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회복에 청신호가 켜지고 있다. 2분기 이후 국내 산업 활동은 생산과 소비, 투자를 넘나들며 증가세를 보이는 등 우리나라 경기는 회복세가 뚜렷하다.

현재 경기를 보여주는 경기동행지수와 향후 경기를 예측할 수 있는 선행지수 역시 오름세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 리먼브러더스 부도 이후 촉발된 금융위기로 전 세계가 공황 공포에 휩싸인 지 1년여가 채 안 됐지만 벌써 자산시장의 버블을 걱정하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는 것.

시중에 풀린 엄청난 돈을 거둬들이지 않는다면 경기는 더 큰 봉변을 당할 수 있다는 지적이 조심스레 흘러나오고 있다고 보면 된다.

그렇다면 유동성을 회수하는 출구전략을 펼쳐야 할 때인가.
권순우 삼성경제연구소 거시경제실장, 오문석 LG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 유병규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본부장 등 민간경제연구소를 대표할 만한 인물 3인에게 출구전략에 대한 시기와 부동산 가격 상승이 실물경제에 미치는 영향 등에 대한 의견을 들어봤다.


경기회복에 대한 여러 가지 시각이 존재한다. 우리나라 향후 경기를 진단한다면.

권순우 삼성경제연구소 거시경제실장(이하 권)●경기가 저점을 통과해 회복 국면에 진입했지만 탄력은 강하지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의 회복세는 정부의 재정 확대 정책 등 인위적인 부분과 민간기업의 재고 소진에 따른 생산 활동 강화에 따른 합작품이다.

3분기 이후부터는 재정이 고갈되는 등 힘에 부칠 것은 자명하다. 거꾸로 얘기하면 하반기 경기회복에 어려움이 생겨날 수 있다는 뜻이다.

오문석 LG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이하 오)●우리 경제가 위기의 영향에서 비교적 빠르게 빠져나오고 있지만 기본적으로 세계 경제의 흐름과 같이한다고 봐야 한다.

성장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워낙 높은 데다 내수의 활력이 떨어져 독자적인 성장엔진 역할을 하기 어렵다. 수출이 회복되지 않으면 우리 경기도 살아나기 어렵다는 의미다.

다행히 2분기에는 중국에 대한 수출이 회복되면서 전기 대비 증가세를 보이고 세계 경제도 하반기에는 회복 국면에 들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회복 속도는 빠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우리 경제도 당분간은 성장세가 빨라졌다 느려지는 일종의 w자형 패턴을 보이면서 완만한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보고 있다.

유병규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본부장(이하 유)●하반기 경기 전망을 한다는 것은 쉽지 않다.

9월 말에서 10월 초쯤 구체적인 경기 전망이 나와봐야 알 수 있겠지만 국내 경기는 대내외적인 금융안정 정책과 재정지출 확대 정책 등에 힘입어 최악의 상황에서 점차 벗어나는 양상을 나타내고 있다는 것만은 확실하다.

다만 경제위기 전 수준을 회복하고 이를 상회하는 본격적인 경기회복 국면으로 접어드는 데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세 분 모두 경기가 회복될 것이라는 공통된 의견이지만 회복속도가 느리게 진행될 것이라는 데 무게를 두고 있는 것 같다.

이 같은 상황에서 주식시장의 활황, 일부지역 부동산가격 상승이 가파르다. 시중 유동성을 회수하는 출구전략을 펼쳐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는데.

권●경기회복은 양면성이 강하다. 경기회복이 가파르게 진행된다면 버블 현상이 생길 가능성이 높아 반드시 강도 높은 출구전략을 펼쳐야 하겠지만 지금은 아니다.

절대적으로 경기부양에 초점을 맞추고 강도 높은 성장전략을 펼쳐야 한다고 본다. 전년 대비 마이너스 성장을 보이고 있는데 경기가 회복되는 조짐을 보인다고 긴축정책이나 금리를 인상한다는 것은 자살행위와도 같다.

또 현재의 자산가격 상승이 금리인상으로 대응할 정도로 심각한 것은 아니다. 일부 지역의 부동산가격 상승인 만큼 미시적인 처방을 통해 해결이 가능하다.

오●출구전략이 다양한 의미로 사용되는 것 같다. 이성태 한은 총재가 말했듯이 외화 유동성을 거둬들인다거나 기업들에게 지원하던 긴급 자금을 중단하는 것을 출구전략이라고 한다면 이미 실행되고 있다.

미국을 비롯한 선진 금융시장이 안정을 되찾았고 국내 금융시장도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기 때문에 금융위기 때 실시했던 비정상적인 조치들은 더 이상 필요하지 않다.

그러나 금융이나 재정정책을 긴축으로 선회하는 것을 출구전략이라고 한다면 아직은 이르다고 본다.

우리 경제는 내년에 3%대 성장을 해도 내년 말쯤에서야 지난해 GDP 수준을 회복할 것으로 보인다. 아직 불황에서 벗어나지 못했고 인플레 압력도 높지 않다.

유●출구전략은 과잉 유동성을 해소하기 위해 물가 불안 요인을 제거함으로써 경기회복세를 이어가기 위한 전략이다.

하지만 지금은 경기회복세가 미약하고 물가상승 압력이 낮은 상황이기 때문에 금리인상과 재정 긴축과 같은 협의의 본질적인 출구전략을 활용하는 것은 시기상조다.

다만 시중에 늘어난 부동자금이 일부 지역의 부동산과 주식시장으로 유입되어 자산 버블 현상이 나타나는 것은 사전적으로 방지할 필요가 있다.

이런 측면에서 자산 버블 현상을 막기 위한 시중 자금 공급 조절이나 부동산 규제 대책과 같은 광의의 출구전략을 펼치는 것이 맞다고 본다.


