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을 방문한 호스니 무라바크 이집트 대통령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1981년 호스니 무바라크 대통령이 이집트의 정권을 잡은 이래 올해로 28년째 이집트를 통치하고 있다.

무바라크 대통령이 고령으로 2012년 차기 대선 불출마가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짐에 따라 포스트 무바라크 이집트의 권력 승계 문제가 차츰 수면 위로 부상하고 있다.

가장 가능성이 높은 시나리오는 차기 대선을 통해 호스니 무바라크 대통령의 아들 가말 무바라크로 권력이 이양되는 것이다.

가말 무바라크가 정권을 잡을 경우 친서방, 개방 및 성장 위주의 경제정책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무바라크 대통령의 갑작스런 사망이나 권력 이양 과정이 순탄치 못할 경우 권력 서열이 명확치 않고 민주적인 권력 이양을 뒷받침할 시민사회 기반이 형성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권력 공백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권력 공백 시 사회 저변의 지지를 받고 있는 무슬림 형제단 (Muslim Brothers)의 정권 장악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무슬림 형제단은 수니파 이슬람 집단으로 현행 법률상 불법단체로 규정되어 있다. 종교 집단의 정당 정치 참여를 금지하는 법률에 따라 원칙적으로 의회 참여의 길은 막혀 있으나 무소속으로 의회에 진출해 있다.

미국 오바마 행정부가 중동 문제 해결을 최우선 외교 과제로 설정하고 이란, 시리아, 심지어 하마스와도 접촉하겠다는 의사를 밝힘에 따라, 현지 언론에서는 미국이 향후 이집트 정권 획득 가능성이 높은 무슬림 형제단과 모종의 협상이 진행 중일 것이라는 추측성 기사도 실리고 있다.

무슬림 형제단이 집권할 경우, 한국을 포함하여 이집트와의 경제협력을 희망하는 국제사회 입장에서의 최선의 시나리오는 터키 AKP 정당의 집권 사례일 것이다.

포퓰리즘 성향의 이슬람 개혁정책과 IMP 등 국제기구가 권고하는 경제정책이 적절히 안배되는 가운데, 이스라엘과의 현상유지 및 친서방 정책이 유지되는 절충안이 무슬림 형제단 집권의 경우에도 상상이 가능할 것이다.

무슬림 형제단이 현 정권의 친이스라엘 정책을 유지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무슬림 형제단이 집권할 경우 이스라엘의 타도가 주변의 아랍 국가를 재결속하는 대원칙이 될 것으로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터키 친서방 정책의 대가가 EU 가입이라면, 무슬림 형제단 집권하의 이집트를 친서방 정책으로 유도할 수 있는 인센티브는 무바라크 집권하의 이집트와 마찬가지로 미국의 경제 . 군사 원조일 것이다.

이집트는 최근 3년간 7%대의 경제성장을 이루었고 2008년 9월 회계연도에는 세계 불황에도 불구, 4%의 경제성장을 달성했으나, 높은 청년 실업률 및 물가상승률이 이어지고 있어 서민들의 현 정권에 대한 불만이 고조되어 있다.

이집트 전체 국민 중 하루 2달러 이하로 생계를 꾸려가는 인구의 비중이 약 44% 수준이다.

ILO 발표 자료에 따르면 2015년까지 2달러 이하로 하루를 연명하는 극빈층의 규모를 절반으로 줄이기 위해서는 연 평균 경제성장률이 10%대를 유지해야 하나, 최근의 경제성장 속도는 이에 못 미치는 실정이다.

1981년 무바라크 대통령 집권과 함께 도입된 비상계엄령이 현재도 유지되고 있고, 강력한 경찰력에 기반한 강권 통치가 지속되어 있어 이집트 서민층의 불만이 표출

유병우 카이로KBC 과장

되지 못하고 있으나 무바라크 사후 권력 이양 또는 정권 교체 시 잠재되어 있던 서민층의 불만이 폭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가말 무바라크의 정권 이양이나 무슬림 형제단의 집권, 어느 쪽으로 정치 상황이 전개되더라도 포스트 무바라크 시기 이집트의 불가피한 혼돈은 30년 무바라크 시대를 마무리하면서 이집트가 지불해야 하는 오래된 정치적 부채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