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file●서울대 건축학과를 나와 미 MIT에서 건축석사와 도시계획 박사 학위를 받았다. 참여정부의 대통령자문 건설기술, 건축문화선진화위원회 위원장으로 건축도시연구원 설립을 주도했다. 파워블로거이자 블로거 정치인으로 ‘사람, 공간 그리고 정치’(www.jkspace.net)를 운영하고 있다.

도시는 스토리이다. 그리고 ‘시장’이다. 첨단 트렌드의 전시장이자, 고유의 정체성을 간직한 ‘브랜드’이기도 하다.

다국적기업의 광고판이 각축을 벌이는 욕망의 무대이자, 치열한 경제대전이 펼쳐지는 ‘전장’이다. 김진애 도시건축가는 도시라는 캔버스 위에 그림을 그리는 장인이다.

그리고 콘크리트 건축물로 꽉 찬 회색의 공간에 인간의 숨결을 불어넣는 예술가이자 도시를 브랜드로 만드는 마케터이다. 경기도 산본 신도시와 인사동 길을 설계한 그녀는 “도시를 보면 인간이 보인다”고 말한다. 사람은 도시를 만들고 도시는 또 사람을 만든다.

“도시는 삶의 터이자 일터이자 놀이터입니다. 사람들이 모이고 정보가 모이고, 인간이 만들어내는 온갖 흥밋거리들이 모여듭니다. 그 모인 모습이 흥겹고 쓸모 있어서 사람들이 또 모여들지요.” 좋은 도시는 그래서 시민들을 행복하게 하는 행복발전소이다.

두바이와 쿠리치바는 이러한 도시 평가의 이정표이다. 두바이는 거품 시대의 총아였다. ‘메뚜기’라는 뜻의 두바이의 성장 원동력은 전 세계를 열병처럼 사로잡은 금융 거품, 부동산 거품이었다.

글로벌 금융위기는 화려한 마천루를 신기루로 뒤바꾸어 놓았다. 대규모 개발 프로젝트들은 추진동력을 잃고, 부동산가격은 40%나 급락했다.

반면 브라질의 쿠리치바는 ‘꿈의 도시’라는 명성을 1990년 이래 유지하고 있다. 인구 180만에 불과한 중소도시가 ‘지속가능 성장’과 ‘생태계 보호’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데 성공하며, ‘리우데자이네루’, ‘브라질리아’를 제치고 브라질의 대표 도시 브랜드로 각광 받고 있다.

김 씨는 두 도시의 운명을 가른 결정적 요인이 바로 ‘셰이크 모하메드(두바이)’와 ‘자이메 레르네르(쿠리치바)’ 간 리더십의 차이라고 지적한다. 좋은 도시도 사람이 만든다.

김 씨는 미 〈타임〉지가 선정하는 차세대 리더 100인에 선정된 바 있다. 대한주택공사 주택연구원을 거쳐 서울포럼 대표로 활동해 왔으며 미 MIT에서 건축 석사와 도시계획 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런 그녀가 보는 서울은 어떤 모습일까. 나폴레옹 3세는 파리대개조 계획에서 복잡한 파리 도심을 몇 개의 방사상 모양의 가로축으로 바꾸었다. 왕을 몰아내고 공화정을 이룩했던 시민들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기 위한 숨은 의도에서다.

지붕처럼 보이는 옥상층이 있는 스타일이 자리 잡은 것도 이 시기를 전후해서였다. 급변하는 서울은 좋은 도시일까, 나쁜 도시일까.

박영환 기자 blade@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