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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자문 무료로 해드립니다”
전경련 중소기업 봉사단 인기…전직 대기업 CEO 80여명 포진

삼성전기 협력업체인 A사. 이 회사는 지난해 영업 과정에서 현금흐름이 지체되는 문제를 발견하고 이를 개선해 현금 회수 기간을 18일 줄일 수 있었다. 현금흐름의 문제점을 발견해내 지적해 준 이들은 전경련 중소기업협력센터 중소기업 경영자문 봉사단(이하 경영자문단) 소속의 자문위원들.
A사는 경영자문단이 대기업 협력업체들을 대상으로 6개월간 경영자문을 해주는 ‘경영닥터제’의 도움을 받아 현금흐름 개선뿐만 아니라 기업경영 곳곳에 산재해 있는 낭비요인을 대폭 줄일 수 있었다.
A사뿐만 아니라 같은 삼성전기 협력업체인 B사는 경영자문단으로부터 사업전략 수립 및 방법론을 교육받고 주요 사업부문의 사업환경 분석 및 로드맵을 작성해 종업원 1인당 매출액을 2배로 늘릴 수 있었다. 이에 대해 박찬식 삼성전기 상무는 “경영자문 봉사단의 자문 이후 협력회사가 ‘자립형 중소기업’으로 바뀌었다”며 “대기업과 협력사 모두 큰 도움을 받았다”고 경영자문단의 활약에 대해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경영자문단은 지난 2004년 전경련이 중소기업의 경영 애로 해소를 돕고 경영 노하우를 전수하기 위해 대기업 퇴직경영자들을 중심으로 전경련 중소기업협력센터 내에 설립한 기관이다. 경영자문단에는 자문단장을 맡고 있는 오세희 전 LG홈쇼핑 사장을 비롯해 원종섭 전 CJ GLS 대표, 이명암 전 삼성엔지니어링 전무, 심영수 전 현대중공업 전무, 최재후 전 포스코 경영연구소 경영전략실장 등 82명의 전직 대기업 CEO들이 참여하고 있다. 전직 CEO들이 대거 참여하는 만큼 자문단의 평균연령도 62세로 상당히 높다.

교통비와 식비도 경영자문단이 부담
경영자문단을 운영하는 전경련 중소기업 협력센터는 대기업 CEO를 지내거나 최소 5년 이상을 대기업 임원으로 일한 경력이 있어야만 자문위원으로 자문단에 참여할 수 있도록 자격조건을 제한하고 있다.
여기에 자문위원들의 자문활동은 모두 비상근, 무료라는 점도 특징이다. 전경련 중기센터는 자문위원들이 특정 회사의 비상근 사외이사로 활동하는 것을 제외하고는 경영닥터 수혜 기업에 상근하며 자문을 하거나 돈을 받는 행위 등을 엄격히 금하고 있다. 만약 이런 사실이 발각되면 자동으로 ‘자문위원’ 자격이 박탈된다.
전경련 중소기업협력센터의 최원락 팀장은 “자문위원들이 지방으로 내려갈 일이 있으면 교통비부터 식비까지 일체 중소기업으로부터 비용을 받지 않는다”고 강조한다.

상근하거나 자문료 받으면 자격 박탈
이에 대해 CJ GLS 대표이사를 지낸 원종섭 자문위원은 “우리가 경영자문단에 참여하게 된 것은 그동안 기업경영을 통해 체득한 경험과 지식을 중소기업 역량을 높이는 데 도움을 주겠다는 순수한 봉사정신에 따른 것”이라며 “그동안 사회에서 받은 만큼 돌려주고 가야 하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현재 경영자문단은 업종에 따라 총 4개 분과로 나누어 걸쳐 대기업 협력업체를 도와주고 있다. 주로 자문위원이 현직에 종사했던 업종을 중심으로 분과에 투입되는데 식품·섬유·잡화·의약업은 1분과로, IT·가전·통신서비스는 2분과, 자동차·석유화학·기계·환경·에너지가 3분과, 무역·물류·유통·문화·기타 서비스는 4분과로 분류돼 있다. 비교적 대기업 협력업체 수가 많은 3분과와 4분과에 자문위원이 많이 포진하고 있다.
또 자문위원단은 경영 분야에 따라서 크게 경영전략, 생산 및 기술혁신, 재무·회계, 인사·노무, 마케팅 등으로 나누어 경영자문을 시행하고 있다.
경영자문단의 자문활동은 크게 현장 자문과 온라인 자문으로 나누어지는데 자문활동의 특성상 온라인 자문에 비해 현장 자문이 활발한 편이다.
경영자문단의 현장 자문활동은 크게 어려움에 처한 중소기업에 단기처방을 내려주는 일반자문, 6개월에 걸쳐 장기간 경영을 자문해 주는 중소기업 멘토링, 대기업과 중소기업, 경영자문단이 협력해 중소기업의 경영을 자문해 주는 경영닥터제 등이 있다.
경영자문단은 2007년에 약 1871건, 지난해에 1471 건 등 출범 이후 약 1255개 기업에 4000여건의 현장 자문활동을 수행했다.
한편 경영 자문활동에 참가하는 자문위원들이 호소하는 가장 큰 애로는 경영 노하우를 전수받기보다 무작정 판매처를 알선해 달라고 떼를 쓰는 중소기업들이 상당히 많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자문위원들이 대기업 CEO나 임원 출신이다 보니 자문을 의뢰한 중소기업 경영자들이 경영 노하우를 전수받기보다 무작정 판매처나 납품처를 알선해 달라고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최원락 팀장은 “경영 자문활동은 말을 물가에 끌어다주는 역할을 할 뿐, 말에게 물까지 먹이는 것이 아니다. 자문위원들에게 경영 노하우를 전수받기보다 직접적인 도움을 받으려 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올해부터 종합경영진단 서비스도
경영자문단은 올해로 출범 5주년을 맞이해 그동안의 중소기업 경영자문 성과를 살려 다양한 활동을 계획하고 있다.
우선 그동안의 자문 노하우를 활용해 소기업을 대상으로 경영활동을 종합 진단해주고 이에 따라 맞춤 자문을 해주는 ‘중소기업 경영진단 서비스’를 시행할 계획이다. 이 서비스는 대부분의 중소기업들이 일정한 규모에 이르면 더 이상 성장하지 않고 정체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 일정규모를 갖춘 중소기업들을 대상으로 경영진단을 통해 문제점을 분석하고 해결해 주는 보다 적극적인 자문활동을 펼치려는 것이다. 더불어 지난해 처음 시행해 큰 성과를 거둔 ‘경영닥터제’도 올해부터 포스코 등 대기업의 적극적인 참여를 발판으로 대상을 더욱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또 경영자문단은 지난해 경영자문 협약을 맺은 지방의 중소기업 단체와 지방 기업들을 대상으로 경영상담회를 적극 개최할 계획이다.
이 밖에도 한동안 큰 성과를 거두지 못했던 온라인 경영자문도 활성화해 온라인 경영자문이 중소기업들을 대상으로 한 ‘원 포인트 경영레슨’이 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이형구 기자 (lhg0544@ermedia.net)

