는 글을 잘 써야 책을 낼 수 있다는 생각이다. 잘 써서 나쁠 것은 없다. 그러나 글이란 다 글맛이 있는 것이다. 투박하면 투박한 대로 호박같은 맛이 있고, 세련되면 세련된 대로 오이처럼 날렵할 수도 있다. 특별히 문학에 뜻을 두지 않았다면 글쓰기의 재능을 문제 삼을 이유가 없다.
직장에서 5년간 해온 일을 잘 정리하여 그 정돈된 지식과 깨달음을 써내기 위해 문학적일 필요는 없는 것이다. 그저 생각하고 있는 바를 다른 사람에게 차분하게 전달하여 그 내용을 알게 하면 된다.
또 글을 쓰기 위해서는 마치 사전에 대단한 지식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오해를 가지고 있다. 이 역시 반밖에 맞지 않는 말이다. 많이 알고 있으면 더 좋다. 그러나 책을 쓰기 위한 글쓰기는 무엇인가를 더 구체적이고 힘 있게 알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 중의 하나다. 이미 알고 있기 때문에 쓰는 것이 아니라 더 많이 더 깊이 알기 위해서 글을 쓰는 것이다.
나는 매년 책을 적어도 한 권씩 낸다.
처음 책을 구상할 때는 어떤 분야가 내 맘을 잡아끌어 써 볼 생각을 갖게 한다. 그러나 아직 그 내용은 잘 모를 때가 많다. 그러나 걱정하지 않는다. 준비하면 되기 때문이다. 책을 쓰기 위해 나는 관심 분야에 대한 책을 읽는다. 읽어도 그저 설렁설렁 읽는 것이 아니라 주제에 밀착하여 읽는다. 그리고 생각한다. 내가 설득당할 수 있는 논리와 사례는 차용하지만 그렇지 못한 것들은 다 솎아낸다. 그리고 내 논리를 정립해 나간다. 앞뒤를 연결하고 나만의 생각을 더하여 하나의 논리적 체계를 구성해 낸다. 그리고 나서 나의 표현 방식을 이용하여 책을 만들어낸다. 책을 쓰는 과정을 통해 나는 특정 주제에 대하여 훌륭한 공부를 한 셈이다.
그러므로 책은 잘 알기 때문이 아니라 잘 배우기 위해 쓰는 것이다.
사람들로 하여금 책을 쓰려는 시도 자체를 좌절시키는 또 하나의 요소는 자신이 이 주제에 대하여 아무런 자격증도 학위도 가지고 있지 않다는 무력감이다.
다시 말해 나 같은 사람이 쓴 책을 누가 읽어주겠느냐는 생각에 지레 무너진다. 역시 절반의 진실에 불과하다. 이미 한 분야에 뛰어난 전문성을 가지고 있고 학위와 자격증으로 무장한 사람의 책은 그 자격요건을 갖추고 있어 독자는 그 외적 자격요건에 신뢰를 가지고 보게 된다. 그러나 정말 중요한 자격요건 하나를 간과해서는 안 된다.
그것은 현장을 가지고 있다는 결정적 요소다. 모든 직장인들은 현장을 가지고 있다.
매일 출근하고 매일 그 일을 한다. 여러 상황에서 반복적으로 그 일을 하면서 사는 것이 직장인이다. 따라서 현장에서 일어난 모든 일, 여기서 시도된 모든 실험, 그 실험에 대한 심도 있고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리포트가 바로 책의 소재가 되는 것이다. 만일 5년 동안 인사관리 쪽에서 일해 왔다면 그 5년의 시간이 책에 녹아들면 그것처럼 실용적인 책은 없다. 그 책이야말로 동료와 후배들이 반드시 보아야 하는 책이 되는 것이다.
나는 주변에 책 쓰기의 꿈을 간직한 이들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쓰라고 말한다. 나의 관심사, 지금의 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책을 써내라고 주문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자신의 책을 통해 내 현장을 잘 이해하고 어제의 방식이 아닌 새로운 방식을 찾아 실험하고 그 과정에서 배우고 그 결과를 정리하면 그것이 바로 그 분야에서 전문가로 자신을 키우는 법이 되는 것이다.
이 책을 쓴 저자들은 평범한 직장인들이다. 과거의 관점에서 보면 좋은 책을 써낼 수 있는 객관적 요건을 갖추지 못한 사람들일 지 모른다. 그들은 박사가 아니다. 그 분야의 전문가라 불릴 수 있는 대단한 인증서를 가지고 있지도 않다. 시인이나 소설가처럼 젊어서부터 백일장을 휩쓸며 문학적 재능을 발휘해 온 타고난 글꾼도 아니다. 그러나 그들은 훌륭한 저자들이다.
