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제품 사려 밤새 줄서서 기다리고
5시간 만에 예약판매 1000대 팔리고
온라인 시장서 웃돈 주고 거래되고


지난 7월27일 오전 10시. 강남의 한 카메라 가게 앞에 150여명의 사람들이 줄을 섰다. 앞쪽에 줄을 선 사람들은 전날 밤부터 오전 10시가 되기만을 기다린 사람들이다.

이들이 바라는 건 오직 하나, 올림푸스의 신상품 올림푸스 펜(PEN E-P1, 이하 펜).
정식판매 2주 전에 실시된 예약 판매에서 1000대가 모두 팔려나가는 데 걸린 시간은 고작 5시간.

이날 두 곳의 직영점(강남점, 코엑스점)과 일부 온라인 쇼핑몰에서 시작된 정식판매분 500대가 모두 팔려나가는 데 걸린 시간은 단 2시간이었다. 웃돈 주고 거래되는 온라인 시장이 형성됐다는 얘기도 들린다.

국내 소비자만 유독 펜을 사랑하는 것은 아니다. 본사가 있는 일본에서도 펜 라인업이 출시되자마자 DSLR(렌즈 교환형 디지털카메라) 전체 판매순위 2, 3, 9위를 휩쓸었다. 브랜드 인지도에 매우 민감한 일본에서 올림푸스 기종으로는 처음 있는 일이다.

올림푸스대만에서는 올림푸스한국에 150대를 빌려달라는 요청을 해오는 해프닝도 있었다. 하지만 국내에서도 이미 나오자마자 동이 난 상태였다.

결국 한정된 수량 탓에 펜을 구하지 못하고 다음 출시를 기다리는 예약자만 해도 수백 명. 이들을 그토록 기다리게 만드는 펜의 인기 비결은 무엇일까.

펜을 사기 위해 올림푸스 강남 직영점에 줄을 선 사람들. 정식판매 된 500대는 2시간만에 모두 팔렸다.


콤팩트는 렌즈 교환이 안 된다?
아니다, 된다!
크고 검다. 무겁다. 어렵다. 기존 DSLR카메라에 대해 사용자들이 쉽게 떠올릴 수 있는 이미지들이다. 이에 작고 가벼우면서도 쉽게 배울 수 있는 DSLR카메라를 상상하는 사람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그렇다고 화질 등 성능을 포기할 수도 없었다.

소비자들의 이러한 니즈를 정확히 파악한 것이 펜의 가장 큰 인기 비결. 올림푸스는 소비자의 니즈를 상품화할 수 있을만한 기술력을 이미 확보한 상태였다.

DSLR를 작고 가볍게 만들어준 기술의 핵심은 바로 마이크로포서드 시스템(Mi-cro Four Third System). 이번에 선 보인 펜은 이 시스템을 통해 마운트와 촬상면 사이에 위치한 미러박스와 펜타프리즘을 생략해 부피를 혁신적으로 줄일 수 있었다.

사용할 수 있는 렌즈의 범위도 넓다. 렌즈 교환식 카메라라고 하더라도 교환할 수 있는 렌즈의 수가 적으면 큰 장점이 될 수는 없다. 하지만 펜의 경우 제조회사별 아답터만 탑재하면 현재 나와 있는 렌즈의 90% 가까이를 호환해 쓸 수 있다.

사용자들은 화질 면에서도 만족감을 드러내고 있다. 디지털카메라 전문 리뷰어들의 커뮤니티인 ‘SLR클럽’에 올라온 후기에도 ‘해상력과 고감도 노이즈, 화이트 밸런스, 관용도 등의 화질 특성은 최신의 포서드 제품들과 비슷한 수준으로 소형화에 높은 비중을 두고 있는 제품 속성을 고려할 경우 화질 측면에서도 매우 높은 평가를 내릴 수 있다’고 평하고 있다.

DSLR는 크고 검다?
아니다, 작고 예쁘다!
첨단 기술력이 동원된 것에 비하면 펜의 디자인은 조금 심심하다고도 할 수 있다. 하지만 펜 시리즈를 애용했던 소비자들의 향수를 자극하기에는 충분하다.

이번에 출시된 ‘PEN E-P1’ 모델은 50년 전통의 베스트셀러 펜 시리즈의 연장선상에 있기 때문. 1959년 ‘하프 카메라’라는 파격적인 시스템을 선보이며 첫 출시됐던 ‘PEN’ 모델이 그 원조다.

그 후 펜 시리즈는 가장 큰 인기를 얻었던 ‘PEN EE’를 포함해 ‘PEN D’, ‘PEN F’ 등 다양한 시리즈를 선보이면서 펜만의 독특한 디자인 라인업을 구축했다.

‘PEN E-P1’ 모델도 기존 펜 시리즈의 디자인을 어느 정도 공유하고 있다. 알루미늄과 스테인리스 재질의 실버 색상은 기존 펜 시리즈를 연상시킨다. 또한 깨끗한 느낌의 화이트 색상은 검정색이 주류를 이루던 DSLR시장에서 산뜻하게 다가오고 있다.

DSLR는 전문가용이다?
아니다, 누구나 쓸 수 있다!
펜의 또 다른 장점은 범용성, 즉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는 펜 시리즈가 50년 동안 고수해 온 철학과도 관련이 있다.

펜의 설계자인 마이타니는 당시만 해도 엄청난 고가였던 카메라를 더 많은 사람들에게 보급시키고 싶었다.

그 결과 탄생한 것이 작고 가벼우며, 값도 저렴한 펜 시리즈였다. 게다가 펜 시리즈는 필름 한 컷을 둘로 쪼개 쓰는 하프 카메라여서 필름 값도 절약할 수 있었다.

펜 시리즈는 복잡한 기능을 단순화해 초보자들의 입문용으로도 인기가 높았다. 또한 전문가들의 서브카메라로도 인기를 얻었는데, 서브카메라 개념도 이때 처음 등장했다.

이번에 출시된 ‘PEN E-P1’ 역시 전문가들과 입문자들 모두에게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전문가들의 서브 카메라용으로는 최상급이며, 입문자들 역시 쉽게 DSLR 기능을 익힐 수 있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이재훈 기자 huny@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