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Shareholder)의 시대에서 이제는 이해관계자(Stakeholder)의 시대가 됐다. 기업이 얼마나 올바른 이해관계자관을 가지고 있는지는 위기 시 정확히 평가된다. 평소 그들에게 부정적 감정을 가지고 있던 기업들이 위기관리에 성공할 가능성은 극히 희박하다. 그들은 위기 시 적이 아니라 우리를 도울 지원군이다.

 

이해관계자라는 말이 있다. 영어로는 스테이크홀더(Stakeholder)라 한다. 미국의 한 경영학자는 “예전에는 기업이 주주들(Shareholders)을 위해 존재했었다면, 이제는 이해관계자들(Stakeholders)을 위해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그만큼 이해관계자들이 기업의 생존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으며 기업이 그들을 위해 노력하는 한, 성공적인 성장을 보장받을 수 있다는 의미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많은 기업들이 이해관계자에 대한 시각에 있어 아직 혼동을 느낀다. 이해관계자들의 유형 중 가장 대표적 그룹인 언론, 정부 그리고 고객을 예로 들어 보자. 기업들이 언론을 보는 시각은 어떤가? 필자는 미디어트레이닝 시 최고경영자(CEO)에게 종종 이런 질문을 던진다. “기자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이 질문에 전체 중 절반을 훨씬 넘는 CEO들이 ‘부정적’이거나 ‘아주 부정적인’ 태도를 표현한다.

이런 태도는 한국의 구태적 저널리즘이나 독특한 언론 토양에 기인한 것만은 아니다. 좀 더 합리적으로 보면 CEO들이 그들을 자사에게 중요한 이해관계자로 간주하지 않기 때문이다. “왜 기자들은 항상 우리의 나쁜 점만을 물고 늘어질까?” 하는 질문들이 우리 CEO들의 평소 시각을 나타내 준다. 언론은 원래 그런 사회적 역할을 하는 이해관계자들임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라는 이해관계자는 어떤가? “왜 정부에서는 우리 사업을 방해하고 제한하려 안달인지 모르겠어. 자꾸 규제를 만들어 내잖아!” 이런 시각도 상당히 취약한 관점이다. 기업 위기관리에 임하는 CEO와 임직원들이 한계를 스스로 규정하는 발전적이지 못한 시각이다. 정부는 그런 역할을 하기 위해 존재하는 이해관계자라는 생각을 먼저 해야 한다.

고객도 마찬가지다. 마케팅이나 영업적 관점에서 그나마 고객은 인식적으로 대우받고 있는 이해관계자들 중 하나다. 고객이 기업의 성공을 보장한다. 그들이 우리의 제품이나 서비스를 구입하는 경우에 그들은 신이라는 개념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소셜미디어상에서 우리 회사의 제품을 비판하는 고객은 어떤가? 매장에서 목소리를 키워 서비스를 비판하는 공격적 고객들은? 그들도 똑같이 중요한 이해관계자들이다.

기업이 자신을 둘러싼 중요한 이해관계자들을 평소 정확히 정의하고 긍정적인 이해관계자 시각을 가지고 있을수록 기업은 성공할 확률이 높아진다. 위기관리 또한 더욱 쉬워진다. 반대로 부정적 이해관계자관을 가지고 있을수록 그들과의 갈등과 충돌은 잦아지고 심각해진다. 위기관리는 도저히 못할 짓이 되고 항상 실패하는 게임이 된다.

위기 시 침묵하는 기업들이 보통 그렇다. 뒤늦게 커뮤니케이션하는 기업들도 그렇다. 그들 모두 해당 위기와 관련된 이해관계자들을 정확하게 바라보고 파악하지 않아 초기에 심각성과 긴급함을 느끼지 못하는 것이다. 그들이 얼마나 놀랐는지, 얼마나 고통받고 두려워하고 있는지, 그들이 얼마나 우리 회사를 비판하고 있는지에 대한 정확한 파악이 어려운 상황이 발생하는 것이다. 평소 그들이 별로 탐탁하지 않기 때문에 위기 시 그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기 꺼려하는 것이다.

위기에 강한 기업을 만들기 위해서는 하루 빨리 우리 회사를 둘러싸고 있는 중요 이해관계자들을 파악해 둘 필요가 있다. 그들 각각에 대한 이해관계자 정의와 시각을 정리해 놓을 필요가 있다. 그들은 사회적으로 우리 회사를 ‘안 되게 하기 위해’ 존재하는 그룹이 아니라는 전사적 시각이 필수적이다. 그들이 우리를 바라보는 시각을 그들의 관점에서 정확하게 이해할 필요도 있다. 그래야 우리에게 특정한 위기가 발생했을 때 자연스러운 관점 이입과 그에 의한 의사결정이 가능하게 된다.

위기 발생 시 기업은 그 위기와 직접적 또는 간접적으로 관련된 이해관계자들과 대화해야 한다. 기업의 성공적 위기관리를 위해 그들은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해주는 그룹들이다. 해당 위기에 대해 정확하게 언론에게 설명하고 이해를 구할 수 있어야 한다. 정부에게 정확하게 상황을 보고해 이해를 구할 수 있어야 한다. 각종 비정부기구(NGO)들에게 성심껏 지원을 요청해야 한다. 필요 시 고객들에게 머리를 조아리고 자사의 위기관리 활동들에 대한 이해와 협조를 구할 수 있어야 한다.

주주와 직원들부터 제대로 된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위기관리를 위한 지원을 이끌어내야 한다. 그들은 기본적으로 고마운 존재들이고, 모두 존중해야 하는 대상들이다. CEO가 먼저 정확한 이해관계자관을 수립하고 이를 임직원들과 일관되게 공유하자. 그들로 하여금 각각의 이해관계자들을 리스트화 해 나눠 관리하도록 지원해 보자. 역할과 책임을 부여해 위기 발생 시 좀 더 일사불란한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한 체계를 수립하도록 하자. 그들이 적이 아니라 지원군이 되도록 하는 첫 걸음이 바로 올바른 이해관계자관의 수립과 공유다. 지금이라도 찬찬히 주변을 돌아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