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대우 아시아경제신문·이코노믹 리뷰 회장 (president@asiae.co.kr)

《경험의 힘》이라는 책을 읽다 보면 폴과 퍼드 형제의 얘기가 나온다. 이들 형제는 가난한 시골마을에서 힘들게 성장했다. 이들은 어른이 되면 도시에 나가 돈을 많이 벌겠다고 다짐했다. 그런 생각을 하며 폴은 부동산 개발업, 퍼드는 큰 술집을 경영했다.

돈만 있으면 뭐든지 할 수 있는 세상에서 떵떵거리며 살면서도 이들은 고향이 주는 포근함을 잊을 수 없었다. 그래서 더 늙기 전에 낙향해서 편안히 노년을 보내기로 했다.

고향으로 돌아가는 두 형제의 얼굴에서는 환한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마을 어귀에 도착하자 허름한 누더기 옷을 걸친 한 거지가 보였다. 형제는 지갑에서 돈을 꺼내 그에게 주었다. 그러자 거지는 이렇게 말했다.

“여기서 오랫동안 당신들을 기다려왔소. 이제 당신들의 남은 생은 딱 3일뿐이오. 정확히 사흘 뒤 해가 지면 징을 치며 나타날 것이오. 그 소리를 듣는 순간 당신들은 이 세상을 떠난다오.”

거지의 말에 이들은 망연자실했다. 그동안 성공을 위해 앞만 보고 달려왔는데 이 무슨 날벼락이란 말인가?

형 폴은 밥도 안 먹히고 잠도 잘 수 없었다. 그는 “곧 죽을 텐데 이 많은 돈이 다 무슨 소용이냐”는 생각에 화가 나 돈을 모조리 불태워버렸다.

3일째 되는 날 저녁 해가 서서히 산 너머로 기울기 시작했다. 거지가 마침내 징을 들고 그의 집을 찾아왔고, 징소리와 함께 폴은 편안히 눈을 감았다. 준비된 죽음이었다.
그런데 퍼드는 달랐다.

“이렇게 성공할 수 있었던 건 다 고향 어른들의 보살핌이 있었기 때문이야. 그분들을 위해 마지막으로 좋은 일을 하고 떠나야겠어.”
퍼드는 생각을 당장 실천으로 옮겼다. 마을에 도로를 내고 어린이들을 위한 학교를 세우기로 했다. 정신없이 바쁘게 공사를 진행했다. 그는 거지가 오기를 기다렸다.

그런데 그 반대 방향에서 마을 주민들이 몰려오고 있었다. 퍼드를 위해 잔치를 열어주기 위해서였다. 거지도 징을 치며 다가오고 있었다. 퍼드는 그 소리를 듣지 못했다. 마을 사람들이 베푼 잔치 덕분에 징소리를 듣지 못했던 것이다.

동화 속에서나 나올 법한 얘기이다. 그러나 여기서 간과해서는 안 될 부분이 있다. 긍정의 힘, 나눔과 실천의 에너지가 그만큼 크다는 것이다.

오늘 아침 신문에서 시선을 멈추게 한 분이 있었다. 경기도 용인에 있는 서전농원의 김병호 대표였다. 그가 상경했을 때 밑천이라곤 76원밖에 되지 않았다. 이쑤시개 1개를 8개로 잘라 사용하며 음료수 한잔 사먹는데도 인색할 만큼 자린고비였다고 한다.

그런 그가 평생 모은 전 재산 300억원을 과학기술발전(KAIST)에 써달라며 선뜻 기부했다. ‘버는 것은 기술, 쓰는 것은 예술’이라는 그의 인생철학을 들으며 감동하지 않은 사람이 없을 것이다.

다시 불볕더위가 예고되고 있지만 휴가시즌이 끝나가고 있다. 여름이 가면 가을이 오게 되어 있다. 지루한 장마와 무더위 속 흐트러졌던 마음도 추슬려야 할 때이기도 한다.

폴과 퍼드 형제, 김병호 대표를 떠올리며 도전적인 삶을 살되, 도전으로 얻은 열매는 은총으로 생각하는 습관을 가져보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