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file●경희대 영문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 경영학과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다이알코리아 마케팅이사, 한국로슈 마케팅이사, 애경산업 마케팅본부 상무, KTF 마케팅전략실장 상무, 수도권마케팅본부장 전무, 법인사업본부장 부사장 등을 거쳐 현재는 KT 전무로 있다. 한국마케터협회장, 대한상공회의소 마케팅연구회장, 한국능률협회 마케팅평의회장 등을 역임했으며 현재는 아시아태평양 마케팅포럼 회장직을 맡고 있다.

어떤 제품이든지 아무리 품질이 좋아도 마케팅에 성공하지 못하면 결국 화룡점정이 되지 못한다. 제품이나 서비스뿐만 아니라 심지어 농사꾼, 정치인에게도 마케팅이 필요하다.

일본 아오모리의 사과 이야기를 많이 들었을 것이다. 아주 거센 폭풍에 사과들이 10% 정도만 남겨놓고 다 떨어졌다. 농부는 10%의 남은 사과로 작년만큼 소득을 올릴 수 없을까 고민하였다.

내세울 것이라고는 시속 450km의 강풍 속에서도 떨어지지 않고 붙어 있었다는 사실뿐이었다.

이 사실에 감안하여 끝까지 떨어지지 않고 붙어 있던 사과로 수험생이 먹으면 절대 떨어지지 않는다고 홍보하였다. 이렇게 수험생용 사과로 가치를 부여해 당도가 높지 않아도 그 어느 사과보다 맛있고 소중한 행운의 사과로 판매되어 소득을 작년과 똑같이 올렸다고 한다. 같은 사과라도 어떻게 가치를 올리는가에 따라 소득이 달라진다.

함평군에서 나비축제를 하는데 마케팅전문가들은 꼭 가봐야 한다. 놀라운 것은 축제의 나비 수보다 모여든 사람 수가 더 많다는 것이다. 날아다니는 곤충인 나비가 축제거리가 되고 그로 인해 이 시골 촌구석에 그 많은 사람이 모이는 것이다.

2008년도에는 세계 곤충 엑스포를 했다고 한다. 그때에는 일주일에 몇 백만이 되는 인구가 함평에 모였다. 이것이 진정한 마케팅의 대성공이며 마케팅 그 자체다.

예전에는 재무가 최고였다. 흑자, 적자를 계산하고 필요한 행동을 알려주던 재무 담당이 오너 입장에서는 최고일 수밖에 없었다. 마케팅은 매일 지출만 해댔다. 하지만 돈을 제대로 쓸 줄 아는 사람이 정말 중요한 사람인 것이다.

애경으로 컴백 후 회사의 1, 2등 제품만을 빼놓고 다 없애버렸다. 그리고 화장품으로 방향을 바꿨다. 그런데 주변에서 화장품은 모두 말렸다.

이유가 애경이 화장품을 만들면 화장품에 트리오를 넣은 것 같다는 인상을 받을 거라는 것이다. 이미 회사 이미지가 애경트리오로 박혀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생각을 좀 바꿔보았다. 애경 회사이름이 문제면 회사이름을 쓰지 않고 브랜드 이름만 쓰면 된다.

화장품을 볼 때에는 애경이 떠오르지 않도록 조치한 것이다. 이렇게 완성된 마리끌레르 화장품으로 애경은 화장품에서 대성공을 거두었다.

기회는 경쟁사가 던져준다

차별화만이 살길이다. 남이 안 하는 것만 했다. 화장품도 차별화를 두어 여드름화장품 A solution, 모공 화장품 B&F, 화장은 할 때보다 지우는 것이 중요하다는 포인트로 폼 클렌징까지 모두 대성공이었다. 아무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어느 날 치약광고를 보며 뛰어들어야겠다고 생각이 들었다. 모든 기업의 치약광고가 15초 동안 치주염, 치은염, 잇몸질환, 구취제거, 미백효과, 세균박멸 등 치약이 만병통치약인 양 강조하며 광고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것은 나의 철학과 반대되는 것이었다.

