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전반품매장’ 알뜰한 살림장만 도우미

반품매장, 리퍼브(Refurbished)샵은 전시 제품이나 고객들의 단순 변심에 의해 반품된 제품들을 재점검해서 할인 판매하는 곳이다. 구매할 수 있는 종류도 가전제품뿐 아니라 가구, 명품까지 다양하다. 최대 75%까지 저렴하게 물건을 구입할 수 있으며 가전의 경우 냉장고, 세탁기 등 가격이 비싸고 큰 제품일수록 할인율이 높다. 이에 20대 후반부터 5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 고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 올해 7월 결혼을 앞둔 김수혁(32)·이지은(30) 예비부부는 고민이 많다. 서울권에 1억3000만원 전셋집을 장만하고 나니 돈이 정말 빠듯하다. 대출 없이 신혼생활을 시작하려고 무리한 탓일까. 예단, 예물, 살림장만 등 걱정이 많다. 냉장고, 세탁기, TV, 가스레인지, 전자레인지 등등 신혼집에 채울 가전을 최소한으로 준비해도 약 900만원의 예산이 나온다. 걱정하는 이들에게 지인은 가전반품매장을 가보라고 권유했다. 최대 50%까지 저렴하다고 하니 밑져야 본전. 이들 예비부부는 총 450만원에 기본적으로 필요한 세탁기, 냉장고에서 밥솥까지 해결했다. 신혼인데 새제품을 사야하지 않을까 했던 고민은 가전을 직접 보고나니 싹 사라졌다. 약간의 스크래치가 있는 정도이거나 새제품이라고 보면 된다.

# 자녀가 초등학교에 다니는 부부 임명수(40)·오미정(39) 씨. 가전은 인생에서 주기적으로 모든 걸 바꿔야 할 때가 온다더니 이들에게 지금이 딱 그 시기다. 가스레인지가 고장 나더니 최근에는 세탁기가 말썽이다. TV도 예전부터 시원치 않았지만 아이들 교육을 핑계로 바꾸지 않고 있었다. 아내 오미정 씨는 결혼 이후 대부분 10년 이상 써온 제품이기 때문에 이번 기회에 새로운 가전으로 모두 바꾸자고 남편에게 제안했다. 만만치 않은 가격이 고민인 이들 부부가 선택한 곳 역시 가전반품매장이었다. 40만 원대 가스레인지는 절반 가격인 20만 원대에 구입했다. 15KG 드럼세탁기는 65만원이다. 정가는 110만원. TV의 경우에는 반품 제품은 아니지만, 유통 경로를 줄이고 직접 들여와 삼성 40인치가 정가 107만원인데 79만원에 살 수 있었다. 예상보다 저렴한 가격에 이들 부부는 만족했다. 

요즘처럼 계속되는 불황에 비교적 비싼 가격의 가전을 사야할 때 반품매장, 리퍼브(Refurbished) 샵을 이용해 보면 어떨까. 최대 50~60%까지 저렴하게 살림 장만이 가능하다.

리퍼브샵이란 전시 제품이나 고객들의 단순 변심에 의해 반품된 제품들을 재점검해서 할인 판매하는 곳을 말한다. 구매할 수 있는 종류도 냉장고나 세탁기 같은 가전제품에서 가구, 명품까지 다양하다. 또한 단순 변심에 의한 반품이거나 약간의 스크래치가 있는 상품이기 때문에 사용에는 전혀 문제가 없고 거의 새것이나 다름없다. 또는 초기 불량인 경우 반품 후에 수리를 하기 때문에 성능은 동일하다. 이에 리퍼브샵에서 한번 구매를 하고나면 지속적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지만, 주로 서울 변두리나 경기도 권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접근성은 용이하지 않다.

특히 가전의 경우 실속을 챙기는 예비부부나 교체 시기가 온 중년 부부, 독립한 싱글들까지 이들이 비교적 저렴한 가격으로 필요한 살림을 장만할 수 있어 더욱 선호도가 높다.

