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들의 화두는 먹거리다. 한창 커야 할 아이에게 어떤 음식을 먹어야 할지 걱정이 앞선다. 하지만 김영빈 요리 연구가는 제철음식으로 엄마들의 걱정이 해결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요즘 같이 환절기나 춘곤증이 있을 때 대표적인 봄 제철음식인 봄나물을 아이들에게 먹이면 건강과 성장을 모두 챙길 수 있다.

 

아직 찬바람이 옷 속을 파고 들지만 화사하게 핀 벚꽃을 보면 봄의 따뜻한 햇살이 느껴진다. 봄바람을 만끽하기 위해 나들이를 나서는 사람들이 눈에 띄고, 겨울내 움츠렸던 몸을 깨우기 위해 운동을 시작하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하지만 어느새 다가온 봄기운 때문에 주부들의 고민은 하나 더 늘어났다. 바로 먹거리다. 갑자기 나른해진 날씨에 춘곤증을 시달리는 사람도 많고 환절기에 병원을 찾는 사람도 많아 가족 먹거리에 걱정이다. 특히 한창 커야 할 나이지만 중간고사 준비에 여념이 없는 자녀들을 위해 어떤 식사와 간식을 준비해야 하는지 여간 신경이 쓰인다. 하지만 두 아이의 엄마인 김영빈 요리 연구가는 이러한 걱정을 제철음식으로 해결한다.

 

제철음식으로 계절에 따라 요구하는 영양소 챙기기

요즘에는 계절에 관계없이 원하는 음식을 먹을 수 있다. 하지만 김 연구가는 제철음식만큼 영양이 풍부하고 지친 기운을 되살리는 음식이 없다고 말한다. 제철 음식만 잘 챙겨 먹어도 따로 건강을 챙기기 위해 시간과 비용을 들이는 수고로움을 덜 수 있다

“시장이나 마트에 가보면 제철음식이 가장 예쁘고 건강해요. 특히 요즘에는 봄나물이 가장 싱싱하고 예쁘죠. 딸기도 맛이 좋고 향도 좋고요. 그 계절에 나는 음식이 가장 건강해요. 신기하게도 제철에 자란 음식에는 그 계절을 지닐 수 있는 에너지와 기운이 있습니다. 그래서 요즘 같이 환절기나 춘곤증이 있을 때 대표적인 봄 제철음식인 봄나물을 아이들에게 먹이면 건강에 아주 좋아요.”

봄이 되면 이유 없이 식욕이 떨어지거나 졸음이 쏟아진다. 이른바 ‘춘곤증’인데, 신체가 계절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해 발생하는 일시적인 피로증상이다. 이러한 춘곤증을 이겨내기 위해서는 비타민과 무기질 등이 필요한데, 봄나물이 이런 영양소를 훌륭하게 보급해주는 음식이다. 또한 봄나물에는 섬유질이 있어 겨울 동안 쌓였던 노폐물을 제거하는데 좋은 음식이다.

“제철음식을 강조하는 이유는 계절에 따라 필요한 영양소가 풍부해서죠. 여름에는 더위를 이길 수 있게 수분이 많은 가지, 애호박, 수박이 좋고 가을에는 추운 겨울을 견딜 수 있는 고구마, 감, 감자 그리고 오곡배과가 좋습니다. 특히 봄과 가을에는 도라지와 더덕이 좋은데 이 두 개 언제 나오는지 아세요? 바로 환절기가 심한 봄과 가을에 나요. 이렇게 제철음식은 계절에 따라 아이들에게 기운을 줄 수 있는 영양소로 구성돼 있어요”

아이들의 체격과 체력을 한번에

최근 아이들의 체격이 커졌지만 체력이 약해졌다는 말들을 많이 한다. 특히 겨우내 운동부족과 위축된 신체 리듬, 이를 고려하지 않고 지나치게 섭취한 고단백 위주의 음식으로 잔병치레를 겪는 아이들이 많다.

