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행(BOJ)의 대규모 양적완화로 4월 일본의 본원통화 공급량이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지난 2일 일본은행은 4월 한달간 본원통화 공급량이 사상 최고치인 149조6000억 엔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전년동기에 비해 23.1% 늘어난 것이다.

4월 일본의 본원통화 공급량이 사상 최대치로 늘어난 것은 일본은행이 강력한 통화완화정책을 가동했기 때문이다. 일본은행은 지난달 4일 통화정책회의에서 2년 안에 물가 상승 2% 달성 목표를 가능한 한 조기에 실현하기 위한 ‘양적·질적 통화완화(Quantatitive and Qualitative Monetary Easing)’ 정책을 결정했다. 지난해 말 138조엔이었던 본원통화를 연말까지 200조엔, 2014년 말까지 270조엔으로 두 배 이상 늘릴 예정이다. 또한 국채 매입 규모는 지난해 말 89조엔에서 올해 말 140조엔, 내년 말 190조엔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이러한 결과로 4월 닛케이지수는 3월말 대비 11.8% 상승했다. 올해 들어서는 38% 급등했다. 완화 직전 92~93엔대였던 달러•엔 환율은 이후 100엔대를 넘보는 수준까지 이르렀다. 아베 총리의 공격적인 경기부양책과 맞물려 기업 실적도 개선되기 시작했다. 도요타자동차ㆍ소니 등 수출기업의 실적이 급등했다. 도쿄증권거래소 상장기업 중 290사의 2012 회계연도 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45.1% 증가했다.

하지만 엔화 약세가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적지 않다. 현대경제연구원 분석 결과 엔화 가치가 달러당 100엔에 이르면 한국 총수출이 3.4% 감소할 것으로 예상됐다. 실제 지난 4월 무역수지 흑자는 25.8억 달러를 기록했지만 흑자폭은 전달에 비해 크게 감소했다. 특히 대일본 수출이 11% 넘게 감소했고 일본과의 경합도가 높은 품목을 중심으로 수출 부진이 나타났다. 한국무역협회 분석에 따르면 우리나라 수출 상위 100대 품목 가운데 약 50%가 일본의 100대 품목과 중복된다. 일본과 경쟁이 심한 철강산업은 4.8%, 석유화학은 4.1%, 자동차는 2,5%씩 수출이 줄어든다.

반면 물가는 일본 정부의 의도대로 진행되고 있지 않았다. 지난달 26일 발표된 일본 4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동기대비 0.9% 하락하며 컨센서스 0.4% 하락을 밑돌았다. 2010년 8월 이후 2년 7개월 만에 가장 큰 하락세다. 이에 대해 블룸버그는 디플레이션을 타개하려는 일본은행의 노력이 난항을 겪고 있음을 뜻한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일본정부의 의지는 강력했다. 같은 날 열린 금융정책 결정회의에서 2013 회계연도(3월 결산)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기존보다 0.3%p 높인 0.7%로, 2014 회계연도 전망치는 기존보다 0.5%p 올린 1.4%, 상향조정했다. 또한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도 2.9%로 기존보다 0.6%p 상향조정했고, 내년 경제 성장률은 1.4%, 2015년 성장률은 1.6%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물론 시장에서는 일본의 과도한 국가부채를 이유로 양적완화를 지속하기 어렵다는 전망도 많다. 최근 OECD의 보고서에서는 2012년 일본의 공공부채가 GDP 대비 220%에 도달할 것이고, 이는 이제까지 OECD 지역에서 기록된 수치 중 가장 높은 수준이라고 전했다. 또한 무제한 양적완화를 두고 일본은행(BOJ) 내부에서 조차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지난 2일 파이낸셜타임스(FT)는 4월 BOJ 통화정책회의 의사록을 인용, BOJ 정책위원회원 가운데 일부가 방대한 부양조치의 부작용에 대한 경고의 목소리가 나왔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