강도 높은 출구전략이 필요하지 않다고 보는 것 같다. 그러면 시기를 가늠해 볼 수 있겠는가.

권●현재 경기가 회복되고 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기존 성장률에 크게 못 미치고 있다. 플러스 성장이 확실하다는 보장이 있을 때 재정 긴축과 유동성 회수 등 출구전략이 필요하다.

오●세계 경제가 견조한 회복세를 보여 수출과 산업 생산이 꾸준히 늘어나고 고용시장이 안정돼야 할 것이다.

또 국제적인 공조도 이뤄져야 한다. 세계 경제가 호전되어 출구전략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되고 3분기에도 우리 경제가 전기 대비 1% 수준의 성장세를 보인다면 연말부터는 금리인상이 검토될 가능성이 있다.

본격적인 출구전략은 내년 상반기부터 경기회복 속도를 확인해 가며 점진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유●한은이 달러를 회수하고 원화를 회수하는 조치를 취한다는 점에서 광의의 출구전략은 시작됐다고 보면 된다.

하지만 재정 긴축과 금리인상 등의 강도 높은 출구전략의 경우 군사 작전하듯이 시기를 정해놓고 하는 것은 무리라는 생각이 든다.

시중의 유동성 수급 상황을 보아가며 적절하게 미세조정 정책(fine-tuning)을 실시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

부동산 금융 규제 강화를 놓고 정부(재정부vs한은)의 시각차가 있는 것 같은데. 시장에서 혼선을 빚지 않을까 걱정이다.

권●재정부나 한은이나 모두 고민하고 있는 것 같다. 재정부는 일단 경기회복에 의한 성장에 초점을 맞추고 있고 한은 쪽은 성장보다는 인플레 등이 더 큰 걱정인 것 같다.

한은의 경우 최근 돈이 많이 풀려 있어서 일부 지역이라고 할지라도 부동산 가격 상승은 부담스러울 수 있다. 자산가격 상승이 금리인상의 요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오●정부의 시각차가 있는 것은 현재 부동산시장에 대한 판단이 다르기 때문인 것 같다. 이미 부동산 경기가 위험 수위를 넘었다는 시각과 아직 그 정도는 아니다는 시각이 공존한다.

전반적인 거시경제 정책은 확장 기조를 유지하되 부동산시장에 대한 규제는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유●정확하게 어떤 차이가 있는지 불분명하다. 다만 차이가 있다면 재정부는 과도한 규제 강화를 실시할 경우 부동산 경기 자체가 크게 약화될 것을 상대적으로 더 많이 우려하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부동산 경기 침체는 역자산 효과를 발생하여 내수경기 활성화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측면에서 자산 버블만큼 경계해야 할 요소이기 때문이다.

만약, 부동산 투기세력 유입에 따른 버블 등이 눈에 띄게 증가한다면 규제 수위는 어느 정도가 적당할 것이라고 보는가.

권●부동산가격 상승이 특정 지역에 국한되어 있는 만큼 전체 부동산 경기를 냉각시키는 전면적인 규제책은 바람직하지 않다.

부동산시장 규제를 확대하는 것보다 가격 상승이 있는 일부 지역에 집중적으로 효과가 가해지는 정책(surgical strike)이 적합하다. 즉, 미시적인 정책을 통해 담보대출 규제책을 펼치는 것이 맞다고 본다.

오●LTV나 DTI 등 대출 관련 금융 규제 강화가 적당하다고 본다. 부동산 대출을 억제하는 것은 부동산 경기가 과열되는 것을 막기 위한 것도 있지만 금융기관들의 건전성을 위해서도 필요하다.

지금같이 부동산시장의 변동성이 커진 상황에서 주택담보대출이 많아지면 향후 부동산가격이 하락할 경우 금융기관의 부실이 확대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미국에서 나타난 바와 같이 경제 전반의 시스템 실패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사전 규제를 통해 부동산시장으로 인한 금융기관의 리스크를 줄일 필요가 있다.

유●급상승 가능성이 있는 지역에 대하여 투기과열지구로 지정하거나 금융 부분에서 DTI나 LTV 등을 조정하는 정부의 미시적인 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부동산 과열 방지를 위한 종합 대책을 세우는 것은 무리라고 본다.

전반적인 부동산 규제보다는 담보 대출과 관련된 금융 규제를 실시해야 한다는 시각인 것 같다. 부동산 규제에 따른 실물경기 영향은 어느 정도라고 생각하는가.

권●부동산가격이 하락하지 않고 회복되고 있는 것은 전반적인 경기에는 긍정적인 현상이다.

미국 등 다른 나라처럼 주택가격이 크게 하락했다면 한국 경제도 상당한 곤욕을 치르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다만, 주택담보대출이 급증하고 있는 것이 부담이다.

지나치면 향후 가계부실, 금융부실로 이어질 수 있고 가계의 소비여력이 축소되면서 성장 잠재력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오●실물경제의 회복 속도를 둔화시키는 측면이 있다. 부동산 경기가 침체되면 주택 건설 투자와 이에 따른 고용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하지만 우리가 원하는 경기회복은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 지속가능한 건실한 회복이다. 자칫 인플레가 심화되거나 부동산 버블이 생겨 실물경제가 롤러코스터같이 급등락하는 것은 미리 대처할 필요가 있다.

유●과도한 부동산 규제 대책은 부동산 경기침체를 심화시켜 소비 부진과 금융 불안을 초래할 위험성이 존재한다.

특히 부동산 담보 가계대출 비중이 높은 상황에서 부동산가격이 폭락하게 되면 가계의 자산가치 하락뿐만 아니라 금융기관의 부실화가 급속히 진전될 것이기 때문에 신중해야 한다.

홍성일 기자 hsi@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