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구전략에 대한 목소리가 높다. 국내 경기가 일찌감치 샴페인을 터뜨림에 따라 부동산과 증시가 연일 상승세를 이어가자 이제 적절한 출구전략으로 유동성을 흡수해야 한다는 것이다.

반면 아직 국내 경기가 완연한 회복세로 가기에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경계의 목소리도 있다.

“기업의 긴축재정도 한계에 도달했고 하반기엔 원자재가격 상승, 환율하락도 예상된다. 또한 재고를 팔았으니 생산을 늘려야 하기 때문에 비용을 늘릴 수밖에 없다. 이에 하반기에는 성장세가 둔화될 수밖에 없다.”
_ 김영익 하나대투증권 부사장

경기선행지수 오름세, 기업실적 상승 등 긍정적인 시그널이 나타나고 있는데 경계론을 언급하시는 이유는.
김영익 하나대투증권 부사장(이하 김영익) ● 상반기는 정부의 재정지출로 경기가 개선됐는데 하반기는 재정지출여력이 별로 없다.

이에 민간소비로 떠받쳐야 하는데 이 또한 국민들이 미뤄뒀던 소비를 2분기에 해버렸기 때문에 하반기 소비증가세가 둔화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기업실적이 좋게 나온 이유는 경쟁기업 도산으로 인한 파이 확대, 비용절감, 원자재가격 하락, 환율 상승, 재고일지수 하락 덕분이었다.

그러나 긴축재정도 한계에 도달했고 하반기엔 원자재가격 상승, 환율하락도 예상된다. 또한 재고를 팔았으니 생산을 늘려야 하기 때문에 비용을 늘릴 수밖에 없다. 이에 하반기에는 성장세가 둔화될 수밖에 없다.

홍성국 대우증권 홀세일 본부장(이하 홍성국) ● 작년에 너무 안 좋았기 때문에 올해 연말까지는 지표들이 좋게 나올 것이다. 순환적으로는 좋지만 이것이 구조적인 부분을 해결시키지는 못한다.

이번 위기의 출발점인 부채는 저축과 고용의 합수다. 그런데 미국의 저축률이 7%대까지 올라왔다. 일반적으로 저축을 하면 소비를 안 하고 그러면 고용률이 하락하고 경기가 하강한다.

또한 미국은 2년 동안 부채를 갚고 있지만 다른 나라들은 시작도 안 했고 중국은 오히려 늘리고 있는 실정이다.

국내는 지난 4~5년 동안 저축률이 4~5%대였고 외환위기때는 부채가 400조원 정도였는데 지금은 800조원 정도이다. 저축은 줄고 빚은 두 배가 된 것이다. 이에 경기회복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권순우 삼성경제연구소 거시경제 실장(이하 권순우) ● 낙관적인 시각의 맹점을 봐야 한다.

이번 금융위기의 시발점인 부동산가격 하락과 금융부실이 하나도 해결이 안 됐다. 금융부실 정리가 금년 들어서는 정지돼 있는 상황이다.

작년까지 진행하다 부실이 너무 많고 더 이상 진행하면 더욱 악화될 거라는 생각 때문에 그만둔 것이다. 이에 주택가격 하락이 멈추고 상승 쪽으로 방향은 잡았지만 그것만으로는 낙관할 수 없다.

금융위기 공포가 재연될 가능성은 없지만 금융이 실물에 미치는 영향은 여전히 남아 있는 것이다.

작년 10월 이후 실물경기가 하락한 것은 금융 공포심, 즉 금융위기 그 자체 때문에 실물이 영향을 받은 것이지만 앞으로 금융이 실물에 미치는 영향, 전통적 의미의 금융 중계기능 위축이 실물경기에 영향을 주는 충격은 여전히 살아 있다.

인플레이션, 디플레이션, 더블딥 등 국내외에서 갑론을박이 일어나고 있는데 국내 경기에 대한 전망은.
김영익 ● 내년 하반기에 더블딥이 올 것으로 예상한다. 현재 국내경기는 회복 국면이지만 정점은 4분기가 될 것이다. 그리고 내년 4분기부터 하강 국면에 접어들 것으로 예상한다.

