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6개월 만에 외국인 순매도 최고치 기록

코스피지수가 연중 최저치를 기록하며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높아졌다. 특히 외국인 수급영향으로 코스피가 큰 폭으로 하락했다. 반면 미국과 일본 등 주요 선진국에는 최근 들어 해외자금이 크게 유입되고 있다. 이에 ‘셀 코리아’를 외치는 외국인들의 이유를 점검하고 향후 어떤 흐름을 보일 것인가를 짚어보자

 

3조원. 4월 들어 지난 9일까지 외국인이 매도한 금액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9일 기준 4월 들어 외국인의 주식, 채권 투자 순유출 규모는 각각 1조8000억원과 2조5000억원으로 3조원을 넘어섰다. 특히 지난 5일 개성공단 통행 제한 등 북한 측 위협이 고조되면서 5일 외국인은 6808억원어치를 증시에서 순매도했다. 이날 외국인 순매도 규모는 2011년 9월 14일(6873억원) 이후 1년 6개월여 만에 최대치다. 이는 곧 증시 하락으로 이어졌다. 같은 날 코스피지수는 전일보다 1.64%(32.22포인트) 떨어진 1927.23에 거래를 마쳤다. 다음 거래일인 8일에도 외국인 순매도(3667억원)가 이어지면서 지난해 11월 28일(1912.79) 이후 최저치인 1918.69포인트를 기록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셀 코리아’가 장기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아울러 꽃샘추위가 가실 때쯤에는 외국인이 다시 귀환할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미워도 다시 한번… 봄바람 타고 외국인 들어올까

외국인의 매도세가 나타나기 시작한 3월 초부터 4조6000억이 넘는 금액을 순매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단기간에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순매도가 이루어지고 있다. 3월의 외국인 매도는 계속되고 있는 FTSE Emerging Transition Index 내 한국 비중 조절과 함께 FTSE 정기변경 이슈가 겹치면서 나타난 현상이라고 분석된다. 4월 들어 지속되고 있는 외국인 매도는 북한 리스크에 따른 심리적인 불안 요인, 일본은행(BOJ)의 대규모 양적완화 결정, 현대차 대규모 리콜사태 등 복합적인 요인으로 판단한다.

이러한 악재에도 전문가들은 외국인들이 매수세로 돌아설 것이라고 예상한다. 우선 북한 도발이 지속적인 외국인 매도세를 이끄는 요인이 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북한 리스크가 펀더멘탈을 훼손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2000년 이후 주요 북한 도발 상황을 살펴보면 EPS(주당순이익)는 대체로 견조한 흐름을 보였다. 2002년 서해 연평대전이 발발했을 때 KOSPI는 하락했지만 이익은 큰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북한 핵실험이 있었던 2006년과 2009년에 KOSPI는 상승했고 이익도 개선됐다. 이에 곽현수 신한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북한도발이 기업 이익에 미치는 영향은 적고 투자 심리 쪽으로만 영향이 미치기 때문에 파급력이 약할 것”이고 예상했다. 또한 북한과의 관계가 더 악화되지 않아 외국인 투자심리도 곧 완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일반적으로 북한과의 관계 악화는 국내뿐만 아니라 지리적인 인접성 때문에 일본 증시에도 악영향을 주기 때문에 과거 김정일 주석 사망, 북한 미사일 실험 당시 KOSPI 와 Nikkei225지수는 동반 하락세를 보였다. 이재만 동양증권 애널리스트는 “북한 관련한 문제가 불거진 시점에서 KOSPI는 하락했지만, Nikkei225지수는 크게 흔들리지 않고 있어 북한과의 관계가 더욱 악화할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분석했다.

