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file / 이면희 CEO코치는 연세대를 나와 미시대학(BBA), 휴스턴 텍사스주립대(MBA)에서 수학했다. 또 펜실베이니아대학 와튼스쿨에서 금융경제학을 전공했으며,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원, 덕성여대 강사, 국민투자자문 수석연구위원을 지냈다. 옥션을 창업해 상임고문으로 활동했다.


‘천하무수백지호 이유수백지구’ 세상에 완전히 하얀 여우는 없지만 완전히 하얀 여우 털옷은 존재할 수 있다’는 뜻으로 전국시대 《여씨춘추》에 등장하는 구절이다.

이 백과전서는 진시황제의 아버지로 알려진 ‘여불위’가 학자들을 동원해 집대성한 지식의 박물지이다.

미 경영대학원인 ‘와튼스쿨’ 출신으로 한국경제연구원 초창기 멤버로 활동했던 이면희 CEO코치는 《여씨춘추》에서 당대의 경영자들을 사로잡는 ‘통섭’의 이치를 엿본다. 그는 늘 이런 식이다.

할아버지가 손자를 무릎에 앉힌 채 옛날 얘기를 하듯이 복잡한 경영의 원리를 두런두런 속삭이는 스토리텔러다.

그는 ‘스왓(SWOT)전략’도 손자병법의 원리로 설명한다. “손자병법의 ‘지피지기면 백전불태(知彼知己 百戰不殆)’는 스왓전략의 중국판입니다.

자신의 강점(Strength)은 물론 약점(Weaknes)을 파악하고, 주변 환경의 ‘이로움(Opport-unity)’과 ‘불리함(Threat)’을 따져야 위태롭지 않다는 것이 그 뼈대거든요.”

그는 ‘노자와 아담 스미스’, ‘여씨춘추와 위키피디아’, ‘묵자와 야구’를 오가며 경영의 원리를 설명한다. 지식의 융합이다.

쉬운 언어로 복잡한 현안의 핵심을 짚어내 잭 웰치의 마음을 사로잡은 인도 태생의 CEO가정교사 ‘램 차란’은 그의 귀감이다. 와튼스쿨에서 ‘금융경제학’을 전공한 이 코치는 박식하다.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원으로 활동했던 그는 하지만 종이 위에서 병법을 논하는‘백면서생(白面書生)’은 아니다.

“통영에서 기름을 팔던 처남이 불현듯 떠올린 아이디어가 바로 인터넷 장터였습니다. 네티즌들이 온라인에서 물건을 자유롭게 거래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었죠.” 그 ‘아이디어’가 바로 인터넷 기업 옥션의 첫출발이었다.

옥션은 그의 ‘첫사랑’이다. 단맛과 쓴맛을 모두 맛보았다. 그리고 이론과 현실은 다르다는 점도 절감했다. 펜실베이니아 대 와튼 스쿨의 강의실에서 터득한 ‘경영의 원리’들은 현장에서 제대로 먹히지 않았다.

“학자들은 흔히 단순한 것이 아름답다고 합니다. 하지만 (프로세스를) 단순화시키면 성과가 좋아지다가도 일정 시점을 넘어가면 다시 나빠지는 게 세상의 이치입니다.

경쟁의 원리를 경영 현장에 적용하면 생산성이 높아지다 ‘임계점’을 지나면 다시 하락하는 것도 비슷한 맥락입니다.”

그가 최고경영자들을 상대로 생생한 경영 컨설팅을 할 수 있는 것도 당시의 경험이 한몫을 했다.

유년 시절 친인척들이 운영하는 신발가게에서 사환 생활을 한 컨설턴트 ‘램 차란’은 현장경험 덕분에 비즈니스의 냉정함을 일찌감치 깨우쳤다고 훗날 회고한 바 있다.
옥션은 실전경영학의 도장이었다.

그는 경영자들도 비전이나 전략을 스토리로 풀어낼 수 있어야 구성원들의 공감을 살 수 있다고 강조한다. 대중문화나 전쟁사에 꾸준히 관심을 지니는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이다.


통섭의 원리 戰史에서 배우라
이 코치는 요즘 전사에서 배우는 경영의 원리를 집필 중이다. 뛰어난 전략가들은 사물을 늘 달리보는 역발상의 고수라는 것이 그의 진단이다.

한니발 시대의 코끼리나, 세계 대전 당시의 탱크 등 저평가된 자원에 새로운 가치를 부여해 전승을 거둔 것이 이들 전략가들이었다. 동서고금을 수놓은 전쟁은 전략의 보고이기도 하다.

