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미숙(학교를 사랑하는 학부모 모임) 상임대표

 과도한 사교육비를 줄이기 위해서는 공교육 정상화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하지만 공교육을 어떻게 재정립해야 할지는 아직 정확하지 않다. 이에 한 가정의 어머니자 시민단체의 상임대표를 맡고 있는 최미숙씨에게 그 해답을 얻고자 한다.

“제 자식놈들도 좋은 직장 구할 수 있게 서울대도 보내고 싶고 이것저것 해주고 싶었어요. 그게 엄마들 마음 아닐까요”. 최미숙 학교를 사랑하는 학부모 모임(이하 학사모) 상임대표도 한 가정의 어머니였다. 주택가 어느 골목에서나 볼 수 있는 친근한 주부의 모습이었지만 인터뷰를 들어가자 매섭게 질문에 답했다.

높은 학부모 수준 못 쫓아가는 학교 교육

“저도 학부모였습니다. 학부모들이 사교육에 열을 올리는 게 이해가 돼요. 부모들의 개인적인 욕심일 수도 있겠지만 공교육에 대한 신뢰가 없어서 자녀를 학원으로 보내는 거죠. 학교와 선생님을 믿는다면 맞벌이 생각을 할 만큼 사교육을 시키겠어요?” 그녀가 생각하는 ‘사교육 열풍’의 이유는 간단했다. 바로 공교육에 대한 학부모들의 믿음이 무너졌기 때문이다. 시장조사전문기관 엠브레인트렌드모니터에 따르면 학부모들은 '공부는 스스로 하는 것(75.5%)'이라 답변했지만 '학교에서 배운 것으로 충분하다(18.7%)'고 말했다. 학부모들이 학교수업에 만족하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요즘 엄마들은 교육수준이 높습니다. 하지만 학교 교육이 엄마들의 높은 눈높이만큼 따라가지 못하고 있어요. 그러니 당연히 엄마들은 자녀의 교육을 학교에만 맡기는 게 불안하죠. 내 아이에게 맞는 교육을 하고 싶은데 그게 학교에서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엄마들이 없어요. 아이들의 학습 성취 수준에 맞게 수업을 해야 하는데 그게 학교에서는 안 돼 있습니다. 대학에서 강의를 선택하듯 교과별 수준에 맞게 운영한다면 부모들이 귀를 솔깃하겠죠. 그런데 그런 수업을 학원에서 하고 있습니다. 엄마들의 입소문이 무서워서 학원들은 학생들에게 맞는 수업을 잘하고 있거든요. 요즘 학원에서는 책임지도제나 학생별 맞춤식 지도 전략으로 최근 교육 트렌드나 엄마들의 눈높이를 맞추고 있는데 학교에서는 이게 안 되고 있습니다.”

그녀는 공교육 붕괴 현상을 학교 진로상담에서도 찾는다. 학부모 설문조사에 따르면 진로를 결정할 때 가장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사항에서는 학생, 학부모 모두 '적성과 일에 대한 흥미'를 가장 우선적인 고려사항으로 꼽았다. “학교는 학생들의 학습만 책임지는 곳이 아닙니다. 학생들의 적성과 흥미를 찾아 자신의 진로를 결정할 수 있게 조언을 해주는 공간인데 지금 어느 학교에서 진로상담을 구체적으로 해주는 곳이 한 곳도 없습니다. 학년 초에 진로적성검사를 해서 A4만한 통지서를 학생에게 던져주는 게 다입니다. 하지만 학원을 가면 이것저것 다 설명해줘요. 학원에서는 이 친구의 소질이나 적성상 무슨 과를 선택해야 하고 이 과를 들어가기 위해서는 어떤 공부를 해야 하다는 등 상세히 설명해 줍니다. 어느 부모가 거기에 안 넘어가겠습니까?”

진로상담을 학교교육으로 의무화한 나라가 있다. 바로 프랑스다. 프랑스는 중학교 이후 진로상담이 의무화돼 있다. 특히 2년 전 학교교육 개혁 이후 프랑스는 진로교육을 더욱 강화시켰다. 진로교육을 정규수업으로 포함해 학생들의 의무적으로 수업에 참여해야 한다. 또한 학교 자체에 진로정보센터가 있어 학생이나 학부모가 원하면 언제든지 상담을 받고 필요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선생님도 학생 못지않게 공부해야 한다

최 상임대표는 공교육 불신과 사교육의 높은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서는 학교가 바로 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극성 사교육의 주범으로 학벌사회와 대학서열화를 꼽고 있지만, 공교육이 살아난다면 사교육수요를 줄일 수 있고 견고한 학벌사회도 무너뜨릴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학교에는 선생님이라는 풍부한 인적자원이 있다. 하지만 학교에서는 이러한 자원을 잘 활용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학생을 가르치는 일 외에도 많은 업무를 하다 보니 학생들에게 집중할 수 없죠. 그리고 선생님들도 책임감이 절실히 필요합니다. 학원선생님처럼 능력에 따라 보수를 받는다면 지금처럼 일을 할까요? 선생님들도 학생 못지않고 공부해야 하는데 그렇게 하고 있지 않습니다. 그러다 보니 학원선생님들과 비교되고 교권마저 무너지고 있는 겁니다.”

그녀는 또한 학교가 가진 공교육 활성화 여건도 함께 언급했다. “학교에서는 다양한 교육이 가능합니다. 창의적 체험활동, 동아리활동, 진로활동 등 우리 아이들에게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는 게 많죠.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런 시간을 활용하고 있지 않아요. 이런 시간을 통해 학생들에게 소질계발과 올바른 인성교육으로 학벌사회를 무너뜨릴 수 있는데 오히려 국영수시간으로 대체하니 마음이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사교육 수요를 줄이기 위해선 공교육 정상화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전문가들이 많다. 하지만 교육의 수요자인 학부모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학부모들이 학교교육에 무엇을 원하는지를 알지 못한다면 그 어떤 묘책을 내더라도 ‘신 신고 발바닥 긁기’식의 방편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