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둥(廣東)성 둥관(東寬)시에 소재한 중국의 한 무역업체는 지난 7월7일 무역대금을 처음 위안화로 결제했다.

그동안 달러화 결제가 상식이었지만 위안화 결제 시범운영이라는 국가 차원의 정책에 발맞춰 위안화 결제를 실시한 것이다.
하지만 이 업체는 이후 언제 다시 위안화 결제를 할지 모른다.

이 무역업체 관계자는 “위안화 결제를 위해서는 거쳐야 하는 절차도 복잡하고 무엇보다 해외 고객업체들이 난색을 표명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 세계의 관심 속에 국제기축통화의 기치를 내걸고 야심 차게 출발한 위안화 무역결제가 거래업체들에게서 외면받자 실패로 끝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팽배해지고 있다.

위안화 무역결제는 홍콩과 중국의 상하이를 비롯해 둥관·광저우(廣州)·선전(深玔)·주하이(珠海) 등 광둥성내 4개 도시에서 시범운영에 들어간 지 두 달이 돼간다.

하지만 지금까지 결과는 실망스럽다. 중궈(中國)은행의 광둥성 지사의 경우 위안화 결제 첫날 700만위안(약 12억8000만원)의 결제자금을 처리한 뒤 한 달간 추가로 결제한 금액은 100만위안에 불과했다.

외자기업이 많은 둥관의 경우 위안화 무역결제 도입 후 6개 시범은행에서 결제한 금액은 120만위안에 그쳤다.

이처럼 업체들이 위안화 결제를 외면하는 이유는 위안화의 국제적 위상과 편의성이 달러화를 대체할 수준이 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위안화는 달러화에 비해 사용빈도가 현저히 떨어져 태환성이 낮은 데다 환율 급변동에 따른 환차손 위험도 커 결제하는 입장에서 부담이 적지 않다.

광둥성 정부의 위안화 결제 실무담당자인 량야오웬 국장은 “중국 기업들은 위안화 결제를 원하고 있지만 몇 가지 원천적인 문제점을 안고 있다”고 털어놨다.

위안화 시범결제가 홍콩·마카오·아세안 국가들을 대상으로 하는 것인데 시범지역인 광둥성이 미국·유럽연합(EU)·일본 등 선진국과 거래가 많다는 점도 현실적인 난관이다.

량 국장은 “중국과 거래하는 무역업자들은 향후 위안화 절상을 전망하는 데다 미국 달러 등 다른 해외통화를 더 많이 사용하고 있어 위안화 결제를 꺼리는 경향이 많다”고 설명했다.

또한 위안화 무역결제 허용기준과 절차가 까다로워 많은 기업이 참여하지 못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참여 기업은 273개에 달하는데 더욱 많은 기업이 참여해야 위안화 무역결제가 더욱 활성화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자오퉁(交通)은행 둥관지점의 류얀펑 부지배인은 “둥관이 홍콩 및 마카오와 인접해 있고 외자 기업들이 몰려드는 등 위안화 결제가 활성화될 수 있는 외부 여건은 충분히 마련돼 있다”고 말했다.

중국 내부에서는 위안화 결제가 부진한 이유에 대해 △기업들의 위안화 결제에 대한 적응시간 부족 △결제 시범지역이 지나치게 제한 △관련제도가 아직 완비되지 못한 점을 들고 있다. 이에 따라 인민은행은 수출세 환급률 상향 등 개선방안 마련에 들어갔다.

한편 중국은 위안화 무역결제 시범운영 대상국에 한국 등 통화스와프 체결국을 포함시키는 방안을 고려 중이라고 밝혀 주목된다.

하지만 시범운영 중에서 나오는 문제점을 개선하지 않는 한 대상국을 넓히더라도 위안화 결제는 요원할 것으로 보인다.

아시아경제신문 김동환 베이징특파원 (donkim@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