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덕의 ‘현장에서 들려주는 실전 부동산 투자’

김기덕 salla7942@naver.com

현재 (주)KD D&C 김기덕 대표는 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부동산 실전투자 전문가로 자신이 겪은 생생한 경험을 들려준다. 부동산 컨설팅 업체인 DK컨설팅 대표와 (주)SND 대표이사를 역임했다. 한국 장애인 문화협회 문화복지 사업단 장애인 부동산 무료 컨설팅 연구소장이기도 하다.

 

요즘 필자는 상담보다는 투자현장 답사를 많이 다니고 있다. 덕분에 깨닫는 사실인데 최근 부동산 시장에는 상가, 아파트, 오피스텔, 도시형 생활주택, 경매, 빌딩, 토지 등 전반적으로 많은 물건들이 넘쳐나고 있다. 부동산 매매가격이 오랜 기간 하락세를 거듭한데다 투자 심리가 얼어붙으면서 팔려고 내놓은 물건들이 쌓이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현 부동산 시장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투자자들이 주머니를 열 만한 상황이 아니다. 여기서 전반적인 분위기란 일반인들이 체감하는 시장 상황을 말한다. 시장에 비관적인 분위기가 만연하면서 투자자들은 더욱 움츠러들고 있다.

하지만 지금 시장의 상황이 꼭 비관적인 것만은 아니다. 불황이라는 단어 때문에 느끼지 못하는 것이지 여전히 부동산 시장에는 기회와 가능성이 있다. 부동산을 깊이 연구, 개발하는 사람들이나 일반인이더라도 꾸준하게 내공이 쌓인 실력자 중에서는 현재의 시장이 ‘물 반 고기 반’일 정도로 호황이라고 평가하는 사람들도 많다. 물론 물건을 팔기에는 어려운 시장이다. 다시 말해 현재의 부동산 투자시장은 매도자 우위 시장이 아니다. 하지만 물건을 사들이기에는 지금 같은 호기가 따로 없다. 현 부동산 시장이 매수자 우위 시장이라는 것을 파악하고 접근한다면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런 부동산 시장에 일반 투자자들은 어떻게 접근하는 것이 좋을까?

현 시장 상황에서는 투자를 결정할 때 무엇보다 금융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최근 수익형 부동산은 경쟁이 치열해져 물건이 넘쳐나고 있다. 이러한 시기에 무리한 금융 리스크를 졌다가 경쟁이나 기타 부정적인 요인에 의해 합당한 수준의 임대수익을 발생시키지 못하면 애써 준비한 부동산 투자가 마이너스 수익 부동산 즉, 깡통 부동산으로 전락할 위험이 농후하다. 따라서 지나친 금융부담을 감당하는 것보다는 투자의 규모를 줄이거나 자산의 운용을 통해 금융 리스크를 최소화해야 한다.

송파구에 거주하는 이용호씨(49세)는 식음료 회사에 다니는 중견 간부이다. 이씨는 가난한 집에서 성장한 것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넉넉한 편도 아닌 평범한 중산층이었는데 7년 전 부모님께 경기도 일원의 토지 약 858㎡를 유산으로 상속받았다. 현금 자산을 약 5억원 정도 보유하고 있던 이씨는 이 토지에 새로운 투자를 시도할 수도 있었지만, 일단 매각으로 가닥을 잡고 여기저기 알아보던 중 지인의 소개로 필자와 상의를 하게 됐다.

그런데 막상 이야기를 듣고 보니 앞뒤가 맞지 않는 부분이 있었다. 간단하게 말해 이씨는 토지 매각 의뢰 대금을 시세보다 높게 내놓은 상태였다. 당시 주변토지 시세는 3.3㎡당 450만원이 정상이지만 이씨는 3.3㎡당 500만원 이상을 부른 것이다. 그러나 이씨의 토지는 주변보다 호가를 높여 부를 만큼 입지나 접근성이 뛰어난 토지가 아니었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이씨가 보유한 토지 주변에 개발이 진행 중이어서 상황에 맞춰 제대로 투자를 한다면 적지 않은 수익을 올릴 기회가 있었다는 점이다.

