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에서 열린 채용 박람회에 참가하기 위해 구직자들이 줄지어 기다리고 있다.


요즘처럼 힘든 시기에 미국에서 취직을 하기 위해선 갖춰야 할 덕목이 세 가지 있다. 취업을 하겠다는 굳은 ‘결심’, 오랜 시간의 구직생활에도 지치지 않는 ‘인내심’, 그리고 상황에 따라 내 것을 양보할 수 있다는 ‘희생정신’이다.

여기서 희생정신은 ‘남들보다 일을 더 많이 하겠다’와 같은 업무에 관한 것이 아니다. 바로 월급, 즉 ‘돈’에 대한 희생정신을 의미한다.

2일(현지시간) 미국 경제전문지 에 따르면 이 이야기가 결코 농담이 아니라는 사실을 증명하는 설문조사 결과가 최근 발표됐다.

넥스트 스텝 커리어 솔루션(Next Step Career Solutions)이 최근 구직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65%가 ‘전 직장에서 받던 임금보다 30% 적은 돈을 받고 일할 의사가 있다’고 답했다.

40% 낮은 임금도 감내할 수 있다고 대답한 응답자는 3%, 50%도 견딜 수 있다고 생각한 응답자는 4%로 나타났다.

직장을 옮기면서 10~15% 정도의 임금 인상을 기대하는 것이 통상적인데 현재 미국 사회에서는 절반만 줘도 ‘감지덕지’하는 구직자들이 존재한다는 의미다.

미국의 실업률은 7월 현재 9.4%로 미 재무부는 실업률이 연내 10%까지 오른 뒤 내년 초까지 이를 유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미국 테네시주에 사는 레베카 이슨의 처지도 마찬가지. 철강회사 오피스 매니저로 일하던 그녀는 원래 3만3000달러의 연봉을 받았다.

그러나 경기침체로 회사가 감원에 나서면서 그녀는 지금 시간당 9.25달러를 받고 임시직 근무를 하고 있다. 임금의 40%가량이 줄었고 건강보험과 같은 혜택도 사라졌지만 선택의 여지는 없었다.

남편인 크리스도 올여름 실직했는데 원래 임금의 50%만을 받으며 임시직 근로자로 일하고 있다.

이슨 부부는 “부부 모두가 직장이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할 뿐”이라고 말했지만 생활이 빠듯한 것은 어쩔 수 없다.

레베카는 “모기지 채무, 보험료, 가스비, 생활 잡화 등 기본적인 것을 해결하는데 돈을 쓰고 나면 남는 것이 없다”며 “경제가 회복되면서 기업들이 다시 고용을 늘려 다른 직장을 찾는 것이 나의 희망”이라고 말했다.

CNN은 이슨 부부의 상황이 경기침체가 시작된 이후 미국인의 일반적인 모습이라고 전했다. CBIZ의 자회사인 EFL어소시에이츠의 제이 메슈키 사장은 “원래 월급의 50%만 받고도 일하겠다는 사람들이 널려 있다”며 “식비, 아이들 교육비, 건강보험료 등 매달 나가는 돈을 생각하면 선택의 여지가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경제 상황이 다시 좋아졌을 때 한번 내린 임금이 원래 수준을 되찾을 수 있을지에 대해선 전문가들의 견해가 엇갈리고 있다.

고용시장이 공급과잉에서 수요초과로 바뀔 경우 구직자들이 몸값을 높여 부를 수 있다는 견해가 있는 반면 다른 한편에선 근로자들의 최종 직장 임금이 기준이 된다는 점에서 임금이 대폭 오르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후자가 옳다면 지나친 임금 삭감으로 몸값을낮추기 보단 좀 더 견뎌보는 것이 나을 수도 있다. 물론 당장 먹고사는 것이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전제하에서다.

베이커&다볼의 토드 유터스데츠 회장은 “얼마나 오랫동안 그 직장에서 일했는지도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만약 저임금으로 일한 기간이 2년 이상으로 늘어날 경우 원래 수준으로 되돌아오는 것은 매우 어렵다는 의미다.

강미현 기자 grob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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