‘이 세상에 절대로 토털(total)이란 없다.’ 즉, 만병통치약처럼 좋은 것은 없다. 한 단어를 소비자 가슴에 심기에도 15초는 부족하다.

그런데 치주염, 치은염, 잇몸질환, 구취제거, 미백효과, 세균박멸 등 토털로 치약을 광고하니까 2등 회사도, 3등 회사도 모두 베껴서 토털만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기회는 경쟁사가 던져주는 것이다. 이때 경쟁사가 토탈이라고 던져주지 않았다면 지금까지도 치약시장에 뛰어들지 않았을 것이다.

애경에서는 치약광고를 딱 한 단어, ‘2080’만을 강조해 광고했다. 그래서 108개의 치약브랜드가 있던 시장을 1년 만에 휩쓸어버리고 바로 No.1 브랜드가 됐다.

이것이 1998년도 치약시장이 1/3토막 났을 시기의 이야기이다. 평상시 사용하던 치약 양의 1/3만 짜며 아끼던 시기인 것이다. 이처럼 시장이 1/3로 감소할 때 이 시장을 공략해서 No.1 브랜드를 만들려는 생각은 아무도 하지 않는다.

쓸데없이 실수를 할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마케팅이란 또한 실수의 연속이다.

그래서 마케팅의 자질 중 중요한 것은 과감하게 실수할 줄 알고,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으며, 끊임없는 창조를 하고 도전하는 것, 즉 3C(Change, Challenge, Creative)이다.

마케팅의 자질 중 중요한 것은 과감하게 실수할 줄 알고,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으며, 끊임없는 창조를 하고 도전하는 것 즉, 3C(Change, Challenge, Creative)이다.

1등 포지션이 중요하다

KTF 하면 자꾸 2등의 이미지가 떠오른다. 하지만 ‘SHOW’라고 하면 1등 이미지를 가질 수 있다. 다시 말해 1등 포지션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이다.

광고를 많이 했을 것 같지만 경쟁사의 1/3밖에 안 했다. 대신에 재미있게 만들었다. 한 번만 광고를 봐도 웃고 머릿속에 박히다 보니 임팩트가 좋아서 다른 것 10번 한 것 같은 효과가 나는 것이다.

이 세상에서 영원한 1등은 없다. OB가 하이트맥주에게 물먹고 말았듯이 말이다. 결국에는 고통 없이 얻어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물론 현 상황에서 만족하는 기업에게는 할 말이 없지만 그 기업은 그 순간부터 더 이상 치고 올라갈 수 없으며 내려갈 길만 남았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2년 만에 2000억원 하던 기업이 7000억원을 하겠다고 나서면 바뀐다. 생각부터 바뀌기 시작한다. 7% 성장하는 것은 어렵다. 하지만 700% 성장하겠다고 하면 생각보다 쉽다. 기본 패러다임에서 완전히 바뀌기 때문이다.

생각이 다시 깔리고 인프라가 다시 깔린다. 그래서 CEO들이 마케팅에 집중하고 마케팅 전문가를 양성하길 바란다. 코칭을 받으면서 조직을 이끌어나가는 것을 장기 목표로 보고 학업과 출신이 안 돼도 창조적인 신입사원을 뽑아야 한다. 지방 사람도 상관없다.

오히려 시골 사람을 뽑는 것이 나을 수 있다. 시골의 그 풍부한 정서, 미꾸라지 잡고 개구리 뒷다리 구워 먹던 시절, 콩 구워 먹던 시절을 다 경험하고 도회지를 경험해서 상상력이 엄청나게 풍부해진다.

오히려 마케팅은 도회지보다는 시골 출신, 그러나 정상적인 부모 밑에서 자라 정상적인 사고를 하는 사람, 그리고 시골 출신, 산전수전 겪은 헝그리 정신을 가진 사람이 매우 적절하다.

조직원의 가슴속에 불을 질러라. 열쇠는 그것이다. 모티베이터를 시키지 않고는 절대 성장할 수 없다.

그리고 항상 웃으면서 즐거운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 CEO가 봤는데 이렇게 인상 쓰고 있으면 바로 종업원들이 떨고 창조적인 생각들이 위축된다.

정리=이재훈 기자 huny@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