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혀 예측 못했던 위기를 맞아 당황스럽다고들 한다. 하지만 사실 그 위기는 직원들 중 누구도 예측 못했던 위기가 아니라, 누구도 신경 쓰지 않았던 위기였을 가능성이 더 크다. 하루 빨리 위기요소를 발견해 공유하는 문화를 만들자. 발견한 직원을 표창하자. 그 위기요소를 관찰하고 함께 해결책을 강구하자.

 

10여 년 전만 해도 기업 위기관리에 관해 이런 말이 있었다. “발생 가능한 거의 모든 위기 주제들은 직원들 각자의 책상 속에 들어 있다” 즉, 직원들은 자신의 회사에게 발생 가능한 대부분의 위기 요소들을 이미 알고 있다는 의미다. 이를 최근 버전으로 업데이트 해 ‘책상’을 ‘PC’로 바꾸어 표현해도 되겠다. 기업 위기관리 시스템을 구축할 때 일반적 첫 과정이 해당 기업의 위기요소 진단 작업이다.

회사에 어떤 위기가 발생할 수 있는지에 대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 두고 그와 관련된 위기요소들을 하나하나 끄집어내 분석하는 작업이다. 이를 위해 컨설턴트들은 사내 보고서들을 분석하고, 해당 회사와 경쟁사들의 이전 사례들을 분석하고, 핵심 직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하고 인터뷰한다. 이 과정에서 가장 의미있는 방법은 단연 ‘인터뷰’다. 핵심 직원들과 심도 있는 인터뷰를 진행해 보면 그들 대부분이 실제 발생 가능한 위기 주제들에 대해 매우 정확하고 다양하게 인지하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일부는 자신의 특정 위기요소에 대한 언급이 회사에 오히려 누가 되지 않을까 염려해 깊은 설명을 꺼리는 경우도 있을 정도다. 많은 위기요소들은 이전에 내부적으로 오랜 기간 인지돼 왔었던 것들이다. 일부는 내부적으로 인지는 하지만, 공개적으로 언급하는 것을 꺼렸기 때문에 지속 잠재해 왔던 요소들이다. 아주 적은 일부는 개선이나 극복이 불가능해 어쩔 수 없이 덮어놓고 지내는 위기요소들이다. 여기서 아주 중요한 포인트가 있다.

평소 위기에 대한 최고경영자(CEO)의 태도 또한 위기요소 진단을 통해 함께 진단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대체적으로 CEO가 직접 위기요소들을 보고받기 즐기고 이에 대한 해결책을 함께 마련해 개선해 나가려 하는 경우 위기요소 진단에서는 다음과 같은 답변들이 많이 나온다. “이미 대표님께서도 이 이슈는 인지하고 계십니다. 단, 내부적으로 많은 고민을 해보고 했는데 현실적 대응책이 없고 현재로서는 일단 가능한 해당 위기 발생을 억제해 보자 하는 수준에서 일선에서 관리하고 있습니다.”

이런 투의 내용들이 종종 언급된다. 반대로 위기요소에 대한 CEO의 관심이나 해결책 강구 노력이 부족한 기업에서는 다음과 같은 답변 비율이 많다.  “혹시 제 인터뷰 내용이 실명으로 상부에 보고 되나요?” 또는 “사실 이런 주제는 사내에서 몇 명만 알고 있는데요….” 또는 “대표님이 이걸 아시면 아마 깜짝 놀라실 겁니다만….” 하는 답변들이다.

평소 내부적으로 일선에서 자신이 인지하고 있는 위기요소들을 바로 윗선을 거쳐 최상부까지 보고해 보거나, 해결책을 스스로 강구해보지 못했던 환경들이 그대로 투영되는 것이다. 더욱 최악의 상황은 이런 답변들이 나오는 곳이다. “이 사실을 대표님과 임원들께서도 이미 알고 계세요. 그런데 아무런 개선 지시가 없어요. 그래서 우리는 그냥 하던 대로 하는 겁니다. 우리가 무슨 힘이 있겠어요.” 최고의사결정자들이 알면서도 해결책을 제시하거나 개선책을 강구하는 것이 아니라 침묵하고 방관하는 케이스다.

사실 많은 기업 범죄나 경영자의 직권남용 관련 위기들이 대부분 이런 상황에서 발생된다. 아주 심각한 상황이 이런 종류다. 진정으로 자신의 기업이 위기관리에 강한 기업이 됐으면 하는 CEO라면 외부 컨설턴트들을 불러 위기요소 진단을 진행하기 전,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자. ‘나는 CEO로서 일선 직원들로부터 위기요소들에 대한 정보들을 보고받는 것을 즐겼는가? 그들의 보고를 듣고 책임자를 단순 문책하는 대신 근본적 해결책 마련에 힘썼는가?’ 이 자문(自問)에 자신 있게 답할 수 있는 CEO라면 그때 가서 외부 컨설턴트의 자문(諮問)을 받아도 늦지 않다.

가장 중요한 것은 CEO가 스스로 태도를 바꿔 사내 ‘위기관리 문화’를 바꾸는 것이다. 자칫 중대한 위기로 발전할 수 있는 위기요소를 발견해 용기 있게 보고한 직원은 표창해야 한다. 그들이 내부적으로 손가락질 받거나, 오히려 문책받는 일은 없어야 한다. 개개인의 직원들이 업무를 해나가면서 인지한 위기요소들은 일선 업무 책임자들로 하여금 취합되고 개선되도록 해야 한다. 일선 업무 책임자의 의사결정 수준을 넘어서는 위기요소의 경우는 그 상위 책임자에게 동일하게 보고되고 관리되는 것이 옳다.

CEO가 보여주는 태도의 변화가 내부적으로 위기요소를 조기에 발견하고 공유하며 해결해 나가는 위기관리에 강한 기업의 역량을 지원할 수 있는 것이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전 직원들 중 누구도 예측하지 못했던 위기란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 마치 누구도 예측하지 못했었던 위기가 발생한 것처럼 느껴지는 이유는 평소 그러한 위기요소에 대해 CEO를 비롯해 아무도 관심을 두지 않았기 때문이다.

핵심은 평소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이다. 회사에 치명적일 수 있는 위기요소를 직원들의 책상 속이나 PC속에 ‘시한폭탄’으로 그대로 남겨 두는 일은 없어야 한다. 모든 위기요소들을 CEO를 비롯한 최고의사결정 그룹이 인지할 수 있도록 책상 위에 올려놓는 문화. 바로 CEO의 관심과 변화된 태도가 우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