독일의 명장 ‘구데리안’은 별 볼일 없던 전차를 전투의 주역으로 전진배치했다. 그리고, 보병이나 항공기와의 긴밀한 협조속에 불과 6개월 만에 파리에 독일 깃발을 꼽았다.

보병사단 지원업무에 그쳤던 전차의 재발견이다. 일본이 2차 대전에서 미국과 ‘맞장’을 뜰 수 있던 것도 압도적 무기 덕분은 아니었다.

진주만을 맹폭해 태평양 전쟁 초반 전세를 유리하게 이끈 일본 연합함대 사령관은 항공기에 새로운 역할을 부여했다.

“상품이나 서비스가 경쟁사에 비해 압도적이어서 시장 주도권을 쥐는 경우는 많지 않습니다. 지금까지 주목하지 않던 자원의 가치를 재평가하고, 또 인적·물적 자원을 재조합해 비교우위를 만들어내는 것이죠.”

항공기와 선박을 결합한 항공모함의 전략적 우위를 십분 발휘한 전투가 바로 진주만 전투였다. 반면 일본이 패전한 것은 태평양전쟁 초반의 주도권을 상실하고 미국의 물량공세에 휘말렸기 때문이다.

독일이 1차 세계대전 초반 맹활약을 펼치다 분루를 삼킨 것도 프랑스가 주도하는 참호전의 구도를 깰 전략의 부재 탓이었다.

“장기전에서 승리하려면 평소 부대 운영의 효율성도 높아야겠지만 무엇보다 리더가 창조적이어야 합니다. 전사는 바로 이러한 점들을 보여줍니다.” 전쟁사는 민간기업의 전략을 비춰보는 거울이기도 하다.

이 코치는 하지만 많은 기업들이 대부분 ‘참호전’을 펼치고 있다고 진단한다.
막대한 물량을 퍼부으며 시장점유율 증대를 꾀하지만 대부분 현상유지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1차대전 당시 참호 속에서 적군을 주시하며 한 치의 땅도 넓히지 못한 독일과 프랑스를 떠올리게 하는 대목이다.

고대 지중해 세계의 패자를 결정지은 포에니전쟁부터, 1·2차 세계대전까지, 전쟁사는 ‘발상의 전환’이 승부를 결정짓는 핵심요소였다는 점을 보여준다.

이베이의 여제 맥 휘트먼 퇴진의 이면에는 전략 부재가 한몫을 했다. 성숙기에 접어든 시장에서 매년 눈부신 성장을 주도할 묘책이 그녀에게는 더 이상 없었다.

온라인에서 수집한 데이터를 나침반 삼아 기업 경영의 방향을 미세조정하는 것만으로는 불청객처럼 찾아든 저성장을 정면돌파할 수 없었다.
이 코치는 인터뷰 막바지에 질문을 한 가지 던진다.

경영은 고정관념을 버리는 일
지난 월드베이스볼 클래식에서 한국이 압도적인 정보전을 펼친 일본을 상대로 선전을 할 수 있던 이유는 무엇이냐고.

당시 일본의 정보 분석관은 27명인 데 반해, 한국은 3명에 불과했다. 그는 “데이터에서 가늠할 수 있는 것은 과거의 패턴일 뿐”이라고 답변한다.

과거의 성공은 미래를 담보하지 못한다. 많은 정보가 때로는 오판을 부른다. 요즘 서울예술대학 최고위 과정이 높은 인기를 끄는 것도 이런 맥락이라고 그는 진단한다.

국내 경영자들은 경영학이 아니라, 음악이나 미술, 사진 등에 열광한다. 전통 경영학이 더 이상 해답을 주지 못한다는 그들의 의식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현실과 이론의 간극을 메우는 것은 결국 경영자의 몫이다.

경영자 코치는 그들의 판단을 도울 따름이다. 이 코치는 오는 9월부터 서초·강남구 최고경영자 모임인 ‘EBN포럼’에서 다시 강의를 할 예정이다.

전쟁사는 물론, 드라마·영화·음악 등 대중문화에서 강의의 소재를 빌려오는 그의 강좌는 늘 인기가 높다.

경영자들도 자신의 전략을 스토리로 풀어야 구성원들의 공감대를 이끌어낼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요즘 신규 사업 프로젝트를 검토 중이라는 이 코치는 원어데이, 메가존 등에서 젊은 최고경영자들의 멘토역할을 하고 있다.

박영환 기자 blade@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