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국적기업의 광고판이 각축을 벌이는 욕망의 무대이자, 치열한 경제대전이 펼쳐지는 ‘전장’이다. 김진애 도시건축가는 도시라는 캔버스 위에 그림을 그리는 장인이다.
그리고 콘크리트 건축물로 꽉 찬 회색의 공간에 인간의 숨결을 불어넣는 예술가이자 도시를 브랜드로 만드는 마케터이다. 경기도 산본 신도시와 인사동 길을 설계한 그녀는 “도시를 보면 인간이 보인다”고 말한다. 사람은 도시를 만들고 도시는 또 사람을 만든다.
“도시는 삶의 터이자 일터이자 놀이터입니다. 사람들이 모이고 정보가 모이고, 인간이 만들어내는 온갖 흥밋거리들이 모여듭니다. 그 모인 모습이 흥겹고 쓸모 있어서 사람들이 또 모여들지요.” 좋은 도시는 그래서 시민들을 행복하게 하는 행복발전소이다.
두바이와 쿠리치바는 이러한 도시 평가의 이정표이다. 두바이는 거품 시대의 총아였다. ‘메뚜기’라는 뜻의 두바이의 성장 원동력은 전 세계를 열병처럼 사로잡은 금융 거품, 부동산 거품이었다.
글로벌 금융위기는 화려한 마천루를 신기루로 뒤바꾸어 놓았다. 대규모 개발 프로젝트들은 추진동력을 잃고, 부동산가격은 40%나 급락했다.
반면 브라질의 쿠리치바는 ‘꿈의 도시’라는 명성을 1990년 이래 유지하고 있다. 인구 180만에 불과한 중소도시가 ‘지속가능 성장’과 ‘생태계 보호’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데 성공하며, ‘리우데자이네루’, ‘브라질리아’를 제치고 브라질의 대표 도시 브랜드로 각광 받고 있다.
김 씨는 두 도시의 운명을 가른 결정적 요인이 바로 ‘셰이크 모하메드(두바이)’와 ‘자이메 레르네르(쿠리치바)’ 간 리더십의 차이라고 지적한다. 좋은 도시도 사람이 만든다.
김 씨는 미 〈타임〉지가 선정하는 차세대 리더 100인에 선정된 바 있다. 대한주택공사 주택연구원을 거쳐 서울포럼 대표로 활동해 왔으며 미 MIT에서 건축 석사와 도시계획 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런 그녀가 보는 서울은 어떤 모습일까. 나폴레옹 3세는 파리대개조 계획에서 복잡한 파리 도심을 몇 개의 방사상 모양의 가로축으로 바꾸었다. 왕을 몰아내고 공화정을 이룩했던 시민들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기 위한 숨은 의도에서다.
지붕처럼 보이는 옥상층이 있는 스타일이 자리 잡은 것도 이 시기를 전후해서였다. 급변하는 서울은 좋은 도시일까, 나쁜 도시일까.
박영환 기자 blad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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