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민석의 ‘부동산 생각하며 투자하기’  

안민석 riomanjun@hanmail.net  

전 한국경제신문 전국상권대해부 및 자영업컨설팅 자문위원   MBN 생방송부동산 및 MTN 부자들의 비밀노트 출연   현 에프알인베스트먼트 선임연구원

 

 

최근 타운하우스라 불리는 서울 근교의 전원형 고급빌라가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전원주택의 진화 모델로 불리는 타운하우스는 고령화 시대, 은퇴자 비율이 늘어나는 사회적 변화에 맞춰 실수요 계층이 늘어나 90년대 후반부터 2007년까지 호황을 누렸다.

우리나라에서 타운하우스라 하면 정원이 딸린 1~2층의 단독주택들이 모여 방범과 커뮤니티 시설을 공유하거나 3~4층 이내 저층 연립주택이 모인 고급 저밀도 주거 단지를 통칭하는 개념으로 사용되고 있고 전원형 고급 빌라와도 비슷한 용어적 의미를 둔다.

타운하우스는 공동주택과 단독주택의 이점을 합쳐 놓았기 때문에 주거 편의성이 높고 화려하면서 값비싼 건축소재와 내부 시설을 갖춰 삶의 질 측면에서도 아파트 등 일반적인 주거유형보다 훨씬 뛰어나다. 특히 2003년 파주 교하에 들어선 ‘헤르만하우스’가 인기리에 분양에 성공하면서 집중적인 조명을 받기 시작했고 대부분 분양 면적 200~300㎡의 대형 규모에 분양가격만 해도 20억~30억원이 훌쩍 넘는 고급형이 주를 이뤘다. 이에 파주 일대와 판교, 용인 등지에 우후죽순처럼 들어서면서 대표적인 틈새 투자상품으로 떠올랐다.

그러던 것이 2008년 리먼 브러더스 부도 사태 이후 국내 주택 시장이 급속히 얼어붙으면서 타운하우스 열기도 감소했다. ㎡당 2000~3000만원대로 강남권 아파트 수준의 분양가가 형성돼 있어 수요가 한정되어 있는데다 시장 위축이 장기화될 경우 환금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점이 수요가 감소하게 된 요인으로 작용했고 그 과정에서 미분양이 쌓이기 시작했다.

최근 새 정부의 부동산대책 발표 이후 시행사와 건설사들은 그동안 미분양으로 남아 있던 물량에 대해 적극적인 마케팅에 나서고 있다. 30~40%에 달하는 가격 할인이 대표적인 전략이다. 통상 고급 주택의 개발 이윤은 50%~60% 안팎으로 개발업체 입장에서 사실상 이윤을 포기하고 잔여 물량 처리에 돌입한 셈이다. 고급주택 건설업체 관계자들은 ‘사실상 지금 구입하는 사람들은 개발 이익이 포함되지 않은 원가 수준에서 매입하는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일정한 임대료 수입이 발생하는 수익형 부동산과 달리 주택은 거주 만족도와 가격 대비 시세 차익이 투자에 있어 핵심 포인트로 꼽힌다. 따라서 대폭적인 할인가에 고급 타운하우스를 매입하면 부동산 시장이 상승세로 돌아설 때 차익을 기대할 수 있어 자산가들의 발길이 늘어나는 추세다. 특히 해당 지역의 개발 여건, 교통망 개선 등 사회 입지적 호재가 있다면 투자를 검토해볼 만하다.

실제 파주 교하읍에 있는 ‘리조이스빌’의 경우 5월 말까지 파격적인 분양가 할인과 이자지원 등을 제시하자 3주 만에 B동 전체가 계약 마감됐다. 분양 관계자는 ‘남아 있는 호실도 유명 연예인, 정관계 인사 등이 관심을 보이고 있어 곧 분양이 끝날 것 같다’고 전했다. 이 전원형 고급빌라는 최근 제2자유로가 뚫려 서울 상암동까지 20분 만에 갈 수 있고 2015년에 경의선 야당역이 근처에 개통된다는 소식이 발표되자 그동안 관망하던 투자자들이 서서히 사들이기 시작했다는 전언이다.

FR인베스트먼트 조형섭 대표는 ‘20억~30억짜리 고가 타운하우스는 각종 분양할인에도 불구하고 물량 소진이 쉽지 않다. 하지만 100㎡대 아파트 가격인 6~7억에 260㎡의 고급 주택을 살 수 있다면 가격 대비 만족도가 높다’고 진단한다.

파주 외에도 최근 용인 동백, 수지, 판교, 김포 등지에는 합리적인 가격에 분양하는 타운하우스가 많다. 특히 보급형 고급주택으로 불리는 소형 타운하우스는 4~6억대로 접근할 수 있다. 요진건설이 일산에 지은 ‘풍산역 와이하우스’(258가구)는 전용면적이 39~59㎡대다. 경남 창원시 ‘성주동 효성트렌하임’은 지방에서는 드문 중소형 면적의 실속형 타운하우스다.

