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는 지금 반쯤 찬 술잔이다. 보는 시각에 따라 낙관과 비관이 공존하고 있다. 낙관론자들은 갖가지 변수를 잘 관리하면 V자형으로 살아날 수 있다고 보는 반면 비관론자들은 더블딥 가능성을 경고하고 있다. 기로의 한국 경제는 과연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일까. <편집자 주>

낙관론 암초만 잘 피하면 순항이다

모든 지표가 긍정적이다. 선행지표가 긍정적인 만큼 증시도 탄력을 받는다. 1600 고지를 눈앞에 두고 있는 지금 상황이라면 2000 돌파도 꿈이 아니다.

후행지표들이 선행지표를 뒷받침한다면 경기가 회복된다는 시그널이 분명하다.
몇몇 이들은 현재도 경기가 회복되고 있다고 말한다.

경상수지는 흑자를 이어가고 있고, 대기업들의 2분기 실적은 눈부시다. 특히 한국 경제의 1분기 성장률은 주요 선진국 중에서 유일하게 플러스 성장으로 전환하는 등 경기회복의 청신호를 포착하고 있다.

소비와 건설 투자 등 내수경기도 완만한 회복세를 보였다. 저유가로 교역조건이 지난해 연말 대비 10% 이상 개선됐으며 실질 구매력도 제고됐다.

추경을 통해 GDP 대비 경기부양 규모가 4.3%로 증대됐다. 이는 미국의 2%와 중국의 3%보다 더 높은 수치였다.

향후 하반기 전망도 걱정되지 않는다. 물론 급격하게 상승한 탓에 하반기 전기 대비 성장률이 상반기에 비해 낮아질 전망이지만, 원화 환율은 달러화 약세 등으로 완만한 하락세가 계속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환율 방어에 쏟아부은 돈을 생각하면 환율 하락은 한국 경제에 호재이다. 지난해 연말 무역수지 흑자, 자본수지 개선이 지속돼 외화 수급 여건도 다소 개선되면서 CDS프리미엄과 함께 환율도 안정됐다.

한 금융지주사 관계자는 “경상수지 흑자는 하반기 들어 축소될 예정이지만 원·달러 환율은 완만하게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향후 외국인 투자 동향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한 금융사의 연구 보고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은 2010년 1150원, 2013년에는 1000원대를 기록할 전망이다. 장기적으로 자본수지가 순유입으로 전환되면서 원화 강세가 예상된다는 것이다.

기준 금리는 올해 말까지는 현 수준으로 유지, 향후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과 인플레 우려, 국채 발행물량 증가 등으로 시중금리는 서서히 상승할 전망이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경기회복의 강도와 인플레이션 추이를 확인한 후 내년 상반기에 점진적으로 조정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비관론 피한다고 피해지는 암초가 아니다

주가가 이상하다. 어떠한 실물경제도 뒷받침해 주지 않는데 나홀로 상승 중이다. 물론 선행지표의 증가세가 반영됐다고 하지만, 가장 중요한 실업률은 연일 증가세이다.

후행지표가 선행지표를 뒷받침해 주지 않으면 증시는 속빈 강정이다. 추락의 때가 다가오기 마련이다.

이미 중소기업들은 도산 위기에 내몰렸으며, 중산층은 붕괴된 지 오래다. 소비가 올라가는 것은 자동차 판매대수가 증가했기 때문이며, 경상수지 흑자는 환율이 안정되면서 자연스럽게 이뤄진 것이다.

중산층이 소비했기 때문에 올라간, 또 수출이 잘됐기 때문에 올라간 지표가 아니라는 말이다.

비관론자들은 겉으로 나타난 지표가 아닌 그 속을 들여다볼 것을 이야기한다. 고용과 내수가 무너진 상황에서 나타난 긍정적인 지표들은 모두 거품이라는 것이다.

대공황 당시 미국의 주가 추이를 보면 1929년 주가지수가 48% 정도 빠진 후 1930년 24% 정도 회복했다.

하지만 또다시 추락을 거듭하며, 1929년 381포인트를 기록했던 주가지수가 1932년 41포인트로 급락했다. 첫 번째 쓰나미보다 두 번째 쓰나미 강도가 더 크듯이 더블딥은 그렇게 찾아왔다.

국내 증시도 마찬가지였다. 1997년 7월 792였던 주가지수가 97년 연말 351로 급락했다. 외환위기가 찾아온 것이다. 1998년 3월 다시 573로 반등했지만 진정한 바닥은 280으로 급락한 98년 6월16일이었다.

현재 반등은 급락 이후 일반적으로 있는 현상이다. 또 반등 이후 재폭락, 즉 더블딥도 일반적인 현상이다.

이 점을 미뤄보면 더블딥이 결코 비관론자들의 헛된 주장이 아니라는 점을 나타낸다. 김영익 하나대투증권 부사장은 “내년 하반기가 가장 어려운 시기”라며 “진정한 경기회복은 내후년 상반기”라고 말했다.

실업률이 오르고 일자리가 몇 만 개 사라지는 등 미국 경제가 불안 요소를 품고 있어, 그 영향을 무시할 수 없다.

중국도 정부의 재정 투입으로 산업생산 수준이 개선되고 있지만, 중국 기업의 실적은 마이너스를 기록 중이다. 국내외 불안요소가 한국 경제의 더블딥을 예고하고 있다.

김현희 기자 wooang13@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