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고픈 사람에게 어디라도 가서 자신의 얼굴을 떼어주는 기발한 발상의 애니메이션 '날아라, 호빵맨'을 아는가. 동글동글한 얼굴과 눈이 귀여우며 정의감으로 똘똘 뭉친 호빵맨 캐릭터를 만든 작가 야나세 다카시는 ‘최고령 현업 만화가’로 유명하다. 그의 나이 93세. 무대 미술, 작사, 방송 작가 등 여러 분야에서 활동하다가 54세 때부터 본격적인 만화가의 길로 들어섰다. ‘호빵맨’을 그린 건 이 무렵의 일이었으며, 호빵맨이 첫 성공을 거두기 시작한 것은 60세가 넘어서였다.

# 세계적인 규모의 미국 패스트푸드 회사 맥도날드. 믹서기를 팔러 다니는 세일즈맨이었던 레이 크록은 우연히 맥도널드 형제가 운영하는 가게에 들렀다가 사업가 감각이 발동, 식당 주인 형제에게 프랜차이즈 사업을 제안하고 53세에 맥도널드 1호 매장을 열었다. 이후 햄버거 대학 설립을 통한 점주 교육, 맥도날드의 마스코트 ‘로날드 맥도날드’ 제작, 좌석매장 최초 개점 등 오늘날의 맥도날드를 만드는 데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미국 ‘타임’지가 선정한 ‘20세기 가장 중요한 인물 100인’ 가운데 한 명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 관능적 패션의 대명사, 패션디자이너 로베르토 카발리는 1940년생으로 올해 일흔세 살이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현역일 뿐만 아니라 앞으로도 30년을 더 일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한다. 자신은 나이를 먹지 않으며 마음이 젊다면서 말이다. 아직도 디스코테크에 가는 젊은 여자를 보면 설레고, 춤추고 노래하는 걸 좋아하는 것은 물론 트럼펫도 분다고. 그리고 꿈을 꾼다. 패션 철학이자 디자인적 영감인 여자를 사랑하고, 또 그녀를 마음속에 떠올리고 옷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을. 그 꿈이 그를 즐겁게 나이 들게 만드는 것인지 모른다. 전 세계적으로 연간 3조원이 넘는 매출을 올리는 ‘글로벌 패션 왕국’의 제왕 조르조 아르마니 역시 일흔아홉 살이지만 지금도 현역으로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 올해 72세인 세계적인 테너 플라시도 도밍고. 여전히 그의 목소리는 살아있고 그의 열정은 여느 젊은이 못지않다. 현재 최고의 기량을 뽐내며 레코딩 작업과 오페라 음악감독을 맡고 있다. 지난해 말에는 후배가수들과 함께한 팝 앨범을 발표하기도 했다. 아마도 거기엔 그의 좌우명이 한몫했으리라. “쉬면 녹슨다!(If I rest, I rust !)” 영화계의 거장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이 자신의 대표작이자 최고 흥행작인 영화 ‘사이코’를 제작한 때가 61세였으며, 명성을 잃고 세상 뒤편으로 밀려났던 코코 샤넬이 다시 패션계를 평정한 나이가 71세였다.

# 장수 방송 프로그램인 KBS ‘전국 노래자랑’을 30년째 이끌고 있는 장수 국민MC 송해 씨는 올해로 여든여섯의 나이가 됐다. 고령임에도 불구하고 전국 각지를 돌아다니면서 지금도 놀라운 현역임을 과시하고 있다. 그가 밝힌 건강관리법에는 특별한 것이 있는 게 아니었다. 자신이 하는 일을 열심히 한다면 건강은 따라오는 것이라고 했다. 피아니스트 신수정 역시 일흔한살 나이를 잊고 산다. 그녀는 최근까지 연주회를 열고 후학을 양성하는 등 쉼 없는 열정을 보이고 있다.

# 프랑스를 대표하는 대문호 빅토르 위고는 “40~50대는 나이 들어 맞이하는 청춘”이라고 했다. 급속한 고령화를 맞은 ‘올드 코리아’! 하지만 ‘구르는 돌에는 이끼가 끼지 않는다’는 일념으로 산다면 우리는 결코 늙지 않는다. 시니어들이여, 뜨겁게 살자. 그리고 인생 2막에 ‘찬란한’ 반란을 일으켜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