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의 일부가 떨어져 나간 것 같다. 자꾸만 불안하고, 괜히 시계를 쳐다보게 된다. 스마트폰 중독? 스마트폰의 노예?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오해였나. 최근 지인들과의 약속에 급하게 가면서 지하철 의자에서 휴대폰을 잃어버린 적이 있다. 어떻게든 찾아보겠다고 주변을 샅샅이 뒤졌지만 소용이 없었다. 휴대폰 케이스에는 신용카드와 통신사 할인카드까지 있었기에, 집에 갈 차비조차 없는 신세가 됐다. 유용하다고 생각했던 액세서리가 오히려 한 순간에 모든 것을 잃게 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

그런데 난 ‘계약의 노예’이기도 했다. 2년 약정에 이제 갓 1년도 쓰지 못한 휴대폰 위약금은 55만원. 새로운 휴대폰을 구입하기엔 지출이 너무 크다. 갑자기 오기가 생겼다. 지인들은 휴대폰이 이미 말레이시아에 가있을 것이라고 했지만, 꼭 찾고 싶었다. 아니 내 휴대폰을 주워 팔아먹은 ‘그놈’이 더 잡고 싶었을지도 모르겠다. 순간 인터넷에 봤던 ‘휴대폰 분실 시 찾는 방법’이 번뜩 떠올랐다. 방법은 간단하다. 휴대폰 분실 신고를 하지 않고 경찰서에서 분실증을 발급받은 다음, 일주일 후쯤 잃어버린 휴대폰으로 신규 등록이 됐다면 해당 통신사에 문의해 ‘그놈’의 신상을 조회할 수 있다는 것.

일단은 경찰서에 분실 신고를 하고, 임시방편으로 공폰을 사용하며 ‘그놈’을 잡을 기회를 노리기로 했다. 휴대폰을 잃어버린지 5일째 되는 날, 회사로 출근해 보니 책상위에 잃어버렸던 휴대폰이 놓여있었다. 알고 보니 경찰에서 휴대폰을 찾아주고 갔다는 것. 좌초지종은 간단하다 못해 허무했다. 휴대폰이 무음으로 돼 있었고, 경찰 측에서는 습득 후 휴대폰이 울리지 않으니 그냥 뒀다가 배터리가 아웃되자 휴대폰 케이스에 있던 명함을 보고 가져다 준 것이다. 휴대폰 케이스에 있던 카드도 그대로다. 그렇게 다시 통신사를 찾아가 기기변경을 재요청하면서 분실사건은 일단락됐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지난해 발표한 ‘최근 3년간 이동통신사별 분실신고 현황’에 따르면 2011년 한 해 동안 이동통신 3사를 통해 신고된 분실 건수는 262만5000여건이며, 이 가운데 약 38% 정도인 101만여 건은 주인을 찾지 못했다. 또한 지난 2월 6만3000여대의 분실 스마트폰을 중국으로 밀반출한 일당이 경찰에 붙잡히기도 했다. 내 경우는 ‘운이 좋았다’라고 할 수 있지만, 보통 스마트폰 가격이 높아진데다 환금성이 쉬운 탓에 범죄의 타깃이 되기 쉽다.

일단 휴대폰을 분실하고 나면 뾰족한 수가 없다. 분실하기 전 미연에 방지하는 게 가장 현명하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설명. 다만 잃어버렸을 경우 연락 받을 수 있는 메모를 휴대폰 케이스에 두면 되찾을 수 있는 확률이 조금은 높아질 것이다. 또한 통신사들이 제공하는 분실 대비 서비스에 가입하라는 조언을 얻었다. SK텔레콤은 무료로 ‘스마트폰 키퍼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휴대폰 분실 시, 일반고객에게는 30일간, VIP 고객에게는 6개월 간 전화기를 무료로 빌려준다.

KT의 ‘올레 내폰찾기’ 서비스는 PC로 올레닷컴에 접속해 분실 핸드폰 위치 찾기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애플리케이션을 통해서도 도난이나 분실에 대처할 수 있다. 스마트폰 위치 추적 및 잠금 기능 등을 설정할 수 있어 휴대전화를 다시 찾거나 타인의 사용을 막을 수 있다. 휴대폰 분실에도 예외는 없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지 말고 미연에 방지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