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0이 시장의 기대를 저버렸다. 당초 시장에서는 워싱턴에서 열린 G20 재무장관회의에서 급격한 엔화약세를 견제하는 내용이 나올 것으로 기대했다. 회의가 열리기 전 엔화 약세를 우려하는 미국 재무부의 반기 환율보고서와 유럽, 한국, 중국 등 주요국의 우려 표명이 잇따라 나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G20은 오히려 최근 일본의 정책조치가 디플레이션을 타개하고 내수 확대를 유도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명시하면서 사실상 일본은행의 공격적인 통화완화정책을 용인했다.

이를 통해 G20에서는 엔화 약세의 부작용보다는 아베노믹스를 통한 일본 경제의 회복이 글로벌 경기회복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일본의 경기부양책을 지지한다는 IMF 라가르드 총재의 발언에서도 잘 나타난다. G20 재무장관 회의를 앞두고 96엔대까지 하락했던 엔달러 환율은 회의 직후 99.5엔까지 치솟았다.

국내 역시 엔저로 인한 추가 피해를 피하기는 어려울 듯하다. 허진욱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엔화의 추가적인 약세는 단기적으로 국내증시에서 원엔 환율 하락에 따른 수출둔화 우려가 지속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엔저를 바라보는 시장의 우려도 여전하다. 급기야 국제신용평가사 S&P는 일본의 국가신용등급 가능성을 경고하고 나섰다.

최근 S&P는 “일본 정부의 정책과 성공 여부의 불확실성과 관련된 위험성으로 인해 신용등급 강등 가능성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고 발표했다. 이어 S&P는 아베노믹스 정책이 과감한 통화 완화와 성장 촉발을 위한 재정적 노력, 민간 부문 투자 유도 전략 등 세 근간으로 구성돼 있으나 현재는 통화 완화만 가동되는 있을 뿐 나머지는 시행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S&P의 현행 일본 국가신용등급은 AA-이다.

한편 최근 콘스탄치오(Constancio) ECB 부총재는 향후 경기부진이 이어질 경우 기준금리를 인하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콘스탄치오 부총재는 “드라기 총재가 경제여건이 지속적으로 좋지 않을 경우 언제든지 행동에 나설 준비가 돼 있다고 했는데 불행히 그런 상황이 오고 있다”며, “어떤 조치가 유로존 전체에 고르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에 대해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노무라, UBS, JP 모건 등의 이코노미스트들도 유로존의 경기 회복세가 약해진 만큼 향후 기준금리가 인하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