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금융위원회가 산은금융그룹 회장 겸 산업은행장 후임으로 홍기택 중앙대 교수를 청와대에 임명, 제청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를 두고 곳곳에서 잡음이 일고 있다. 국회 정무위 김기식 의원은 5일 홍 내정자가 전문성은커녕 국정철학도 공유하지 못했다며 ‘닳고 닳은 낙하산 인사’라는 논평을 냈다.

그 이유는 지난해 규제개혁위원회에서의 홍 내정자의 활동 때문이다. 금융위원회는 현재 은행에 6개월에 한 번, 저축은행에 1~2년에 한 번씩 진행하는 대주주 적격성 심사 제도를 보험사와 카드사 등 다른 금융회사에 확대하는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 제정안을 2011년 12월 입법예고했다. 그러나 2012년 6월 실제 국회에 제출된 법안에서는 대주주 적격성 심사 확대 조항이 빠져 있었다. 규제개혁위원회가 “대부분 대주주가 존재하고 대주주의 사업 범위가 넓어 현실적으로 요건에 저촉될 위험이 큰 상황에서 처분 명령으로 책임경영을 약화시키고 재산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며 해당 조항 삭제를 권고했기 때문이다.

당시 홍 내정자는 이런 결정을 내린 규제개혁위원회 위원이었으며, 2012년 2월과 3월 회의에 참석해 조문삭제를 결정했다. 대주주 적격성 심사의 금융권 확대는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새 정부의 정책 방향을 이해하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느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더불어 홍 내정자의 과거 저술에서도 새 정부의 정책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내용이 드러나면서 말을 낳고 있다. 그는 2008년 ‘왜 금융선진하인가’라는 제목의 공동 저서에서 ‘금산분리 원칙의 재조명’이라는 글을 실어 금산 분리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문제는 금산분리 역시 박 대통령의 주요 경제 공약 중 하나라는 사실이다.

홍 내정자에 대한 불만은 산업은행 노조에까지 옮아 붙었다. 산업은행 노조는 5일 성명서를 통해 “산업은행과 같은 큰 조직을 이끌어 본 경험이 없거나 금융과 경제에 문외한인 인사가 행장에 선임된다면 총력저지투쟁을 벌일 것”이라며 홍 내정자의 향후 산업은행장 선임에 반대 의사를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