최근에는 기존 주택을 소유하고 있지만, 거래 위축으로 팔리지 않아 살던 아파트를 남에게 전세 주고 타운하우스에 입주하는 계층도 늘고 있다. 리조이스빌 분양홍보관에서 만난 한 여성(50대, 일산)은 ‘인근 정발산동에 거주하고 있다’면서 ‘아직 일산은 집값이 비싸 아파트가 팔리지 않는다. 전세를 주고 넓은 집에 와서 살까 해서 알아보는 중’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주거만족도와 투자가치를 동시에 노릴 수 있는 투자상품이지만 유의해야 할 점도 있다. 우선 해당 주택의 화려한 외관에만 치중할 것이 아니라 실제 쓰인 자재나 가구, 가전, 시설재 등을 꼼꼼히 들여다봐야 한다. 특히 최근 100세대 이상을 공급하는 소형 타운하우스가 늘어나면서 분양률 높이기에만 혈안이 된 일부 현장에서는 소음, 방수, 단열 등 기본적인 부분에서 문제가 발생하기도 한다. 소형화는 분양가를 상대적으로 낮추는 데 도움이 되지만 도시형생활주택이나 땅콩주택의 사례에서 보듯 공급주체의 원가 줄이기가 관행처럼 퍼져 있다.

두 번째 고려할 사항은 근저당 입주방식, 잔금유예 등 눈속임을 위한 마케팅 전략을 경계하는 것이다. 매입을 희망하는 사람에게 가장 좋은 혜택은 분양가격 자체를 깎아주는 것이다. 혹은 대출 시 은행 이자를 지원해 준다면 실익이 된다. 하지만 최근 여러 분양 광고에서 볼 수 있는 ‘2억만 있으면 살 수 있다’는 문구의 이면에는 흔히 3년간 잔금 유예라든지 분양가 일부만 주고 일단 입주한 뒤 몇 년 후 나머지를 내는 대신 공급자가 근저당을 설정하는 등의 이면 조건이 있기 때문에 이에 현혹되어서는 안 된다. 시행사나 시공사의 자금력도 반드시 확인해봐야 한다. 장기 미분양으로 건물이 경매에 넘어가거나 일괄 매각되는 경우가 간혹 있기 때문에 가급적 준공 시점이 많이 남은 곳보다는 기준공되어 즉시 소유권을 취득하고 입주할 수 있는 곳을 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아직 공사 중인 건물이라면 자금관리사인 신탁회사 계좌로 분양대금을 납입하는 것은 기본이다. 또한, 타운하우스는 지하층을 평형에 넣었을 경우 분양 평수만큼의 규모를 기대하기 어렵다. 따라서 지하공간이 분양평수에 포함됐는지 확인해야 한다. 대지 지분도 살펴봐야 한다. 타운하우스에서 대지 지분은 향후 재산권 행사와 투자가치에 크게 작용한다. 일반 아파트의 대지지분은 분양평수에 50% 수준이지만 택지지구나 단독주택형 타운하우스는 2배 이상의 대지지분을 소유할 수 있다.

부동산 투자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겨지는 것은 가격이 아닌 가치다. 가치란 가격+오차를 의미하는 것으로 가격 자체가 가지는 오류와 착시를 수정한 값이 부동산 가치다. 타운하우스 투자에서도 무엇보다 부동산가치를 기준으로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 값은 해당 부동산의 미래가치를 예측한 뒤 적정한 할인율로 환원해야 구할 수 있다. 따라서 부동산 흐름, 정부정책, 생애 주기, 인구소득변화 등 여러 요인을 검토하고 이를 통해 앞으로의 변화를 짚어낼 수 있다면 현재 자신이 투자하고자 하는 부동산을 얼마에 매입하는 것이 적당한지를 알 수 있다.

아파트 가격은 내려가고 있지만 줄어든 아파트 수요만큼의 잉여 자본은 어딘가로 흘러든다. 특히 경기 회복을 알리는 여러 신호 중 부동산에서는 고가 부동산 거래가 활발해지는 현상이 관측되기도 한다. 최근 미국에서는 경기 전망지수도 높아지고 주택 거래량도 서서히 살아나면서 경기 회복의 여러 징후가 나타나는데 그 중 타운하우스를 비롯한 고가 주택의 신규 거래 증가도 한몫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언젠가 시장 흐름이 상승세로 돌아선다면 아파트 못지않게 고급 주상복합, 고급 빌라의 거래가 활발해질 가능성이 높다. 아파트로 돈 버는 시대가 끝났다는 일부 전문가의 말이 사실이라면 이는 쾌적성과 편의성, 친환경성을 지닌 고급 주택의 수요가 남아 있다는 뜻도 된다. 여러 가지 측정 기준을 가지고 현명하게 투자 대상을 선택한다면 불황기에도 살아남는 성공적인 투자로 이어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