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후 생활을 위해 필요한 자금이 최소 10억원이라는 이야기는 노후 준비를 시작하기 전에 좌절감부터 안겨준다. 하지만 10억원을 모을 수 없다고 무작정 손을 놓고 있을 수는 없다. 노후 준비는 현재 보유중인 자산과 소득을 조합해 노후 생활비를 만드는 과정이므로 필요 자금에서 연금을 제외하고 부족한 금액을 마련해 나가면 된다. 이를 위해서 기존에 기본 연금 세 가지에 월지급식상품과 즉시연금을 더하면 더 탄탄하게 노후 자금을 준비할 수 있다.

흔히 노후준비를 은퇴 후 필요한 자금을 한 번에 목돈으로 준비하는 걸로 여긴다. 그러다보니 은퇴 후 10~20억원이 필요하다는 허무맹랑한 계산법이 나온다. 이렇게 어마어마한 돈을 은퇴할 때가지 준비할 수 있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되겠는가. 또한 이러한 준비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라면 노후 준비는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그 답은 연금에서 찾을 수 있다.

노후 대비는 다양한 연금을 조합해 연혁시절의 월급처럼 다달이 수령할 수 있는 현금흐름을 만들어야 한다. 다만 수명과 함께 노후 생활기간이 늘어나고 있으므로 과거처럼 3층 보장에 만족할게 아니라 2층을 보태 5층으로 노후자금을 디자인해야 한다.

적정한 노후 생활비 규모를 정하라

제대로 된 집을 지으려면 집을 짓기에 앞서 자신에게 맞는 크기를 결정해야 한다. 이와 마찬가지로 노후 소득을 설계하기 전에 해야 할 일로서 다달이 생활비로 얼마나 필요한지를 따져봐야 한다.

사람마다 생활 규모와 라이프스타일이 다르기 때문에 시스템을 이용한 평균치를 이용해 획일적으로 정할 수는 없다. 다만 각종 통계와 설문조사를 활용하면 생활비 마련 계획을 세우는데 도움은 받을 수 있다.

2012년 통계청 가계금융 및 복지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60세 이상 고령가구는 월평균 140만원을 지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중 의식주관련 비용이나 의료비와 같은 소비지출이 112만원,  세금 등 소비지출이 28만원이다. 생활비는 거주 지역에 따라서도 차이가 난다. 20009년 국민연금연구원이 조사한 자료에 물가상승률에 감안해 적정노후 생활비규모를 산출해봤더니 2인 가구 기준 서울은 월 233만원, 광역시 190만원, 도지역은 170만원이 필요했다.

공적연금 수령시기 및 금액 확인 필수

자신에게 맞는 노후생활비 규모를 했다면 이제 본격적으로 노후생활비마련 대책을 세 워야 한다. 우선 기댈 곳은 국민연금이다. 국민연금의 가장 큰 장점은 가입자가 살아있는 동안 평생 수령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물가가 오르면 연금도 따라서 오르기 때문에 연금의 실질가치가 보존된다는 점이다.

또한 가입자가 사망한 다음에는 배우자에게 유족 연금이 지급된다. 은퇴 후 수령하게 될 연금 규모도 국민연금공단 홈페이지(www.nps.or.kr)의 ‘내 연금알아보기’를 통해 손쉽게 조회할 수 있다. 국민연금공단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8월 기준 20년 이상 국민연금에 가입한 사람이 월평균 받을 수 있는 금액은 82만원 남짓으로 나타났다.

다음으로 살고 있는 주택을 어떻게 활용할지 결정해야 한다. 준비해둔 노후자금이 넉넉하면 자녀에게 물려줄 수도 있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주택연금’을 활용하는 것이 좋다. 주택연금은 부부 두 사람이 모두 60세 이상이면 가입이 가능한데, 종신지급방식의 경우 1억원인 주택을 담보로 맡기면 60세는 매달23만원, 70세는 매달34만원을 수령할 수 있다.

연금은 부부 두 사람이 모두 사망할 때까지 수령할 수 있다. 따라서 국민연금과 주택연금만 잘 조합해도 상당수 가구들이 기초적인 노후생활비 문제 해결이 가능하다.

월지급식펀드와 즉시연금 더해라

국민연금과 주택연금을 활용해 기초생활비를 마련한 다음 고민해야 할 것은 퇴직한 다음부터 국민연금과 주택연금을 수혈할 때까지의 소득공백기다. 우리나라 직장인의 평균 퇴직연령은 55세 전후인데 반해 국민연금과 주택연금을 60세가 돼서야 받을 수 있다.

따라서 퇴직시점부터 국민연금과 주택연금을 수령할 때까지의 소득공백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 자칫 소홀히 여기다가 곤란을 겪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때 활용할 수 있는 것이 2층 퇴직연금과 3층 연금저축이다. 두 상품 모두 55세부터 연금으로 수령이 가능해 소득공백을 메우기에 적합하다.

이제 실제로 필용한 금액과 수령가능 금액을 살펴봐야 한다. 앞서 산출한 필요생활비와 실제로 수령 가능한 연금을 비교한다. 이때 부족금액이 발생하면 어떤 방법으로 이를 충당할지 고민이 필요하다. 다행히 그동안 모아둔 돈이 있다면 이를 활용해 현금 흐름 창출이 가능해진다.

목돈을 맡기고 다달이 연금이나 분배금을 받을 수 있는 금융상품으로는 즉시연금과 월지급식펀드가 있다. 즉시연금은 목돈을 맡겨두고 그 다음 달부터 일정액을 매달 연금으로 받는 금융상품이다. 연금종류는 크게 상속형과 종신형이 있다. 상속형의 경우 원금은 건드리지 않고 이자만 지급하는데, 만기가 되거나 가입자가 사망하면 원금을 돌려준다.

종신형은 가입자가 살아있는 동안 계속 연금을 받을 수 있어 오래 사는 위험에 대비하기 적합하다. 공시이율이 4.2%일 때 60세 남자가 1억원을 맡기면 상속형은 매달 28만원을, 종신형은 36~43만원을 연금으로 수령하게 된다.

이에 비해 월지급식펀드는 실적배당상품으로 투자성과에서 다달이 분배받은 금액이 달라진다. 투자성과가 좋을 때는 즉시연금보다는 훨씬 많은 분배금을 받을 수도 있지만 반면 성과가 좋지 않을 경우 분배금이 줄어든다. 그리고 현재 국내에서 판매되는 월지급식펀드는 대부분 해외채권이나 주식에 투자하고 있으므로 환율변동에도 주의해야 한다.

이처럼 노후설계는 목돈을 한꺼번에 준비하는 것이 아니라 각종 연금을 조합해 현역시절 받던 월급처럼 현금흐름을 창출하는 것이다. 먼저 본인과 배우자가 가지고 있는 국민연금과 퇴직연금, 개인연금에서 어느 정도 현금흐름을 창출할 수 있는지를 확인한 다음 부족한 경우 자신이 가지고 있는 금융자산과 부동산 중 얼마를 노후를 위해 내놓을지 결정해야 한다. 이런 점에서 은퇴 설계는 이미 자신이 가지고 있는 자산과 소득을 조합해 노후 생활비를 만드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김동엽 미래에셋은퇴연구소 은퇴교육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