홍성국 ● 큰 그림은 더블딥으로 보고 있다. 지금은 회복국면으로 가운데 봉우리를 만드는 중이다. 그 이후는 현재진행형 위기이기 때문에 2년은 더 가야 완연한 회복세에 접어들 것으로 예상한다.

권순우 ● 올라가려면 막고, 올라가려면 막는 구조이다. 회복은 안 되고 부실은 여전하기 때문에 개선되던 심리가 꺾여 일각에서 우려하는 더블딥으로 갈 수도 있다.
또한 더블딥까지는 아니더라도 바닥이 넓은 U자형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 중간에 회복세가 어느 정도냐에 따라 더블딥, U자형으로 결정될 것이다.

“작년에 너무 안 좋았기 때문에 올해 연말까지는 지표들이 좋게 나올 것이다. 순환적으로는 좋지만 이것이 구조적인 부분을 해결시키지는 못한다.”
_ 홍성국 대우증권 홀세일 본부장

부동산가격과 증시의 상승으로 투기가 되살아나 출구전략을 시행해야 한다는 지적이 있는데.
김영익 ● 부동산정책은 미시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부동산은 전체적으로 하락 국면에서 단기상승 국면으로 가는 과정이다.

부동산가격 상승을 막기 위해 금리인상이나 긴축재정을 한다면 심각한 부작용이 올 것이다. 현재 일부지역에서 LTV 등을 시행하고 있는데 그 정도가 적당한 것 같다.

홍성국 ● 정확히 말하면 부동산가격이 오른 게 아니라 강남 부동산가격만 오른 것이다. 이 또한 낙폭이 워낙 컸기 때문에 상승폭이 큰 것처럼 느껴지는 것뿐 실제로 크게 오르지도 않았고 거래도 없었다.

여전히 지방이나 강북은 하락세다. 이에 출구전략을 언급할 단계는 아니다. 자생력으로 시장이 움직여야 자금이 회전하는데, 유통이 안 되기 때문에 유동성을 풀어도 시장의 자금경색은 여전하기 때문이다.

권순우 ● 전 세계적으로 부동산가격이 오를까 봐 걱정하는 나라는 중국과 우리뿐이다. 중국은 버블이 심한 수준이지만 국내는 아직 아니다. 상대적으로 덜 올랐고 덜 하락했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부동산가격이 많이 올랐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그 기준이 강남이기 때문이지 전국적으로 부동산 양극화가 심해 버블을 우려할 만한 수준은 아니다. LTV 등의 규제도 하고 있어 부동산 때문에 금리를 올릴 상황은 아니다.

출구전략을 시행할 시기가 아니라면 현 상황에서의 대안은.
김영익 ● 구조조정을 거쳐야 한다. 이미 초과공급 상태이기 때문에 경쟁력 없는 기업들은 구조조정을 해서 공급을 줄여야 한다.

대공황 때는 산업구조조정이 7년 걸렸다. 이번 산업구조조정은 3~4년 정도 걸려야 공급이 줄고 경제가 균형을 맞춰 다시 성장하게 될 것으로 예상한다.

만일 정부가 하지 않더라도 내년 하반기가 되면 시장에 의해 구조조정이 일어날 것으로 본다.

권순우 ● 과거와 달리 경기가 바닥을 치고 회복되는 과정에서 선순환구조가 되면 좋겠지만 과거의 사이클을 억제하는 두 가지 요인이 존재한다.

금융부실과 부동산가격, 출구전략, 두 가지를 극복해야 더블딥으로 가지 않고 완만한 회복세로 갈 수 있다. 출구전략은 논의는 하되 시행의 시점은 아니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부분적으로 출구전략을 시행하고 있다는 지적이 있는데.
김영익 ● 정부가 아니라 시장에 의해서 되고 있는 부분이 있다. 총통화 증가율이 14%까지 올라갔다가 현재 9%까지 떨어졌다.

