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법에 ‘목진지’를 먼저 사수하는 자가 승기를 쥔다는 말이 있다. 전쟁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적의 이동경로를 예상해 매복 진지를 확보하는 것이 유리하기 때문이다.

전(錢)의 전쟁에서도 마찬가지다. 돈이 흐르는 이동경로를 먼저 파악해 목진지에 매복하고 있는 것이 부자가 되는 지름길이다.

국내에서 돈의 흐름이 가장 정확하게 보이는 곳은 명동 사금융시장이다. 길거리 허름한 점퍼를 입고 다니는 할아버지들도 몇 백억 원을 굴리는 전주(錢主)들이라는 우스갯소리도 있을 정도.

한치호 한원인포 사장은 “전혀 상관없을 것 같은 신문의 경제기사 한 줄만 명동에 던져놔도 어느 쪽으로든 연관되어 있다”면서 “금융기관, 정부, 전주 등 정보를 원하는 사람들은 모두 명동을 찾는다”고 말했다.

명동 사금융시장은 국내 경제의 바로미터라고 할 수 있는데 금융위기 이후 동향은 어떤지.
이전보다는 시장이 많이 축소된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기업들의 고급정보와 자금이 넘쳐나는 명동의 특성은 여전합니다.

금융기관, 정부, 전주 등 정보를 원하는 사람들은 모두 명동을 찾고 있죠. 이들이 명동을 찾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금융기관이나 정부에서 파악하지 못하는 정보를 이들은 알고 있기 때문이죠. 금융기관에서 부채,

영업이익 등 표면적인 데이터를 가지고 기업을 분석한다면 저희는 그 데이터에다가 해당 기업에 대한 풍문, 최근 명동시장에서 자금을 차입해 갔는지, 그 자금이 어디로 흘러들어갔는지 등을 더해 총체적인 분석이 이뤄지거든요.

이에 금융기관도 명동 사금융의 정보와 금리 동향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금융위기 이후 전주와 자금의 변화는.
금융위기는 명동 사금융시장에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이전에는 명동에서 5년 이상 구르지 않으면 전주들 얼굴도 구경하기 힘들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전주들은 100% 신뢰가 쌓인 업체와 거래했습니다.

하지만 금융위기 이후 전주들도 실리를 찾아가고 있어요. 전주들의 자금 성격, 조달방법 등도 바뀌고 있는 것이죠.

이전에는 몇 백억 원을 한 업체를 통해 운영하는 전주들이 많았지만 최근 전주들은 리스크관리차원에서 여러 업체에 분산해서 자금을 운용하고 있습니다.

이전에는 비밀유지가 최우선이었다면 이제는 안정성으로 무게중심이 변하고 있는 것이죠. 이러한 변화는 소액 전주들에게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습니다. 그동안 접근하기 어려웠던 진입장벽이 낮아졌기 때문입니다.

최근 전주들의 관심은 무엇인지.
수익률과 돈의 방향입니다. 명동 사금융은 어음할인이 주된 업무지만 부동산담보, 증자, 비상장주식 , 표지어음 등의 비중도 점차 증가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부동산담보와 입주채권 등이 인기고요.

최근 전주들의 관심은 수익률과 돈의 방향입니다. 명동 사금융을 이용하고 싶은 사람들은 먼저 전주들의 움직임을 읽는것이 중요합니다.

명동 사금융을 이용하고 싶지만 접근이 어렵다는 인식이 있는데 사금융투자는 어떤 방식으로 이뤄지는지.
금융기관과 마찬가지로 명동 사금융도 다양한 방법으로 고객의 니즈를 맞추고 있습니다.

명동 사금융의 상품들도 금융기관의 상품과 크게 차이는 없습니다. 주식, 부동산, 채권, 기업어음 등 다양한 상품들을 전주들의 입맛에 맞게 포트폴리오를 구성해 드리고 있지요.

먼저 전주들이 원하는 것이 안정성인지 수익성인지를 구분하고 그에 따라 담보성과 신용성으로 방향을 결정합니다.

안정성을 원하는 전주들에게는 주식, 부동산 담보 등의 담보성 상품을 추천해 드립니다.

물론 주식이 변동성이 심한 것은 사실이지만 안정적인 기업의 주식을 담보로 제공받고 담보비율을 높게 잡으면 되기 때문에 주가가 떨어져도 크게 우려할 정도는 아니거든요. 보통 코스피는 110~130% 정도, 코스닥은 150% 정도의 담보비율을 요구합니다.

반면 전주가 수익성을 원한다면 신용성 상품인 증자를 이용하기도 합니다. 한 전주가 한 회사의 증자물량을 전부 받는 경우도 있고요.

이 중 최근 가장 인기가 있는 것은 부동산 담보입니다. 자금회전이 빨라야 하기 때문에 주로 단기로 운용하죠.

어음할인은 현재 소강 상태입니다. 작년 명동에서만 1500억원 정도가 부도처리됐을 정도로 금융위기로 기업들의 자금 상황이 어려워지자 전주들이 손을 뗏거든요.

물론 여전히 어음할인을 통한 재테크 때문에 명동 사금융을 찾는 사람들은 많지만 어음 자체도 많이 나오지 않기 때문에 신규 투자자들에게 넘겨주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개인투자자들은 한원인포를 어떻게 이용하면 좋을지.
명동 사금융을 이용하고 싶은 사람들은 전주들의 움직임을 읽는 것이 중요합니다. 전주들이 사금융에서 어떻게 돈을 굴리는지를 스터디하는 게 먼저라는 것이죠.

최근 들어 전주들의 자금도 변화하고 있습니다. 이전에는 전주의 자체자금인 경우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금융기관에서 자금을 조달해 명동 사금융을 통해 돈을 불리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는 것이죠.

‘한원인포’도 이러한 흐름에 맞춰 온·오프라인으로 정보와 자금을 제공하려는 목적으로 설립됐습니다.

‘한원인포’의 홈페이지에는 주요 기업들의 금리와 정보 등을 제공하고 있으며 투자를 원하는 전주들에게 상담을 통해 포트폴리오를 구성해 드리고 있습니다.

또한 오는 10월 전자어음 시행에 맞춰 펀드 형식을 빌린 투자방법을 구상 중입니다. 일정 금액의 자금을 모집해서 펀드에서 전자어음을 구입하고,

어음에 투자를 하고 싶은 투자자들은 사모펀드에서 발행하는 채권을 구입하는 방법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개인투자자들은 명동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있는 것이 사실인데.
드라마 〈쩐의 전쟁〉을 떠올리며 사채시장을 부정적으로 인식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사금융은 금융기관이 채우지 못하는 부분을 담당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죠. 외국인, 기관 등 많은 이들이 명동 사금융으로 정보를 얻기 위해 찾아옵니다. 재무제표는 지나간 결과물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은행에서 대출을 받을 수 없는 중소기업들의 경우도 사금융이 필요합니다. 기업들이 무리하게 자금을 써서 문제가 되는 것이지 명동의 자금을 써서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거든요.

최근 사금융이 정부 규제로 인해 위축되고 있는 게 사실입니다. 이에 음지에 있는 사금융을 양지로 끌어들이기 위한 보다 현실적인 대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오희나 기자 hnoh@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