사진설명
지난해 11월 서울 워커힐 호텔에서 열린 서울 지역 중소기업 경영상담회에서 중소기업 경영자들에게 경영자문을 해주는 자문위원들.

박스
인터뷰 | 원종섭 전 CJ 대표이사

“중소기업 경영자 보며 나도 배워”

삼성전자에서 재무담당 임원과 관리본부장을 지내고 제일제당 대표이사를 끝으로 경영일선에서 물러난 원종섭(64) 자문위원은 2004년 경영자문 봉사단이 설립될 때부터 자문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원 위원으로부터 경영자문단에 참가하게 된 배경과 중소기업 경영자문을 하면서 느낀 점을 들어봤다.

경영자문단에 참여하게 된 계기는. 제일제당 대표이사에서 물러난 후 중견기업의 경영고문 등을 지내다 삼성 출신 전직 CEO들 몇 분이 모여 대기업에서 축적한 노하우를 살리면 좋겠다는 뜻을 모아 전경련에서 운영하는 경영자문 봉사단에 참여하게 됐다. 대기업 임원으로 일하면서 우리가 사회에서 받은 혜택만큼 돌려주고 가야 하지 않겠나.
5년 가까이 중소기업 경영자문을 하면서 느낀 점이 있다면. 중소기업 하시는 분들이 대단하다는 것이다. 내가 대기업의 CEO를 지냈지만 대기업 CEO는 시스템과 조직으로 경영을 조율하는데, 중소기업 CEO들은 생산부터 재무, 판매까지 모든 것을 직접 책임진다. 하나부터 열까지 발로 현장을 뛰는 중소기업 경영자들을 보면 정말 존경스럽다.
중소기업 경영자문을 하면서 어려운 점은 없었나. 아무래도 대기업과 중소기업은 정서가 많이 달라 처음에는 깊은 대화가 이뤄지지 않는다. 따라서 한 번의 자문보다는 오랫동안 자주 만나고 대화를 나누는 것이 훨씬 효과가 크다. 중소기업 경영자들과 대화를 하다 보면 나도 배우는 점이 많다. 다음으로 아주 절박한 상태에서 우리를 찾아오는 모든 중소기업 경영자들에게 속 시원한 해결책을 제시해 주지 못하는 것도 안타깝다. 대부분 중소기업 돈이나 사람, 판매로 어려움을 겪게 마련인데.
경영을 자문한 기업 중에 기억에 남는 업체가 있다면. 수도권에 있는 한 플라스틱 사출 제품을 생산하는 업체가 기억난다. 다리미 받침대, 변기 커버 같은 제품을 생산하는 업체였는데 재고문제로 골머리를 썩이다 우리를 찾아왔다. 직접 회사를 방문해서 보니 공장 레이아웃 자체가 엉망이었다. 입고, 제품출하, 자재창고와 완제품 창고가 제멋대로 배치돼 담당자도 제대로 관리를 하지 못하고 있었다. 내가 찾아가서 자재 입고부터 생산, 제품출하에 이르기까지 공장의 레이아웃을 업무의 흐름에 맞게 고치고 모든 공간을 개방해 작업자들이 서로 일하는 것을 볼 수 있게 바꿨더니 제품과 자재의 재고 부담이 크게 줄었다.
중소기업 경영자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그동안 중소기업 경영자문을 하다 보면 많은 중소기업 경영자들이 손익계산서나 대차대조표 보는 것과 같은 경영의 기본에 충실하지 않은 경우를 많이 봤다. 사업 환경이나 자기 회사 제품의 품질도 냉정하게 판단하지 못한다. 중소기업 경영자들이 보다 경영의 기본에 충실하다면 어려움에 빠질 가능성도 그만큼 줄어들 것이다.

인터뷰 박스 기사 추가할 것임

이형구 기자 lhg0544@ermedia.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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