이는 경기가 안 좋아 자금수요가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또한 기준금리가 2%인데 시장에 유동성이 늘어나 시장금리가 2% 아래로 내려갔기 때문에 정부가 유동성을 흡수한 측면도 있다. 시장 상황에 따라 출구전략을 적절히 사용한 것이다.

권순우 ● 정부가 통안채 발행을 통해 유동성을 흡수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상반기 순발행 규모가 30조~40조원 정도였다.

한국은행은 통화환수가 아니고 경상수지 적자가 너무 많아 이를 흡수하기 위해 발행했다고 밝혔다. 또한 외화 유동성도 흡수했다.

그러나 상황이 안 좋았으면 흡수하지 않았을 것이다. 정부가 통화가 더 늘어서는 안 된다는 걸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적극적인 회수는 아니다.

“낙관적인 시각의 맹점을 봐야 한다. 이번 금융위기의 시발점인 부동산가격하락과 금융부실이 하나도 해결이 안 됐다. 금융위기 그 자체 때문에 실물이 영향을 받은 것이지만 앞으로 금융이 실물에 미치는 영향, 전통적 의미의 금융중계 기능위축이 실물경기에 영향을 주는 충격은 여전히 살아 있다. ”
_ 권순우 삼성경제연구소 거시경제 실장

상반기는 정부가 경기를 부양했으니 하반기에는 민간에게 바통을 이어받으라고 공식적으로 언급했는데.
김영익 ● 정부가 바통을 민간에 넘긴 것은 사실이나 민간에서는 받으려고 하지 않는 것 같다. 하반기 소비가 늘려면 기업이 투자를 늘려야 하는데 현재 기업가동률이 76%까지 올랐다.

하지만 경기가 좋을 때가 82% 안팎이었으니 아직도 생산능력이 남아 있는 것이다. 경기가 안 좋은데 투자하라고 하면 당연히 안 할 수밖에 없다. 가동률이 80% 정도에 이르고 생산시설이 부족하다면 투자하겠지만 다들 어렵다고 하는데 투자하지는 않을 것이다.

홍성국 ● ‘한참 시간이 흐른 후에 다시 폭락할 것이다’라고 루비니 교수가 말했다. 정부가 바통을 민간에게 넘겼는데 민간이 받지 못해 바통이 바닥으로 떨어질 것이라는 의미이다.

실제로 민간이 바통터치를 해야 하는데 민간이 받으려고 하지 않기 때문에 유동성이 주식, 부동산 등에 머물러 있는 것이다.

권순우 ● 경기가 회복기조를 이어가고 있지만 하반기 상승탄력은 둔화될 것으로 예상한다, 실질소득증가율도 마이너스고 부채도 늘었다.

심리적으로 개선됐지만 과거에 지출하지 못했던 것을 조금 지출하는 것에 불과하다. 상반기 정부가 재정정책으로 끌어올린 것을 지속할 수 있도록 민간이 소비를 통해 상쇄해야하는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국내 경기에 영향을 주는 변수가 있다면.
김영익 ● 국내보다는 해외에서 비롯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대출증가율이 38%, 통화증가율이 28% 상승했다. 다른 나라에서는 생각할 수 없는 일들을 중국 정부가 과감하게 시행했다.

또한 중국이 비유통주를 10월 한달 동안 3000억주을, 총 7000억주을 해제할 예정이다. 이에 중국 증시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세계 증시 상승에 중국이 크게 기여한 부분이 있는데 중국이 떨어지면 이머징마켓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권순우 ● 위기가 오면 가장 취약했던 부분이 불거져 나오기 마련이다. 하반기에는 기업이 고전할 가능성이 있다. 환율하락, 원자재가격 상승으로 인해 기업의 채산성이 나빠질 것이다.

이에 하반기에 성장률이 높아진다고 해도 성장률 자체가 낮기 때문에 근근히 버티던 한계기업들에 그 여파가 나타날 것이다. 즉, 전체적인 흐름은 회복세라 할지라도 기업들의 부실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오희나 기자 hnoh@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