적어도 내가 위에서 말한 몇 가지의 오해들을 뛰어넘어 자신의 현장과 관심사를 가지고 좋은 책을 써낸 ‘평범하지만 훌륭한’ 직장인 저술가들이다. 모두 자신의 첫 책을 써낸 ‘짜릿한 손맛’을 알고 있는 인물들이다.
나는 이 책을 쓰는 과정을 지켜보았다.
그들은 책 쓰기를 즐거운 놀이로 만들었다. 종종 책의 어떤 지점은 퍼즐과 수수께끼처럼 어렵고 골치 아픈 벽으로 다가오지만 그것을 풀어내는 맛이 또한 묘미가 아닐 수 없었다.
그들은 지난여름 참 신나게 이 책과 함께 놀았다. 그래서 이 책이 그렇게 싱싱하고 쾌활하고 쓱쓱 읽히는 것이다. 책이 저자를 닮는다는 것은 아이가 그 부모를 닮는 것과 똑같다. 이 책 속에서는 저자들이 얼마나 신나게 놀았는지를 보여주는 장면들이 곳곳에서 묻어난다. 그래서 좋은 책이다.
이 책을 읽을 때는 다음과 같은 점에 착안하여 읽으면 그 맛이 좋다. 저자의 약력을 보라. 매우 시시하다. 그 시시함에 실망하지 말고, 나와 다르지 않다는 동질감을 즐겨라. 내가 강연을 할 때 나는 늘 내가 20년 동안 직장인이었다는 것을 강조한다. ‘직장인이 그 애환을 담아 직장인에게 변혁을 말한다’는 이 동질감이 바로 내 최대의 장점이기 때문이다. “그들이 썼다면 나도 내 첫 책을 가질 수 있다.” 이것이 이 책을 펴는 순간의 첫 느낌이기를 바란다.
그리고 목차를 보라. 그냥 보지 말고 ‘내가 나의 첫 책을 준비한다면?’이라는 관점을 가지고 들여다봐야 한다. 그러면 이 책의 목차들이 살아 움직일 것이다. 그래, 첫 책을 쓰면 스트레스에 눌리고 늘 반복되는 일상이 뭐가 좀 달라질까? 달라진다. 그래? 그럼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하는데? 이 질문에 대한 답이 바로 2장이다. 좋아. 그러면 한번 해보지. 근데 뭘 쓰지? 여기까지 오면 이미 저자들의 미끼에 걸려든 것이다.
그 답은 3장에 나온다. 음, 괜찮군. 그런데 나는 글을 써본 적이 없단 말이야. 글에 다가가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이 질문에 대한 답들이 4장에 정리되어 있다. 근데 말이야, 조각조각 쓴 이런 메모인지 글인지 수필인지 뭔지 모르는 이런 조각글들이 어떻게 완성도를 갖춘 책으로 짜여 질 수 있을까?
이 생각에 대한 기획과정이 5장에 정리되어 있다. 자 그러면 시작해 볼까? 조각글을 쓰는 것이 아니라 이제는 책의 내용을 결정하게 될 책의 꼭지를 쓰는 것이다. 자, 시작. 그래서 6장에는 집필하기에 대한 질문을 다루게 된다. 그리고도 한 장이 더 남았다. 이것 역시 저자들의 염려와 경험이 녹아들었기 때문에 배려된 대목이다.
그래, 갖은 고생을 다해서 어렵게 그러나 뿌듯하게 책을 한 권 썼다 하자. 그런데, 이 책을 누가 내주기는 할까? 썼다고 해서 다 출판되는 것은 아니다.
어떻게 어떤 출판사와 좋은 파트너십을 가질까? 마지막 장은 이 고민을 위해 배치되었다.
그리고 부록이 있다. 나는 이 부록을 좋아한다. 여기에 저자들은 이 책을 쓰기까지의 과정을 정리하여 일기처럼 달아두었다.
저자들의 땀과 진정성을 가장 잘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사람들은 너무도 쉽게 자신의 평범함에 굴복한다. 삶이란 결국 자신을 발견하고 자신과 가장 잘 어울리는 인생을 살아보는 것일 텐데, 너무도 쉽게 다른 사람들의 삶과 다를 바 없는 대중의 삶 속에 자신의 삶을 처박아 버리곤 한다. 나는 그 쉬운 포기에 분개한다. 책을 쓴다는 것은 세상에 대한 도전이다.
세상에 ‘내가 내 이름으로 살아 있다’는 선언이다. 내 인생에 대한 매우 특별한 사랑인 것이다. 지식 사회 속에서 ‘내가 있음’에 대한 의미 있는 표현이다. 이 책이 그 일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줄 것이다. 자신을 전문가로 키우고 싶은 사람들은 반드시 읽어야 할 바로 ‘그 책’이다.

이형구 기자 lhg0544@ermedia.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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