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나 컴투스 개발본부 S팀

“게임 안 좋아하는데요.” 질문에는 예상 대답이 있기 마련인데, 물론 빗나갈 때도 있다. 지금 이 순간처럼 말이다. 금천구 가산동에 위치한 컴투스 사옥에서 만난 이지나 책임은 게임개발자로서 기획 일을 맡고 있다. 그의 대답을 듣고 보니 게임회사에 다니기 때문에 게임을 좋아하고, 잘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건 착각이었다.

“진짜 필요한 상황이 아니면 게임을 그다지 즐기지 않아요. 아이디어를 얻는 소스가 너무 없으니까 초창기에는 재미가 없어도 모든 게임을 해봤죠. 그러나 재미있다는 건 정말 주관적인 개념이잖아요. 게임 보다는 게임을 만들기 위해 기획하고 분석하는 과정이 좋아요. 게임에 적합한 시스템을 개발환경에서 가장 효율적으로 구현해낼 수 있도록 밑그림을 그리는 자체가 즐거운 일이죠.”

이지나 책임은 학부에서 사회학을 전공했다. 때문에 자료를 모으고 분석하는 일련의 과정들은 자신이 있었다고 한다. 2004년 게임개발자로 취업을 하게 된 계기는 우연이었다. 당시 시아(Xiah) 온라인게임이 출시됐고 이 책임은 게임을 하는 유저들간의 게임 포럼 활동을 통해 게임의 재미요소, 어떤 점이 특징인지 등 관련 분석글을 게재한 적이 있다. 이후 태울 엔터테인먼트 측에서 이 책임에게 직접 연락을 해왔다.

“회사에서 본인 맞냐고 재차 묻더라고요. 제가 남자인줄 알았나봐요. 당시 여자 기획자가 정말 없었던 시절이라 그랬다고 하더라고요. 이후 회사에 갔더니 개발자로 영입하고 싶다고 제안해서 ‘저 아무것도 모르는데요?’라고 말했죠. 정말 몰랐거든요. 그래도 일을 해보라는 권유에 이쪽에 새로운 둥지를 틀게 됐고, 시아게임 출시 후 업그레이드 버전 작업에 참여한 게 첫 일이었습니다.”

시아 게임 유저였던 이 책임은 다른 유저들이 이 게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이미 알고 있었고, 그동안 관심 있게 봐왔던 터라 빠르게 적응을 할 수 있었다. 전공 덕분에 자료를 찾고, 기획서를 작성하거나 내부적인 데이터와 통계를 수집하는 것 또한 어렵지 않게 할 수 있었다. 이후 초기개발을 하고 싶어 다른 회사로 몇 번 이직을 했고, 2011년 컴투스로 오게 됐다.

“지난 4월 2일 모바일 게임 리틀레전드 (Little Legends)를 출시했어요. 대규모 다중 사용자 온라인 롤 플레잉 게임(Massive Multiplayer Online Role Playing Game)으로 소셜네트워크게임(SNG)적 요소가 접목돼 캐릭터들이 직접 만나 대화도 나누고 마을도 가꾸는 그런 게임이죠. 또한 사냥과 던전을 통해 캐릭터 레벨을 높이고 유저 본인만의 마을을 조성하고 확장시켜나가는 재미를 담았습니다.”

이번 출시 게임의 경우, 콘셉트 기획은 1개월 이상의 기간이 소요됐고, 이를 토대로 게임을 구현하고 변경하면서 그래픽, 프로그램까지 총 1년 6개월 정도 걸렸다. 스마트폰 사양이 높아지면서 과거 보다 더 복잡하고 여러 요소가 들어가면서 기획이 길어졌다. 장르마다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모바일의 경우 6개월 정도의 기간이 필요하다. 그러나 리틀레전드는 새로운 시도가 많아 오랜 시간이 걸렸다는 게 이지나 책임의 설명이다.

최근 모바일 게임이 확산되면서 유저층 또한 다양화됐다. 특히 손쉽게 할 수 있는 단순한 게임이 계속해서 인기를 끌고 있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개발자로서 이 책임은 게임을 즐기는 사용자의 취향은 다 다르기 때문에 개발을 할 때, 스스로 재미있겠다고 생각하는 것을 가장 최선을 다해 만든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연봉은 만족할 만 한가. 이 책임은 “회사마다 기획 일을 해도 메인이냐 보조냐에 따라 다르고, 게임출시 이후 회사 내규 기준과 결과에 따라 인센티브가 있다”며 “컴투스의 경우 규모가 커서 괜찮은 편”이라고 귀띔했다.

이 책임은 단순히 게임을 좋아한다는 이유만으로 게임개발자를 꿈꾸지 말 것을 당부했다. 또한 학력이나 관련 자격증이 있다면 유리하겠지만, 그 이외에 갖춰야 할 사항들에 대해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몇몇 전문대에 게임기획학과가 있는데 이곳에서 게임 기획, 그래픽 기술 등을 기본적으로 배우면 좋겠지만, 현업에서 그 일련의 과정에서 못 벗어난다면 오히려 단점이 될 수도 있어요. 사실 기획자의 업무는 게임이 처음 시작될 때부터 끝까지 우리 팀의 상황에 맞게 구현을 하고 관리하고 테스트를 해야 하는 거예요. 출시 이후에는 유저 반응, 피드백까지 체크를 해야 합니다. 이처럼 여러 상황을 고려해야 하고 항상 협의와 조정이 필요하죠. 그게 기획자의 역할이예요. 때문에 소통능력 또한 상당히 높게 요구됩니다.”

이 책임 말에 따르면 예를 들어 단순히 ‘우리 게임에 별이 반짝반짝했으면 좋겠어’가 아니라 어떤 크기, 상황, 반짝이는 정도 등 그 안에 세부적인 부분과 프로그램 문제를 다 고려해야 한다. 이에 이런 과정을 하나하나 쪼개서 파악할 수 있는 논리적인 부분 역시 필요하다. 콘셉트 기획 이후에 나온 정보에 대해 의견을 꼼꼼하게 작성해 전달해 주지 않으면, 나중에 결과가 달라질 수도 있기 때문에 이 또한 주의해야 한다.

“게임 출시 이후에 유저와 만나는 시점에서는 데이터를 관리하게 되는데, 게임에 업데이트 되거나 바꿔야 되는 아이템을 일일이 입력해야 합니다. 진짜 꼼꼼하게 봐야 돼요. 게임의 콘셉트를 잡는 것은 정말 일부예요. 그 이후 아주 많은 세부적인 일들이 기다리고 있죠. 사실 기획자는 소통 능력도 중요해요. 팀원 서로의 성향을 잘 파악해 서로 협력하는데 순조로울 수 있도록 하고, 팀원의 상태도 계속 체크하는 등 게임 콘셉트 기획부터 출시이후 반응까지 모든 걸 전반적으로 꿰뚫어 보고 있어야 합니다.”

이지나 게임개발자의 Knowhow

게임개발 과정이 어떻게 진행되는지에 대해 시간별, 일별로 스케줄을 꼼꼼히 적는다. 그날그날 작업해야 될 리스트와 진행상황 등의 내용을 적는 것은 할 일을 빼놓지 않고 시간 관리를 철저히 할 수 있는데 도움이 된다. 특히 게임개발 과정이나 출시이후 과거의 한 부분에서 진행상황을 정확히 파악해야 할 때가 있는데, 이를 바로 확인할 수 있도록 일지를 쓰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