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해외 기업인수가 요즘처럼 활발한 적이 일찌기 없던 것 같다.
올해초만 해도 무분별한 인수합병(M&A)을 주의하자는 경계론도 내부에서 제기됐지만 소수의견으로 밀려난 듯 잠잠하다.

얼마전 원자바오(溫家寶) 총리가 보유 외환으로 해외기업 M&A을 지원하겠다고 공개적으로 밝히면서 중국의 기업 인수는 날개를 단 모습이다.

눈에 띄는 점은 중국이 탐을 내는 기업의 상당수가 에너지ㆍ원자재 업종이라는 점이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금융위기로 글로벌 M&A 시장이 위축된 사이 오히려 중국은 M&A를 늘린 결과 전세계 M&A 거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07년 0.7%에서 지난해 1.6%로 늘어났으며 올해 1분기에는 4.0%까지 상승했다. 특히 거래액 기준으로 98.8%가 에너지ㆍ광산ㆍ기간설비 산업이었다.

우선 원유 확보를 위해 중국은 특히 남미ㆍ아프리카ㆍ중동지역을 노리고 있다.
중국은 미국으로부터 아프리카 남서부 앙골라 지역 유전 지분 20%를 매입하기로 했고 이라크 최대 유전 사업권을 따냈다.

원유 및 가스 생산업체 아닥스를 인수해 나이지리아ㆍ가봉ㆍ이라크 등에 위치한 매장량 5억3700만t의 유전을 확보했다.

이외에도 싱가포르 페트롤리엄ㆍ일본 니폰오일의 정유공장 지분 인수하는가 하면 미국의 코스모스에너지, 아르헨티나 최대 에너지기업인 렙솔-YPF 지분 인수에도 눈독을 들이고 있다.

중국은 원유 뿐 아니라 기타 원자재도 블랙홀처럼 빨아들이고 있다.
중국은 호주 진달비메탈의 최대 주주로 올라섰고 오즈미네랄 전체 지분을 인수했으며 포테스큐메탈에도 거액을 투자하는데 성공했다.

옌저우 석탄은 펠릭스 지분 100% 인수를 눈앞에 두고 있다.
중국의 니켈업체들은 캐나다 업체를 중심으로 해외 니켈광산 지분을 사들이고 있다.

이처럼 중국이 전세계 지역을 가리지 않고 막대한 자금을 활용해 M&A에 나선 이유는 안정적인 원자재 공급선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날로 경제가 성장하는 중국으로선 원유 수요가 향후 6년간 매년 20%씩 늘어날 전망이지만 하루 수요량의 절반 이상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액화천연가스(LNG) 수요도 5년후 지금의 두배로 늘어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중국은 원자재 확보라는 궁극적인 목표를 위해 지분 인수를 선호한다.
정책적 판단을 한 뒤 합병이나 자회사로 둘 필요가 없다고 판단될 경우 소수 지분만 확보한다.

소수 지분마저 인수가 어려울 경우 다른 형태의 지원을 현물과 '맞트레이드'하거나 장기계약을 통해 안정적인 공급을 확보하려 든다.

연간계약이나 수시계약 등으로 물량을 사들이는 현재 수입 매커니즘으로는 가격 급등과 공급 부족에 대처하기 어렵다는 판단 때문이다.

빠른 경기회복 추세를 보이는 중국은 최근 원유와 철광석 수입량이 역대 최대로 늘어나면서 고민도 덩달아 늘고 있다.

지난 7월 중국은 두 원자재 수입을 위해 1380억달러를 지출했다. 수입 급등에는 사재기 세력들의 난립도 한몫한 것으로 업계는 파악하고 있다. 급기야 중국철강협회는 정부측에 업체들의 철광석 수입을 제재해줄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

중국이 올해 러시아ㆍ브라질 등 5개국에 450억달러를 주고 10~20년간 원유를 제공받기로 했고 호주와 410억달러에 LNG를 20년간 공급받기로 한 것도 안정적인 물량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중국이 포테스큐메탈에 60억달러를 추가 지원키로 하고 철광석 가격 인하에 서둘러 합의한 것도 현재 가격보다 향후 안정적인 물량 확보가 더욱 중요하다는 인식 때문으로 보인다.

김동환 베이징특파원 don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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