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인들의 소비심리는 여전히 얼어붙어 있지만 실생활에 필요한 지출은 지속되고 있다.


최근 경기회복을 알리는 신호가 잇따라 나오고 있지만 얼어붙은 미국인들의 소비심리는 좀처럼 풀릴 줄 모른다.

미 민간 경제연구소인 콘퍼런스보드가 발표한 7월 소비자신뢰지수는 전월 대비 5.5% 감소한 46.6으로 미국인들이 실감하는 경기는 여전히 어둡다는 것을 보여줬다.

지난달 신규 소비자 파산 건수도 4년여만에 최대폭으로 증가했다. 미 파산연구소(ABI)에 따르면 7월 신규 소비자 파산 건수는 전월 대비 8.7% 증가한 12만6000건.

미국 가계가 심각한 재정적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다는 것을 반증한다.
금융위기로 투자의 위험성을 뼈저리게 느낀 미국인들은 수입을 투자자금으로 이용하는 대신 은행에다 안전히 돈을 맡기는 걸 선호하게 됐다.

지난 5월 미국의 개인 저축률은 6.9%로 1993년 이후 16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그러나 경기가 나쁘다고 해서 모든 미국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거나 저축에만 열을 올리는 것은 아니다.

미국 내 많은 소비자들의 소비심리는 여전히 살아 있고 심지어 경기침체 이전보다 더 많은 돈을 쓰는 이들도 상당수다.

미국의 경제 격주간지 〈포브스〉는 경기불황에도 미국인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는 ‘머스트 해브 아이템(Must-have Item)’을 선정, 소개했다.

이를 위해 〈포브스〉는 지난 3개월에 걸쳐 미국의 유명 온라인 쇼핑사이트인 샵닷컴(Shop.com)의 1만2442개 상품의 판매량을 조사했다.

그 결과, 일반적으로 미국인들은 주방도구나 애완용품 등과 같은 필수품 성격이 짙은 아이템들에 대한 소비를 지속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예를 들어 애틀랜타시에서 가장 많이 팔린 물건은 애완견 여름용품인 ‘쿨(Cool)’. 그 가격은 단돈 3.3달러, 우리 돈으로 4000원 정도에 불과하다.

그러나 모든 이들이 실용적인 아이템만을 선호하는 것은 아니다. 미국 내 최대 소비도시인 뉴욕의 경우, 실용성보다는 ‘허영심’ 깃든 물건들이 인기 상품의 주를 이루고 있다. 이를테면 유명 디자이너 의류나 보석, 화장품 등이 바로 그것이다.

샵닷컴에 따르면 뉴욕의 3대 인기 상품은 미국의 유명 시계 브랜드 인빅타의 175달러짜리 남자용 손목시계와 화장품업체 스매쉬박스의 마스카라, 애플의 MP3플레이어 아이팟.

샵닷컴의 대변인인 시모나 수페커는 “뉴욕과 로스앤젤레스 같은 국제적인 대도시에서는 휴대용 전자기기 제품에 대한 수요가 많은 편”이라고 전했다.

그는 “뿐만 아니라 헬스·뷰티 제품들도 이 지역 사람들에게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특이한 쇼핑 취향을 가진 지역도 눈에 띈다.

텍사스주 오스틴의 경우, 뭔가 변덕스럽고 독특한 형태의 제품을 선호한다. 같은 카메라라도 평범한 것은 거부한다. 환경에 대한 관심이 남다른 것으로 유명한 샌프란시스코에서는 재활용 쓰레기통이 판매 1위 제품에 당당히 이름을 올리고 있다.

진보적인 사상가들로 가득 찬 포틀랜드에서는 교육용 장난감이 인기 최고다. 가장 인기 있는 교육용 장난감이 뭐냐고? 놀라지 마시라. 바로 한국의 ‘화투’다.

아시아경제신문 김기훈 기자 (core81@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