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베이징에서 열린 자동차 박람회에서 관람객들이 BMW Z4를 살펴보고 있다.


베이징 시내를 돌아다니는 자동차를 보면 웬만한 서울 부촌 수준을 능가하는 고급 브랜드들이 많다.

아우디.벤츠.포르쉐.BMW 등 독일제를 비롯해 렉서스.혼다.토요타 등 일본차들이 많이 눈에 띈다. 물론 중국산도 많고 한국의 현대자동차도 많이 있지만 고급차들은 독일.일본차들이 휩쓸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중국 전체 상황을 놓고 보면 얘기가 달라지겠지만 어쨌든 중국 자동차 소비시장은 급팽창하고 있다.

10여년 전 인력거와 자전거가 길거리를 지배하던 시절에 비하면 그야말로 천지가 개벽하는 수준이다. 정부가 소비를 독려한 올해는 특히 그랬다. 월 100만대씩 수요가 늘고 있다.

눈치 빠른 프리미엄 고급차들은 중국 시장을 황금알에 비유하며 넘벼들고 있다. 이들은 대부분 중국 현지합작법인을 세우고 생산을 하며 최고급 모델은 직수입해 판매하는 식으로 영업을 하고 있다.

아우디.벤츠.BMW 등 독일 ‘빅 3’는 올해 중국에서 15~49% 매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이 가운데 메르세데츠벤츠는 49%나 성장했고 BMW와 아우디도 각각 26.3%, 14.9% 매출이 늘었다.

다임러벤츠그룹과 BMW그룹의 전세계 매출이 20% 가까이 줄어들고 아우디 또한 8% 감소한 실적을 감안하면 중국에서의 성장은 눈부시다고 할 만하다.

다임러벤츠의 울리히 워커 동북아 담당 회장은 “중국 자동차시장의 활기는 주식.부동산 등 자산시장의 빠른 회복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고 말했다.” 소비여력이 많아진 개인 및 기업들의 고급 자동차 수요가 늘어났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올해 중국 자동차 판매가 급증하긴 했지만 주로 정부의 판매지원 대상인 소형차 수요 급증에 따른 것이다.

이와 별개로 가격이 비싼 고급차종의 판매가 늘어난 것은 그만큼 신세대 고소득층을 중심으로 수요능력을 갖춘 소비계층이 탄탄하다는 걸 입증한다.

메르세데츠벤츠의 경우 최근 9개의 최고급 S클래스 모델을 중국에 출시했다. 지난 7개월간 S클래스는 중국에서 7300대가 판매돼 중국 시장은 전 세계 S클래스의 주력 시장으로 부상했다.

일본의 혼다자동차도 프리미엄 브랜드인 아큐라의 직수입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고 토요타자동차도 렉서스 신모델을 속속 들여오고 있다.

프리미엄 브랜드로선 후발주자인 현대자동차도 제네시스를 로헨스라는 이름으로 팔고 있고 얼마 전 신형 에쿠스를 내놨다. 중국에서 중소형차 위주로 라인업을 갖춘 현대차가 프리미엄 고급차 시장에 벤츠 S클래스.BMW 7시리즈.렉서스 LS460 등 세계적 명차들에게 맞불을 놓겠다는 전략에 따른 것이다.

중국에서 연 10만대 생산능력을 갖추고 있는 아우디는 내달 1억300만유로(약 1억4700만달러)를 투입해 연산 10만대 규모의 신공장 건설을 추진하기로 했다. 아우디는 오는 2015년 중국 판매량도 20만대로 잡았다.

BMW를 생산하는 화탠보마(華田寶馬)는 현 4만대 연산능력을 11만대로 키우기로 했다.

고급모델의 중국 생산도 늘고 있다. 다임러벤츠의 워커 회장은 “내년 중반에 새로운 벤츠 E클래스 모델이 중국에서 생산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시아경제신문 김동환 베이징특파원(donkim@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