일본은행의 ‘양적•질적 통화완화’(Quantitative and Qualitative Monetary Easing)도 향후 국내 외국인 자금유입에 제한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4일 BOJ의 통화정책회의가 우리에게 절망적인 것 같지만 엔/달러 환율 상승과 원/달러 환율 상승이 동시 진행되면서 국내 시장에 엔화 약세의 충격은 상당 부분 완화될 것으로 분석된다. 7월 참의원 선거까지 엔화 약세 압력이 높겠지만 과도한 완화정책으로 재정안정성의 위협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이다. 당장은 일본은행의 국채 매입이 금리를 누르겠지만 인플레이션이 2.0% 조기 달성 목표를 감안하면, 물가 압력 고조에 따른 금리 상승 압력이 서서히 더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의 국가부채 규모가 GDP의 2배를 뛰어넘는 상황에서 금리가 오를 경우 부채 부담이 가중될 수 밖에 없다. 일본과 함께 강한 양적완화에 동참했던 영국의 머빈 킹 총재도 파운드화의 급락 압력이 강해지고 인플레이션 압박이 들어오자 지난 달부터 정책방향을 급선회한 바 있다. 이에 박성현 한화증권 애널리스트는 “심각한 부채문제에 시달리고 있는 일본의 엔화가 통제가 어려운 수준으로 급락 할 수 있어 일본도 영국처럼 속도조절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또한 외국인 자금이 다시 유입되기 위해서는 정부의 스탠스가 가장 중요하다. 박근혜 정부는 지난 1일 내수경기 활성화를 위해 정부는 부동산 대책을 발표했고, 추경 편성(예상치 17조원)도 고려하고 있다. 한범호 신한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주요국의 완화정책에 비해 늦은 감은 있지만 추경예산 등 적극적인 경기부양 및 통화 정책을 추진한다면 시장에 ‘경제가 회복된다’는 확신을 줄 수 있다”고 전했다. 비록 지난 11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의 기준금리 동결했지만 증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내다봤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일시적인 실망감을 나타낼 수 있지만 추경 예산을 편성하고 나면 거시경제 지표들은 자연스럽게 좋아져 외국인 투자를 이끌 수 있다고 예상된다. 한 애널리스트는 “우리나라는 수출 중심 경제이며, 수출 경기는 국내 주요 기업 및 관련 기업의 이익을 결정하다”며, “이러한 관계를 고려할 때 내수 경기 부진에 따른 추경 편성은 근본적으로 대외적 요인이 크게 작용하고 외국인 투자자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판단했다.

돈, 선진국으로 다시 몰린다...국내 영향 줄까

현재 글로벌 자금의 흐름은 신흥국에서 선진국으로 옮겨가고 있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유럽 재정위기를 거치는 동안 선진국이 풀어놓은 돈이 성장률이 높은 신흥국으로 대이동을 하던 것이 다시 회귀하고 있는 것. 이피에프아르(EPFR)는 연초부터 선진국 주식에 순유입된 자금은 760억달러(약 86조4500억원)에 달한다고 분석했다. 이 같은 자금 흐름은 지난해 선진국에서 190억달러가 순유출되고 신흥국에 500억달러가 순유입됐던 것과 대조적이다.

선진국 가운데 일본으로 자금 유입이 특히 가파르다. 작년 9월 취임한 아베 총리의 엔저정책은 글로벌 자금 유입의 흐름을 바꿔놓았다. 일본의 엔저로 엔 캐리 트레이드가 부활했고 달러 강세 현상을 유발했다. 더욱이 지난 4일 열렸던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일본은행은 작년 말 기준 138조엔이었던 화폐공급 총량을 내년 말 약 2배인 270조엔(약 3천210조원)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이처럼 일본은행의 부양책이 시장의 예상보다 강도 높게 발표되자 시장은 빠르게 반응했다. 엔/달러 환율은 단숨에 95엔대까지 뛰어올랐으며, 증시는 급등, 채권 금리는 급락했다. 일본이 15년 가까이 겪어온 디플레이션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과 일본의 무역/경상수지 적자가 해소될 것이라는 전망이 형성됐기 때문이다. 또한 수출비중이 높은 대기업들은 엔저로 실적 개선을 거두고 영업이익 개선이 주가 상승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사이클이 예상되는 분위기다. 이 때문에 국제 금융시장의 투자자들은 일본 주식을 선취매하려는 움직임이 예상돼 앞으로도 지속적인 자금유입이 분석된다.

미국도 최근 들어 자금유입이 둔화세를 보이고 있지만 글로벌 자금 유입의 기조에는 큰 변함이 없을 것으로 예측된다. 미국 경제를 보여주는 주택경기, 소비지출, 제조업경기 등의 경제지표들 이 호조를 보이며 경기 회복세가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4월 들어 고용지표들이 예상보다 부진하고 5월에 정부부채한도 조정을 둘러싼 논란 재점화 등의 불안요인으로 경기회복세가 지연될 우려가 있다. 하지만 미국 자동차 판매가 2007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한 데 이어 셰일가스 혁명’에 힘입어 미국 제조업 부활의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어 미국 경제가 크게 흔들리지는 않을 전망이다. 이에 다우지수(10일)는 전일 대비 59.98포인트(0.41%) 상승한 14673.46으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특히 이런 상황에서도 연준은 양적완화와 초저금리를 상당 기간 더 유지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해 시장심리를 안정시켜주고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이러한 현상을 크게 염려하지 않는 모습이다. 글로벌 자금 흐름을 살퍼볼 경우 동남아시아를 비롯한 신흥국들이 물가상승에 발목 잡혀 적극적인 경기 부양책을 못 쓰고 있기 때문에 신흥국에서 선진국으로 자금이 유입되고 있다. 하지만 국내 물가상승은 그리 위협적이지 않으며 4월 중순 이후 추경 등 적극적인 경기 부양책이 예상돼 최근 글로벌 자금 흐름과 무관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정승재 미래에셋증권 애널리스트는 “미국과 일본에 유입된 자금과 국내 유입될 자금의 성격이 다르기 때문에 ‘셀 코리아’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