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연가스는 9월 인도분 100만BTU에 2.87달러를 기록해 역사적 저평가 국면에 접어들었다. 전문가들은 천연가스가 조만간 제 가격으로 찾아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사진은 로얄터치쉘의 북해 가스전.


올초 글로벌 경기가 안정을 찾아가면서 안전자산에 머물러 있던 자금들이 금, 원유 등의 원자재시장으로 몰려들면서 원자재가격은 폭등세를 기록했다.

달러약세와 수요회복이 빚어낸 결과였다. 그런데 국제유가가 배럴당 70달러를 넘어서면서 지난 2월 저점 대비 1배 이상 상승했지만 유독 천연가스만은 내림세를 거듭하고 있다. 이는 역사상 최저점 구간이다.

지난 8월20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올겨울 천연가스가격 급등을 예상한 헤지펀드들은 뭉칫돈을 투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천연가스 가격인 3달러대보다 3배나 높은 10달러에 콜옵션을 사들이고 있다. 에 따르면 헤지펀드들은 내년 1, 2월 만기가 돌아오는 10달러짜리 콜옵션을 수백만 달러어치씩 매수하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 몇 달간 천연가스 콜옵션 거래량은 하루 평균 2000건 정도에 불과했지만 지난주에는 10달러짜리 1월물 콜옵션 거래량이 하루 1만건을 넘어섰다. 최근 이틀간 거래된 2월 만기 10달러짜리 콜옵션도 8000건에 육박했다.

헤지펀드의 이 같은 움직임은 과거 유가폭등을 연상시키고 있다. 이에 조만간 천연가스도 급등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김석진 리딩투자증권 과장은 “원유와 천연가스는 역사적으로 1 대 9의 가격 비율을 보였지만 현재는 20배 이상 차이가 난다”면서 “증시에서는 가격 왜곡이 일어났을 때가 가장 큰 수익을 볼 수 있는 시점”이라고 말했다.

역사적 저평가 국면 리스크 없이 큰 수익 볼 수도
물론 천연가스가 못 오른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충분한 재고량에 비해 수요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미국의 천연가스 수요층은 산업용이 30%, 주거용이 30%, 전력용이 30%를 차지하는데 계절적 요인이 없는 산업용이 경기가 안 좋아 수요가 감소했다.

또한 천연가스의 본격적인 성수기가 아직 안 왔다는 것도 하나의 요인이다. 일반적으로 천연가스는 여름철 전력수요가 증가하면서 상승하는데 올해는 날씨가 평년 대비 5~10% 정도 낮아 수요가 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천연가스가 역사적인 저평가 국면이라는 점에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없다.

역사적으로 천연가스의 저점은 2002년 8월 1.78달러였다. 하지만 현재 천연가스는 9월 인도분 100만BTU(1BTU=252㎈)에 2.87달러, 10월 인도분 3.27달러를 기록했다. 역사적 저평가 국면인 것이다.

전문가들은 천연가스의 고점이 13달러였고 평균 7~8달러 선인 점을 미루어봤을 때 조만간 제 가격을 찾아갈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겨울철 천연가스 소비시즌이 돌아오면 상승으로 전환될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

강연희 동양종합금융증권 애널리스트는 “본격적인 천연가스 소비시즌이 돌아오고 있다”면서 “난방용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추가적인 하락 없이 횡보하다가 반등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또한 8월 말과 9월 초 사이에 일어나는 허리케인의 움직임에도 주목했다.
강연희 동양종금증권 애널리스트는 “현재 미국에 상륙하고 있는 허리케인이 발생규모가 크고 천연가스시설이 밀집돼 있는 멕시코만 지역을 강타할 경우 천연가스가격이 급등할 수 있다”고 전망하며 “허리케인이 상륙하면 심리적인 작용으로 인해 단기적으로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조지현 신한금융투자 해외주식팀 과장은 “천연가스 거래량은 점차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면서 “미국 경기가 바닥을 쳤다는 인식이 확대되면서 가격인상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원유와 천연가스는 역사적으로 1 대 9의 가격 비율을 보였지만 현재는 20배 이상 차이가 난다. 증시에서는 가격 왜곡이 일어났을 때가 가장 큰 수익을 볼 수 있는 시점이다.

신한은행 사모펀드에 70억달러 몰려
이러한 움직임은 스마트머니에서 두드러진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스마트머니의 입맛에 따라 사모펀드, DLS 등 잇따라 관련 상품을 내놓고 있다.

신한은행은 지난 8월26일 천연가스지수인 UNG를 기초로 하는 사모펀드를 설정했다. 총 30여명이 모여 약 70억원의 자금이 들어왔다.

비교적 긴 2년이라는 투자기간에도 불구하고 천연가스가 저평가돼 있다는 인식 때문에 투자자들이 몰린 것이다. 기초자산이 덜 올랐기 때문에 추가 상승여력이 크다고 생각한 것이다.

전세원 신한PB여의도센터 PB팀장은 “투자자들이 리스크 차원에서 안정적이라고 판단한 것 같다”면서 “단기적 모멘텀 없이 향후 장기적인 자산가격의 움직임을 예상해 호응이 좋았다”고 말했다.

향후 수익성과가 좋으면 2호 펀드도 출시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한국투자자산운용도 최근 6개의 천연가스 사모펀드를 설립해 운용 중이고, 유리자산운용도 천연가스펀드를 PB 고객들을 대상으로 판매하고 있다.

일반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파생상품 출시도 활발하다.
신한금융투자는 천연가스ETF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파생결합증권(DLS)을 판매했다. 동양종합금융증권과 우리투자증권도 천연가스ETF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DLS를 출시한 바 있다.

천연가스투자는 국내에 상장돼 있는 상품이 없기 때문에 미국의 천연가스ETF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따라서 일반투자자가 천연가스에 투자하려면 천연가스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DLS를 사거나 해외주식을 통해 직접 천연가스 ETF를 매수하면 된다.

강연희 동양종금증권 애널리스트는 “천연가스에 투자하려면 직접투자는 변동성이 심해 위험하므로 펀드나 DLS를 눈여겨보는 것이 좋다”면서 “펀드를 선택할 때는 환율과 세금을 고려해야 하고 DLS 중에는 원금보장이 되는 상품도 있으므로 꼼꼼히 따져보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김석진 리딩투자증권 해외주식팀 과장은 “천연가스는 올해 말과 내년 초쯤에 반등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최소한 6개월에서 1년 정도는 보유하고 있다가 달러가 약세로 돌아섰을 때 메리트가 있는 상품”이라면서 “6개월 동안 최대 30~40% 정도는 오를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또 “천연가스가 역사적으로 과매도 구간이기 때문에 안전마진 측면에서 큰 리스크 없이 안정적인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시기”라고 덧붙이며 “재고가 줄어드는 시그널이 보이면 급격하게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재고량의 움직임을 확인하고 들어가는 것도 좋다”고 조언했다.

오희나 기자 hnoh@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