“요즘 엄마들은 고기와 우유를 맹신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아요. 우유와 고기의 문제점은 송아지에서 나오는데 송아지는 사람의 골밀도가 달라 태어나자마자 땅에서 설 수 있어요. 골밀도가 다른 소의 육류와 우유를 먹으면 뼈가 엉성해져 체격에 비해 체력적으로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그리고 서양사람과 달리 동양사람은 장이 길어 육류에서 나오는 독소가 체내에 좀 더 오래 머물어요. 그런 이유로 서양인에 비해 동양인 특히 한국사람이 대장암이 훨씬 많아요. 물론 우유나 고기가 아이들의 성장에 도움이 되지만 분명 과도하게 섭취를 하면 건강에 해롭습니다. 그래서 제철에 나는 해산물과 된장이나 간장 같은 음식을 권유하고 싶어요. 특히 된장이나 간장은 콩으로 만든 음식인데, 콩은 ‘육지의 소고기’라고 불릴 만큼 양질의 단백질과 지방질이 풍부해요. 그래서 성장에도 도움이 되고 비만의 걱정도 덜 수 있죠”

유럽 선진국에서는 ‘5 a day’ 운동을 하고 있다. 이 운동은 5가지 컬러 음식을 많이 섭취해 각종 질병과 비만을 낮추고자 시행되고 있다. 특히 서양음식과 패스트푸드 음식이 가정 식탁을 점령하면서 서양 못지 않게 비만율과 질병 발생률이 높다.

“예로부터 우리 조상은 음식에 오색의 식재료를 사용했습니다. 오색을 이용해 다양한 조리법으로 음식을 만들고 오장을 튼튼히 해 건강을 지켜왔죠. 이를 ‘오방색’ 이라고 하는데. 황(黃). 청(靑). 백(白). 적(赤). 흑(黑)의 5가지 한국의 전통 색을 말합니다. 음과 양의 기운이 생겨나 하늘과 땅이 되고 다시 음양의 두 기운이 오행을 생성하였다는 음양오행사상을 기초로 한 것입니다. 단호박과 감자와 같은 황색은 위장에 좋아 소화기관 환자들에게 좋고 청색은 간에 좋은 음식입니다. 그리고 토마토처럼 빨간색 음식은 심혈관에 좋고, 도라지와 더덕과 같은 백색은 폐에 좋습니다. 마지막으로 김, 미역처럼 검은색 음식은 아이들의 성장호르몬과 어른들의 정력에 좋습니다. 이처럼 오방색은 계절마다 변화하는 몸의 상태에 따라 제철에 나는 각기 다른 색깔과 맛을 섭취해 건강을 유지시켜주는 한국전통의 음식문화죠. 요즘 웰빙 식단이 큰 관심을 받고 있는 ‘오방색’ 가족 식사로 좋은 음식 문화입니다.

가족과 함께 한 식사가 아이의 건강도 지킨다

김 연구가는 아이들의 올바른 성장을 위해서는 부모와 함께 식사하는 것이 좋다고 강조했다. 특히 편식이 심한 아이들은 대다수 부모와 함께 식사하지 않은 아이들이고 말했다. 편식이 심한 아이들은 건강상태가 좋지 않을 수 있고 체격이 크더라도 체력적으로 문제가 있을 수 있음을 지적했다.

“어떤 음식을 먹느냐도 아이들의 성장에 중요하지만 부모님과 함께 식사를 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네오포비아’라고 해서 아이들은 자신에게 맞지 않은 음식에 거부감이 큽니다. 그래서 본능적으로 단맛을 선호하게 되고 쓴맛을 먹기 싫어합니다.”

네오포비아는 낯선 것에 대한 두려움인데 아이들이 잠재적으로 가지고 있는 공포심이다. 특히 우유를 뗀 아이들이 다양한 음식을 접하게 되는 만 3~4세에 네오포비아 성향이 극명하게 나타나는데, 네오포비아 지수가 가장 높게 나타나는 음식이 채소다.

“엄마, 아버지와 함께 식사를 하면 예절교육에도 도움이 되지만 편식을 줄일 수 있는 식습관을 만들 수 있습니다. 만약 자녀들과 함께 음식을 만들거나 장을 보러 간다면 더욱 좋죠. 아이들이 자기가 만든 음식에 큰 애착을 느껴 맛이 맞지 않더라도 먹습니다. 그리고 장을 같이 보면서 이런저런 식재료를 본다면 음식에 대해 익숙함을 느끼게 해 거부감을 줄일 수 있습니다. 좋은 음식도 중요하지만 부모님, 가족과 함께 한 식사가 오히려 아이들 성장에 더 도움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