리퍼브샵 직접 가보니··

경기도 남양주에 위치한 리퍼브샵은 지난 2011년 4월에 오픈했다. 한경석 점장은 “당시 리퍼브샵이 한창 인기를 끌던 때라 냉장고 10대, 전자레인지 10대로 시작해 이제는 큰 규모에 ‘없는 것 빼고 다 있는’ 가전반품매장이 됐다”고 설명했다. 200평 이상의 넓은 대지에는 냉장고, 세탁기, 에어컨 등 비교적 크기가 큰 제품부터 밥솥, 전자레인지, 헤어드라이기, 선풍기 등 일반 가전매장에서 취급하는 거의 모든 품목을 보유하고 있다. 평일 오전 10시라 손님이 없었지만, 이후 드문드문 오는 편이었다. 주로 외각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평일 보다는 주말에 손님이 많다는 게 한 점장의 설명이다.

특히 세일기간에는 약 10% 추가 할인으로 한정 판매하기도 한다. 대부분이 리퍼브 제품이지만 TV는 예외다. TV의 경우 화면을 보는 것이 주요하기 때문에 스크래치가 있거나 하는 제품은 고장으로 여기기 때문이다. 그래서 마진을 줄이는 방법으로 저렴하게 들여온다. 한 점장은 “이곳은 인테리어와 광고에 전혀 돈을 투자하지 않았기 때문에 비용을 최소화한 곳”이라며 “오직 입소문으로만 장사를 한다”고 설명했다.

 

이벤트 역시 하지 않는다. 가끔 방송을 통해 아주 저렴한 가격에 가전제품을 판매하는 경우를 볼 수 있지만, 이미 기존의 제품보다 저렴하게 판매하고 있기 때문에 이벤트로 할인율을 더 높인다면 다른 제품 판매 가격을 올려 마진을 남겨야 하기 때문이다. 실제 60%이상 할인하는 제품은 대부분 중고이고, 평균 30~40%정도 저렴하다고 보면 된다고 한 점장은 귀띔했다.

현재 이곳은 대우일렉, 리홈쿠첸, 동양매직, 웅진 등의 제조업체에서 리퍼브 상품이나 시즌이 끝나거나 재고가 남은 새 상품을 저렴하게 내놓으면 구입해서 판매하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제품의 크기가 크고 비쌀수록 가격 할인율이 높다. 대우 클라쎄 냉장고의 경우 정가 360만원이 이곳에서는 169만원에 판매되고 있었다. 반면 저렴한 제품의 경우 가격 차이가 크게 나지 않는다. 20~40만원대의 제품들은 최대10만원에서 평균 5만원 정도 저렴하다고 보면 된다.

제품마다 배송비는 별도다. 여러 개를 구입해도 제일 큰 가전을 기준으로 거리에 따라 배송료가 결정된다. 배송의 경우 무료 서비스를 하는 곳도 많지만, 리퍼브샵은 워낙 판매 가격이 저렴하기 때문이다. 대신 배달은 배송기사의 시간에 기준을 두지 않고, 손님이 원하는 시간에 맞춰 당일 배송도 가능하다.

A/S는 제조사에서 지원하기 때문에 일반 매장에서 사는 것과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한 점장은 “리퍼브 상품은 일부러 만드는 게 아니기 때문에 운이 닿아야 살 수 있다”며 “한 두달에서 1년 넘게 기다리다가 물건을 사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평균 30~40% 저렴하고, 마트 세일기간에 비교해도 25% 저렴하다”며 “때문에 신혼부부나 싱글족 등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이 꾸준히 방문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용인에 위치한 ‘반품세일닷컴’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 곳은 제품 상태에 따라 다르지만 30%에서 최대 70%까지 세일을 하고 있다. 제품군이 워낙 다양해서 고객 연령층도 폭넓다. 주로 20~30대 젊은 층은 온라인으로 구매하는 경우가 많으며, 30대 후반부터 50대는 매장 방문률이 높다.