이씨는 필자와 거의 한 달여 시간 동안 조사와 고민을 거듭한 끝에 새로운 결론에 도달했다. 필자는 우선 토지를 분할해 두 필지로 만든 후 한 필지는 시세에 맞게 매각하고 나머지 한 필지에 새롭게 다세대 주택을 건축할 것을 제안했다. 그 이유인즉 주변 상황을 보니 주택의 노후화가 심각한 수준이어서 적정선의 가격만 제안한다면 제법 많은 투자수익이 발생할 것으로 판단됐기 때문이다.

그 결과 이씨가 보유한 409.2㎡에 대해 다세대 건축을 한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이씨는 호가를 3.3㎡당 430만원으로 낮춰 448.8㎡를 매각했다. 여기서 약 6억 3000만원의 수익이 발생했는데 이를 통해 건축 비용의 65%를 충당할 수 있었다. 이씨는 총 15억 정도의 비용을 들여 18세대의 다세대 주택을 건축했는데 건축비용은 약 10억원을 들였다. 주목할 것은 이씨가 토지의 부분 매각을 통해 금융 리스크를 최소화시켰다는 점이다. 사업 추진 초기에는 보유 중이던 자금으로 건축을 시작하고 평균시세보다 조금 낮춘 가격으로 토지를 매각해 목돈이 들어갈 수밖에 없는 초기 금융 부담을 줄인 것이다.

완공 이후 분양도 3달 만에 완료돼 이씨는 21억원이라는 금액을 손에 쥐게 됐다. 기존 높은 호가로 처치가 곤란했던 토지를 적당하게 분할한 후 일부의 가격을 낮춰 자금을 마련하고 이를 활용해 나머지 토지에 수익을 노린 다세대 주택을 건축한 셈인데 처음 이씨가 마음먹었던 대로 전체 토지를 매각했다면(호가 500만원 기준) 13억원에 불과했을 것이 최적화된 투자법을 통해 총 가치가 21억원으로 늘어난 것이다.

전략의 핵심은 토지를 나눠 한쪽은 팔고 한쪽에만 건축을 시도했다는 점이다. 필자가 많은 상담을 진행하다 보면 대부분의 지주나 건물주들은 자기가 소유한 토지가 세상에서 가장 좋은 땅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생각은 투자의 큰 장애가 되기에 십상이다. 물론 손해를 보고 싶지 않은 마음은 이해한다. 그렇다고 해서 현재와 같은 시장 상황에서 가격에 대해 고집을 부린다면 투자의 길은 요원하다. 적어도 본인소유 토지라면 그 가치에 대해서는 스스로 냉정하게 판단하고 있어야 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든다.

토지 소유자들은 본인이 갖고는 있지만, 막상 자기 토지의 활용방법에 대해서는 의외로 제대로 깨닫지 못하는 경우가 더러 있다. 꼭 건축을 해서 수익을 만드는 것도 아니다. 토지의 위치와 시장 상황에 따라 다양한 투자 기술을 발휘해 기존 토지의 가치를 올릴 수 있다. 부동산 시장은 유행을 타기는 하지만 그 유행의 인터벌이 길게 오는 것이 특징이다. 근래 들어 투자의 유형이 급변하는 통에 약간의 혼란이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큰 틀은 변하지 않았다는 것을 독자들에게 강조하고 싶다. 다시 말하자면 부동산 시장은 법률에 근거한 법칙이 있어 테크닉이 때에 따라 조금씩 달라질 수는 있지만, 큰 틀 자체의 변화는 없다는 소리다. 금융리스크를 줄이는 것은 부동산 투자 만고불변의 진리다. 투자에 앞서 지나친 금융리스크를 어떻게 줄일 수 있을지를 항상 고민해야 한다.