이곳은 주로 생활가전을 취급한다. 홈쇼핑이나 인터넷, 대형가전 매장 등에서 반품된 상품들을 검증과정을 통해 이상이 없는 반품상품과 단종이나 모델변경 등의 사유로 판매되지 못한 이월상품, 재고 상품이나 가격 경쟁력이 있는 새제품들을 판매하고 있다.

오프라인 매장의 경우 번화가에 있다면 제품 가격이 올라갈 수밖에 없기 때문에 창고형으로 접근성이 좋지 않은 곳에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리퍼브샵을 방문하는 고객의 경우 첫 번째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가격이기 때문이다.

‘반품세일닷컴’ 관계자에 따르면 A/S는 유상인지 무상인지 기간은 어느 정도인지 꼭 따져보라고 조언했다. 그는 “반품상품에 대한 선입견만 없으면 저렴한 가격에 좋은 제품을 살 수 있다”며 “사고 싶은 물건이 있으면 접수를 받는 경우도 있으니 미리 잘 알아보고 방문하면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보통 일반 매장들의 매출이 한 달에 4000~5000만원”이라며 “온·오프라인을 같이하는 경우 더 많이 번다”고 밝혔다.

관계자에 따르면 최근에는 시즌이 봄으로 넘어와 청소기, 전자레인지, 밥솥, 리빙박스 등 계절과 관련된 상품의 매출과 문의가 많다. 또한 신학기, 취업 시즌 등과 겹쳐 원룸에 사는 1인가구가 사용할 수 있는 소형 제품 역시 꾸준히 인기를 끌고 있다.

한경석 리퍼브샵 남양주점 점장 “제품이 마음에 들면 말성이지 말아야”

어떤 경로로 리퍼브 제품을 들여오나 각 업체마다 리퍼브 제품 담당자들이 따로 있다. 이들이 물건이 있다고 연락이 오면 정확한 판단, 신속한 결정으로 먼저 주문을 해서 구입하면 된다. 그러나 잘못 가져오는 경우도 있어 신중해야 한다. 제품의 인기도, 시즌에 맞는지, 금액 적정 수준을 판단해서 수량을 결정하며 이에 대한 정확한 예측이 꼭 동반돼야 한다.

리퍼브 제품을 잘 고르는 노하우는 A/S 기간이나 조건을 잘 확인하고 구입해야 한다. 또 마음에 드는 물건이 있다면 망설이지 말고 사길 권한다. 매번 나오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반대로 조급하게만 생각하지 말고 구입하려는 물건이 없다면 시간의 여유를 가지고 쇼핑을 해야 할 필요 또한 있다. 한 고객의 경우 1년을 기다려서 냉장고를 구입했다. 원하는 제품을 얘기해 놓으면 그 물건이 들어왔을 때 고객에게 직접 연락을 주기도 한다. 또한 대부분의 리퍼브 제품 매장이 외각에 있기 때문에 방문하기 전에 전화로 찾는 제품이 있는지 확인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방문 고객 수는 리퍼브라는 키워드가 인기를 끌었던 2011년에는 손님들이 먼 곳에서도 많이 왔다. 지금은 단골손님과 그분들 소개로 오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주로 주말에 많고, 평균 50명 이상이다.

매출은 한 가정을 가정을 꾸리기에는 괜찮은 정도라고 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 다른 사업을 하다 잘 안돼서 힘들었다. 2011년 남양주점을 오픈하면서 실패하면 온 가족이 찢어질 각오로 시작했다. 지금은 자리를 잡았다.

고객 유형은 이사를 앞두고 있거나 결혼을 한지 10년 이상이고 자녀가 있는 사람들이 많다. 가전 역시 바꿔주는 주기가 있듯이 그 시기에 맞춰 한 제품 정도 사려고 왔다가 저렴한 가격에 2~3개 구입하기도 한다. 최근에는 의외로 신혼부부들이 많이 온다. 젊은 사람들은 실질적인 성능과 금액을 보기 때문이다. 이들의 말에 따르면 주변에서 결혼한 사람들이 가전은 하루만 써도 결국 중고가 된다는 조언에 온다고 하는 사람들이 많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